작년 하반기엔 풀코스를 뛰지 않았으니 딱 1년만에 풀코스대회, 그것도 똑같은 동아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묶여있던 3년여 마라톤대회가 전혀 열리지 않았던 시절 이후, 전과는 많이 다른 몸상태가 되었고 그걸 정확히 기록이 말해준다.
대충 큰 틀로 엮어보면 서브3를 기준으로 참가하던 시기, 싱글 정도를 할 수 있던 시기, 330정도는 무난히 달성했던 시기까지... 그리고 코로나 이후론 서브4가 지상의 목표로
코로나 이후 풀코스 기록은 3:55(23동아), 3:55(23JTBC), 3:59(24동아)로 아주 화려하다.
더 떨어지면 지하층이 될 것 같아 이번에는 주중에 술도 안마시고 체중관리도 나름 했던 덕에 70을 훌쩍 넘어서던 몸무게는 68 수준까지 관리가 되었다. 찌들었던 술독도 어느정도 빠진 기분이고
하지만 몸의 유연성은 나이를 그대로 반영하듯 엉망이고 체력이나 훈련량, 그리고 훈련방법 등 어느것 하나도 이전보다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인다.
두철의 차로 상경하는 동안 벌써 비가 오락가락하고 외부 기온은 뚝 떨어진 상황.
일단 출발할 때 만이라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잠실 도착후 전철을 갈아타고 도착한 광화문광장, 일단 날씨는 그렇다치고 시간이 지난 어느때보다도 여유가 있어서 좋다.
광화문 지하주차장 건물에서 채비를 갖추고 여유있게 물품 맡긴 뒤 몸풀기까지 순조롭다.
명예의 전당 배번을 받았지만 지금 수준에 맞춰 C그룹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가 발생해 당황하게 되는데 지난주 생일선물로 받은 갤럭시워치 울트라가 이전 것과 같은 삼성제품이고 소프트웨어 자체가 똑같길래 당연히 그러려니 했는데 런닝출발 터치를 한 뒤에 카운트가 나오는게 아니라 설명서가 등장한다.
남대문을 지나고 2Km 표시점이 나올때까지 수차례 반복해서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문제의 설명서를 스크롤로 올리고 나니 확인 버튼이 나오더라는...
여기서부터 시간과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여튼 벌어진 일은 그렇다치고...
페이스관리를 이미 놓쳤지만 그나마 3시간40분 페이스메이커 무리가 주변에 있으니 그거라도 도움을 받아야 될 듯하다.
결과적으론 이게 잘못된 선택이 되었다.
지금 몸상태에 비해 오버페이스를 하게 된 것.
당초 목표로 했던 5'25~30"로 중반까지 움직였더라면 후반에 별다른 데미지가 없었을텐데 5분대 초반으로 막 따라간 게
하프지점을 지날때까지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는데 25Km무렵 부턴가 움직임이 점점 무디어 지는 게 느껴지더니 급기야 왼쪽 오금에서 움찔움찔 뭔가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일단 멈추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기에 페이스를 대폭 낮춰서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본래의 페이스로 되돌아가질 못하고 그냥 그대로만 가게 된다는
그나마 남은 거리가 줄어드는 걸 보며 예측 시간을 감 잡아 보는데 지금의 시계 데이터에다 11분을 더해서 어쩌고 저쩌고 그렇쟎아도 머리가 아픈 판에 에라이 모르겠다. 그나마 벌어놓은 시간이 있으니 지난 3차례에 비해선 월등히 낫고 잘하면 45분대도 가능할 것 같다고 나름 위안을 가져본다.
하지만
39Km 정도 됐을 무렵 잠실대교 한복판에서 왼쪽 신발에 돌이 박혀서 불편하다는 신호가 이어지길래 이걸 어떻게 해결하나 고민중이던 중 눈앞에 나타난 안선생님, 아니 나보다 먼저 가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면 저기에 붙으면 일석이조, 하지만 일단 신발에 돌부터 빼고...
응원을 하고 있던 남자에게 달려가 신발을 가리키며 뒤돌아서서 신발에 박힌 돌 좀 빼달라고 했는데...엥? 돌이 없단다. 그럼 한참 전부터 발바닥 한가운데를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돌이 있었고 그걸 뺐다면 컨디션이 확 살아 났을텐데...이건 뭐!
그러고 난 뒤 심리적으로 한단계 확 더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대열을 조금씩이라도 잡아가며 가는 중이라 상대적인 속도는 나쁘지 않지만 신발이 아닌 마음에 박힌 돌은 여전히 돌덩어리.
메인스타디움이 공사중이라 그런지 동쪽 외문 부근에 결승 아치를 설치해놓고 주자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예전보단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리 후반에 말아먹었어도 50분 안쪽으론 들어왔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기록을 받아보니 3:50:28가 나왔다.
마침내 첫 풀코스 때와 가장 유사한 기록이 작성되었으니 나름 의미가 있다.
적어도 지하층으로 떨어지진 않았다는 점이 다행이고 런닝머신으로만 훈련을 하고 장거리 훈련은 한차례도 없이 하프대회 두 번으로 메웠음에도 이 정도를 기록한 것도 전례가 없으니
같이 간 일행들이 앞으로는 서울대회는 참가하지 않을거라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지역에서 풀코스를 이어가게 되겠지만 세상일 누가 아남? 어떻게 될런진...
아참 달리는 동안 말리 생각이 간절했는데, 풀코스 어느 의미가 부여된 횟수에서 마지막 5Km정도를 녀석과 함께 달려 결승점을 밟는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