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이지희
오십천
김동원
어릴 적 난 홀어머니와 함께, 강가 백로 외발로 선 오십천 천변에 핀 복사꽃 꽃구경을 갔다 봄 버들 아래 은어 떼 흰 배를 뒤집고, 물결이 흔들려 뒤척이면 붉은 꽃개울이 생기던, 그 화사한 복사꽃을 처음 보았다 젊은 내 어머니처럼 향기도 곱던 그 복사꽃이 어찌나 좋던지, 그만 깜박 홀려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갓 서른이 넘은 어머닌 울고 계셨다 내 작은 손을 꼭 쥔 채, 부르르 부르르 떨고 계셨다 그 한낮의 막막한 꽃빛의 어지러움, 난 그 후로 꽃을 만지면 손에 확 불길이 붙는 착각이 왔다
어느새 몸은 바뀌고, 그 옛날 쪽빛 하늘 위엔 흰구름덩이만 서서, 과수원 언덕을 내려다본다 새로 벙근 꽃가지 사이로 한껏 신나 뛰어다니는 저 애들과 아내를, 마치 꿈꾸듯 내려다본다
낭송 김학조
흰 눈이 내린 겨울 숲이 여자로 보일 때
김동원
흰 눈이 내린 겨울 숲이 여자로 보이거나, 하나 둘 켜지는 저녁 도시 불빛이 그 여자들의 어깨 둘레로 보일 때, 붉게 물든 저녁놀 부드럽게 산정에 입맞출 때, 난 으레히 습관처럼 지녀 온 버릇이 있다. 그것은 한 편의 시를 펼쳐 보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속 깊이 움직이게 한 한 줄의 아름다운 시구를 찾아내, 방안을 서성대며 조용히 혼자 소리내어 읊조리는 기분은―참 묘한 것이다. 이 소리들은 나직이 방안 귀를 따라 돌며 천장으로 올라갔다 내려온다. 마치, 누군가 이 시어들에 맞춰 피아노의 선율을 소리내어 들려주는 것처럼. 그러면 놀란 사방의 벽들만이 이 우스운 짓을 왜 하는지 몰라, 킥킥킥 돌아서서 비웃고 있는 것이다. 아무러면 어떤가. 어차피 인생은 제 스스로 힘껏 움직이다 가는 것. 저 창 밖 빈 겨울 나무처럼, 추운 모퉁이 한켠에 비켜서 있다가,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뛰어나가 푸른 잎사귀의 물관을 타고 올라서, 하늘 위 흐르는 흰구름의 가슴을 뭉클 만져 보면 된다.
낭송 황지연
시를 사랑하는 이는 다 그렇듯
김동원
시를 사랑하는 이는 다 그렇듯, 늦가을 어스름이 깔리는 뒷산의 산책로를 걸어 내려오며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것은, 저 붉은 저녁놀과 나란히 짝이 되어 꼭 어울리는 것으로 이 세상 '시밖에 없다'는 그 무례한 느낌뿐이다
아마도 이 시를 읽어 가는 많은 분들이 위쪽의 글귀 속에 들어앉은 좁은 예술의 자기 중심 사고를 책망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또 한편 '깊이 물들어 가는 늦가을 단풍 속에 온몸과 마음이 몽땅 고독의 병으로 색깔이 바래어들었구나' 하고 이해해 준다면, 이 또한 시를 사랑하는 행복한 변명의 한 가지 이유는 될는지……
시를 사랑하는 이는 다 그렇듯, 나 또한 이 가을 어둠이 깃든 참나무 잎새 속에서, 아주 작은 영혼들의 목소리로 나직이 둘러앉아 속삭이는, 저 사라져 간 시인들의 시 읽는 소리를 듣는다 머뭇거리며 돌아서서 읽는, 미처 알아채지도 못한 그 이상한 가을 밤바람 소리를 듣는다
외로운 양치기 - 팬플룻연주자 손방원
El condor pasa - - 팬플룻연주자 손방원
시하늘 무대에서 연주해주셔서 영광스러웠네요^^
첫댓글 멋진 낭송회 였군요.
나들이 한 번 오시길 기다릴게요^^
@글라디 이영희 내 시간 내서 한번 가게습니다.
231회 시 낭송회
김동원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너무 멀어 참석하지 못하였어요
마음으로 꽃다발 한아름 안겨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