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한국 방문… '인도-태평양 전략' 본격화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카니 총리, 조선소 방문 예정
마크 카니 총리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아시아 지역과의 무역·외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카니 총리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한국의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순방은 9일간 이어질 예정으로, 캐나다 정부가 2022년 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두 회의에 모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정상 간 접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온타리오주 정부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7년 발언을 활용해 제작한 TV 광고를 문제 삼으며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총리실은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카니 총리는 오타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나라 지도자들과 만날 것”이라며 “무역 다변화가 우리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10년 안에 미국 외 국가로의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캐나다는 현재 아세안 10개국과 무역 협정을 협상 중이며, 인도네시아와의 협정은 지난달 이미 타결됐다. 이번 말레이시아 방문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과 함께 협정 최종 조율을 위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카니 총리와 동행하는 캐나다 기업위원회 대표단은 아시아 시장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재계는 “아시아는 향후 세계 경제의 중심 무대”라며, 외교와 안보를 넘어 실질적 경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시아태평양재단 등에서는 카니 총리가 이번 순방을 통해 무역뿐 아니라 안보 협력 강화의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 속에서 특정 강대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캐나다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 강조가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니 총리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로렌스 웡 총리와 회담하고, 재계 지도자들과 교류할 예정이다. 이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인근 한화오션 조선소 방문도 일정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입찰에 참여 중인 두 회사 중 하나다.
한국은 2015년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첫 아시아 국가로, 양국은 올해 협정 10주년을 맞았다. 주 오타와 한국대사관은 최근 기념행사를 열고 한국이 북미 시장으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APEC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카니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캐나다 정부는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며, 시 주석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전기차·핵심 광물 관세 문제와 중국의 농산물 보복 관세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주 아니타 아난드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재검토에 합의한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이 캐나다·중국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