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겨울날
최 병 창
우는 사람이 있다면 웃는 사람도 있다
추운 날이 있으면 따뜻한 날이 있듯이
도대체 정비례와 반비례의 법칙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그것도 빗물이 듬성듬성 섞인 채로
최상과 최하의 등식이란 어디에도 있다지만
절대의 기준이란 현상이 사라진 뒤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적절하다는 날씨를 보면서 눈과 비를 억지로 구분 지우지 않으려
하지만 어차피 문제는 상식을 떠나더라도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변 같은 바람이 불어온다
이 눈비 그치면 집을 찾아갈 수 있을까
불투명한 날씨 잡기가 하 세월 같아 꼬부라진 손가락을 호호 불어도
보지만 어느 누구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나눌 수 없는 숫자가 자꾸만 꺾어지고 휘어지면서 기울어진 만큼
위험성이 높아진다
돌파구는 오직 햇살뿐이지만 기억이 기억 속에서 자꾸만 사라지고
꼭꼭 다지듯 쌓이는 눈만큼 사랑했던 날들도 기억나지 않는다
돌아올 기억이 멀지는 않은 것 같은데 궂은 날씨는 제 속을 마냥
드러내고도 제 얼굴을 계속 감추고 있는데
손바닥을 마주하고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몸뚱이는 또 하나의
겨울 속에서 숨소리를 죽으고 있다.
< 2019. 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