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구릿한 로켓 / 임재정
1
춘천 어느 닭갈비집엔 양변기 두 개 나란한 화장실이
있죠 거기서 나는 당신 구린내를 연료로 날아오르는, 희
고 둥근 엉덩이 로켓을 보았습니다만,안녕?그때 내가 건
넨 인사는 로켓에 대한 예우였을까요 어떤 좌표를 가졌기
에 우린 발사대에 마주 앉았을까요
2
왜 있잖아 그때, 네가 말하고
맞아 그런 적 있지, 끄덕이는 나를
훅 - 찌르고 가는 냄새
얼굴을 찡그리면 말도 그려지드라, 나는
내일은 더 구릿해야 사는 것 같은데
네가 나사고 내가 드라이버여도, 내게 비집고 네가 박
혀도 우린 함께 꿈꿀 권리의 이쪽과 저쪽, 그러나 비눗갑
에 불어터진 나는 손 내민 네게서 미끄덩
완벽한 하나면서 우린 불안한 둘
다 그렇지 뭐, 쪼그리고 바투 앉아
네가 끄덕이는 내 꼴이 큼큼할까봐
사는 게 냄새지, 얼버무리다가
먼저 일어서기 머쓱해
나란히 변기 두 개는 좀 그렇다 그치?
그러자 대뜸 큰 소리로 쏟아지는 물
아무렴!
눈사람의 가계
수염을 달아 어른인
사람,풀풀한 사람 눈사람
어제 눈 더미를 굴려
나를 뭉쳐낸 아버지, 아이야 어디 있니
나는 반듯한데 삐딱한 햇빛의 시비
집에선 그림자째 사라진 네가
대못 친 다락에서 불쑥 발견된다 해도
놀라지 않으마, 나 눈사람은
(햇빛의 스파이)
수염에서부터 서둘러 녹아내리는 꿈의 부동자세
마술을 잃은 아이는 위태롭단다,그러므로
또 한 차례 지상을 휩쓰는 눈보라의 주문
철철 달리는 물의 철도도 구름의 바퀴도
다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곳, 다락방
아주 작은 창가에 쪼르르,달라붙어
어이, 아버지 네 다락방에
나를 데려다주지 않겠니,난 네 아들이니까
흘러내리는 수염을 붙잡고 물소리로, 어쨌거나 흠!
시집<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에서
임재정 시인
충남 연기에서 태어났다
2009년<진주신문>진주가을문예에 [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시집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 를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