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축제/ 원도이 시인

[홍혜향]

토마토 축제

돌밭에서 토마토가 자란다 이상하다 돌은 예쁜 색도 없는데 어떻게 파란 토마토가 자라나 흰 토마토 노란 토마토 붉은 토마토를 만드나 어쩌면 돌에도 피가 고여 있어 돌의 피는 던지고 구르는 기분에 따라 흰 피로 고이고 붉은 피 파란 피로 고여서 토마토가 되는지 몰라 토마토는 돌의 생각을 읽고 빨갛게 익어 가는지 몰라

우리도 돌을 던진다 우리 모두 토마토를 조심해야 해 이마가 터질 수도 있으니까 돌의 기분에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달콤하더라도 돌이 토마토처럼 찢어질 수 있으니까 어디선가 자꾸 토마토가 날아온다 이상하다 돌이 피 흘리는데 그 돌을 읽을 수 없다 토마토는 흐물흐물 소스가 되어 가는데 돌의 피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상하다 사라진 토마토는 없는데 돌만 남았는데

식탁 위에 토마토의 기분이 흥건하다

월간 모던포엠 9월호

원도이, 강원 횡성 출생, 2019 「시인동네」로 활동

시집 「비로소 내가 골호 안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