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판테놀 연고는 경증 피부질환에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화장품으로 오남용해선 안 된다. /바이엘코리아, 동아제약, 태극제약 제공
환절기엔 피부가 조용할 날이 없다. 건조한 건 물론이고 피부염, 습진, 궤양, 발진 등 각종 문제가 생긴다. 병원을 가긴 애매하고, 내버려두자니 불편하고 신경쓰인다. 온라인에선 이럴 때 덱스판테놀 성분이 든 바이엘 '비판텐 연고', 동아제약 'D-판테놀 연고', 태극제약 '덱스파놀 연고' 등을 쓰면 금세 좋아진다고 한다. 덱스판테놀 연고는 영유아와 임산부도 쓸 수 있을 만큼 순하기에 아무 때나, 어디에나 사용해도 된다고도 한다. 웬만한 영양크림보다 좋으니 기초화장품 대신 사용해도 좋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말 덱스판테놀 연고는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사용해도 되는 '만능 연고'인지 알아보자.
◇깊은 상처·진물 나는 중증 피부질환엔 금물
덱스판테놀 연고의 쓰임이 다양한 건 사실이다.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상처, 화상, 욕창, 급·만성 피부염, 습진, 피부궤양, 기저귀 발진, 일광 화상 등에 모두 효과가 있다. 그러나 덱스판테놀 연고가 아무 때나 사용해도 좋은 약은 아니다. 각종 피부 증상이 가벼운 수준이거나,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사용해야 효과가 있는 약이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대표원장(대한피부과의사회 고문)은 "덱스판테놀 연고는 대부분의 염증에 사용할 수 있으나, 중증도에 따라 사용이 불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 원장은 "진물이 심하게 나거나 문제 부위가 심하게 붉어진 상태일 때, 상처가 깊은 경우 등엔 덱스판테놀 연고 사용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피부 문제의 중증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땐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백영숙 학술이사(약사)는 "덱스판테놀의 성분인 판토텐산(비타민 B5)은 피부 보습, 피부 장벽 회복 등의 기능이 있어 사용 범위가 넓다"며, "그러나 피부염 등의 증상이 경증이거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어 회복기가 됐을 때 보조요법으로 사용해야지, 급성기 상처나 진물이 많이 나는 화농성 질환 등에 사용했다간 세균에 의한 2차 감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백영숙 이사는 "큰 부작용은 없는 약이지만, 중증도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피부엔 불필요… 덱스판테놀 '화장품' 선택해야
덱스판테놀 연고를 바르고 나서, 염증 등의 문제가 생기기 전보다 피부가 더 좋아졌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그 때문에 더는 피부 문제가 없는데도 덱스판테놀 연고를 계속 사용하는 이들은 물론, 연고를 효과 좋은 영양크림 정도로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아무 문제가 없는 피부에 덱스판테놀 연고를 계속 사용해도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문제성 피부가 아닌데 굳이 덱스판테놀 연고를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전한다. 임이석 원장은 "덱스판테놀 연고를 기초화장품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으나 어쨌든 의약품인 덱스판테놀 연고를 오남용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덱스판테놀 연고가 항생제 연고나 스테로이드 연고처럼 증상 개선 후 즉시 중단해야 하는 성분의 의약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증상이 개선된 피부에 계속 쓸 이유도 없는 약이라고 했다.
임 원장은 "사람마다 피부 상태는 다르다"며, "덱스판테놀 연고가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게 나은 사람도 있으니 이를 화장품처럼 사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영숙 이사도 "덱스판테놀 연고는 일반의약품이고, 약은 약이다"며, "장기적으로, 매일 사용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 이사는 "낮은 농도의 덱스판테놀 성분을 사용한 화장품도 있으니 이 성분을 매일 사용하고 싶다면, 의약품보단 화장품으로 사용하길 권한다"고 밝혔다.
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