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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건설 등 중대재해 다룬 프로그램 불방
선거방송 때문이라지만.... "지역 언론 침묵 아닌가"
부산 경동건설 산재로 숨진 하청 노동자 정순규 씨(57, 미카엘) 유족이 해당 사건에 대한 부산 지역 언론의 침묵을 비판하고 경동건설 측의 언론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는 먼저 지난 2일 산업재해와 정순규 씨의 사건을 다룬 KBS '시사직격'(68회, '목숨이 낙엽처럼, 왜 중대재해는 반복되는가?')이 부산 지역에서만 방송되지 않은 데 대해 의도적이 아닌가 의심된다는 입장이다.
‘시사직격’은 매주 금요일 밤 10시 전국 방송용으로 제작되는 시사 프로그램이지만 이날 부산KBS는 이 프로그램 대신 부산시장 후보 방송연설을 송출했다.
정 씨는 이번뿐 아니라 “경동건설 산재를 다룬 지난해 7월 9일 ‘KBS 뉴스9’도 지역 편성을 이유로 부산에서만 방송되지 않았다. 이를 우연의 일치로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 “다른 지역은 지역 뉴스가 있어도 해당 내용을 내보냈기 때문에 부산이 내보내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라고 밖에 생각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KBS 부산방송총국 편성제작국 담당자는 현재 부산시장 선거 기간이라 해당 시간에 후보연설 방송이 방영됐고, 그 주에 3일간 같은 시간대에 선거방송이 나갔다고 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담당자는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밤 10시는 보통 선거기간 중 선거방송이 나가는 시간대이므로, 이번 편성은 외압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석채 씨는 부산KBS뿐 아니라 부산 지역 언론이 아버지의 사망 사건을 외면하고 있다고 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반복되는 기업의 중대재해 문제를 다룬 KBS '시사직격'에 출연한 정순규 씨 유족 정석채 씨. (이미지 출처 = KBS '시사직격'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그는 부산의 큰 기업이 일으킨 중대재해인데도 “부산 지역 언론사들은 침묵하고, 부산 시민들은 여전히 경동건설의 산재 사건을 모른다”면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경동건설 문제가 다뤄졌을 때도 과연 부산 언론사에서 단 한 곳이라도 다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경동건설이 잦은 산업재해, 안전장치 미비, 산재 사망에 대해 기관별로 조사결과가 다르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허술한 현장조사 등이 지적되며 정순규 씨 산재 사망에 대한 재조사가 촉구된 바 있다.
한편 정석채 씨는 지역 언론사들의 보도행태 뒤에 경동건설의 외압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아버지 장례식 뒤로 “기본적인 안전조치(안전난간 및 작업발판)는 완료된 상황에서 작업자가 내려오다 실족으로 추락사했다. 사고 당일 경찰서와 노동부에서 현장조사를 모두 마친 상태이며 법적 문제는 없다”는 댓글이 관련 기사에 도배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국정감사와 정순규 씨 1주기 즈음인 지난해 10월쯤 경동건설이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들에 전화해 “기사를 내려 달라, 정순규 씨는 술 먹고 죽은 것이라며 증거 자료를 주겠다”고 하는 등 압력을 넣은 정황을 해당 언론사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동건설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며, 전혀 그런 적이 없다”면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혀 언론사 등에 관여하지 않고, 회사가 가타부타할 사항이 아니”라고 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현재 유족들은 산재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 경동건설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한편 현재 정순규 씨 산재 사망 형사재판 1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결심 공판에서는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에 각 징역 1년 6개월,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 금고 1년, 경동건설과 하청업체에는 각각 벌금 1000만 원씩이 구형된 바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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