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에서 아침에 광주로 와 차를 전해줄 수 있다던 볕이는 연락이 없다.
다문화 수업에 1시여서 맘이 바쁘다.
포기하고 일찍 나서 능주 로컬푸드에 들렀다가 12시 전에 송석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예당공공도서관 2층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난다.
세 분이 새로 오셨고 휴일이라 어린 아이들을 데려 오신 분도 있다.
보성에서 만난 3학년 민우도 오고 득량남의 5학년 민성이도왔다.
민성이는 엄마 옆에 앉아 엄마를 도우며 내 말을 열심히 듣는다.
3시가 지나 마치고 오는 길에 동귀한테 전화하니 운동 중이란다.
혼자 두방산으로 간다.
오랜만에 걷는 오르막은 맷돼지가 파헤치고 길은 풀로 덮였다.
멧돼지 탓에 길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귀절암 암반수는 샘을 넘쳐 흘러 내린다.
흰구름이 보이지만 먼 하늘은 썩 맑지 않다.
전망대에서 유둔리와 그 주변을 내려다 보고 정상 쪽으로 걷는다.
구름 속의 햇살이 뜨겁다.
정상 앞에 이르니 한 사나이가 바위 위에 서 있다.
말을 거니 나주에서 와 산이 좋게 보여 텐트를 치러 올라 왔댄다.
아는 척하며 주변 설명을 해 준다.
각기 자기 맥주를 마시며 애길 나눈다.
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신다 하고 그는 산에서 불을 피우지 ㅣ않는다고 한다.
내게 기정떡 하날 준다.
그는 텐트 칠 자릴 묻는데 나도 여기서 자 본적이 없다.
아랫쪽 돌 서 있는 건너의 암반이 나을 거라고 하니 그리로 내려간다.
바위에 앉아 한참을 놀다 내려오니 그의 노란 텐트가 석양을 받아 빛난다. 부럽다.
바보가 전화해 샘에서 저녁 먹는다고 얼른 오란다.
귀산댁이 오만원을 희사해 그걸로 오리를 사 왔댄다.
올라가니 아재들은 이미 마치시고 젊은이들이 나더러 발금을 내라 한다.
동네 상수도 배고나 공사를 하는데 설명도 없고 지멋대로라며 불만의 소리가 높다.
난 몇 마디 질문도 하다가 말을 닫는다.
동네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비겁이 보인다.
벌금을 내기로 하고 아짐들의 애기를 들어주는 바보를 두고 먼저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