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하우스 외 1편
새가 죽었다.
요구르트 아줌마는 카트를 끌고 지나는 중이었고
산책을 마친 어린아이들은 구령에 맞추어 돌아오고 있었다.
짝, 짝, 짝
아이들이 손뼉을 쳤다.
마땅히 잘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요구르트 아줌마를 불러 세웠다.
경비아저씨는 새를 쓸어 담았다.
깍, 깍, 깍
새가 시끄럽게 입구를 열었다.
보도블록 위로 시체들이 쏟아졌다.
커다란 에코백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워 담을 수 있는 깃털과 훔칠 수 있는 부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짝, 짝, 짝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마땅히 아무렇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가방 속에는 사체들이 가득했고
누군가는 최선을 다해 집을 부수고 있었다.
관상용 애인
본 적 없는 애인이 나를 애인이라 부르면서 찾아왔다.
오랫동안 잠을 잔 것처럼 나른하게 하품하면서
셔터를 누를 수는 없겠다. 우리는 분명 사랑했을 텐데
과거와 현재가 섞이며
애인과 나는 어눌한 발음으로 밥을 먹는다.
묵묵히,
달아오르지도 못하고
우리는 밥알처럼 단순하다.
말라 가는 이마를 허공에 심으며 애인은
더 이상 고양이가 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키웠던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처음부터
울기는 했을까.
웃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고 애인은
햇볕이 필요한 이파리처럼 오물거리기만 한다.
키스할까?
비릿한 애인의 입 속에서 나는 잠시 머물 수 있겠다.
우리의 육체는 모서리를 잃어 가는 말만큼 닳았고 헐렁해졌지만
나는, 애인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식물학에 앉아
죽은 동물의 사체를 게걸스럽게 넘기면서
나의 질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 서유 시집, 『부당당 부당시』 (시인의 일요일 / 2023)
서유
2017년 《현대시학》 시 등단, 200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