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김언호의 서재 탐험』은 생애를 바쳐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온 출판인 김언호가 우리 시대의 독서가 12명과 책과 독서를 담론한 책이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고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독서가 12명과 책의 정신, 책의 힘 그 내면의 깊이를 천착한다. 독서가들의 오늘을 있게 한 책에 관한 이야기, 책의 힘을 환기하고 독서와 삶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나눈다. 독서가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아름답게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김언호는 책 읽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친구가 된다고 말한다. 독서가들의 서재가 뿜어내는 지향(知香)과 미향(美香)을 강호의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 저자 소개
김언호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하여 2023년 47주년을 맞았다. 1980년대부터 출판인들과 함께 출판문화와 출판의 자유를 인식하고 신장하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제1·2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기 위원을 지냈다. 2005년부터 한국·중국·일본·타이완·홍콩·오키나와의 인문학 출판인들과 함께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조직하여 동아시아 차원에서 출판운동·독서운동에 나섰으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제2기 회장을 맡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참여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출판운동의 상황과 논리』(1987), 『책의 탄생 I·II』(1997), 『헤이리, 꿈꾸는 풍경』(2008), 『책의 공화국에서』(2009), 『한권의 책을 위하여』(2012),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2014),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2016), 『그해 봄날』(2020)을 써냈으며 2023년에 책사진집 『지혜의 숲으로』를 펴냈다.
🖋 출판사 서평
서재는 영혼의 쉼터이자 창작의 공간
책이 존재하는 공간, 서재는 그 독서가의 취향과 관심사, 내면과 정신의 풍경을 보여준다. 품격 있는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게 서재는 각별한 장소다. 그들에게 서재는 영혼의 쉼터이자 창작의 공간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서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창조의 공간이다. 출판인 김언호는 그동안 아홉 권의 책을 출간했다. 모두 책과 출판에 관련한 저서들이다. 『세계서점기행』은 ‘서점론’을, 『그해 봄날』은 ‘저자론’을, 이번의 『서재 탐험』은 ‘독자론’을 펼친다. 『서재 탐험』을 통해 우리 시대 독서가들에게 영향을 준 책, 우리 젊은이들에게 권독하고 싶은 책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의 미학을 담은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와 함께 ‘책의 4부작’을 끝낸 셈이다. 47년째 3,500여 권의 책을 펴내고 있는 김언호의 이 책들은 ‘출판인 김언호’가 아니면 써낼 수 없는 체험적 출판문화론이자 출판철학이다.
문재인 책과 독서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듭니다
지금은 ‘책방지기’가 된 문재인 대통령. ‘평산책방’을 열기 전에 김언호와 책방 구상을 나눈 대담에서는 책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드러난다. 평산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책방을 만들기로 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책방이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넘어서서 저자와 독자가 만나고 대화하는 책방, 책 읽는 친구들이 방문하고 토론하는 희망의 아지트가 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며 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독서라고 한다. 책을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세 살 많은 누나의 교과서를 읽는 것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시국사범들을 변호하면서는 그들이 읽은 책을 함께 읽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은 독서가들이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책은 민주주의를 의미하며 그것을 구현하는 힘이라고 했다.
박찬욱 독서는 내 영화의 원천
아무리 바빠도 책과 관련한 일에 참여하기를 마다한 적이 없는 박찬욱 감독! 그 이유는 바로 책이 그가 만드는 영화의 자양분이며 힘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누비는 박찬욱의 서재는 특별하다. 한곳에 정착해 있을 수 없기에 그가 머무는 공간은 모두 서재가 된다. 서점이, 카페가, 비행기가, 호텔이, 지하철이 서재인 것이다. 박찬욱은 ‘내 인생의 책’ 전시회를 열 정도로 책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박찬욱 감독의 가족들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명호 중국은 나의 놀이터다
중국인보다 중국을 더 잘 아는 김명호 교수는 40년 가까이 중국을 자기 집 앞마당처럼 드나들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사랑방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김명호의 독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함석헌 선생의 사상적 자서전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부터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증국번의 『가서』까지 독서편력은 종횡무진이다. 김명호는 중국과 수교를 맺기 전인 1980년대에는 주말마다 홍콩과 대만에 갔고 방학에는 아예 거기서 살면서 격동하는 중국 대륙을 읽고 체험했다. 중국 공부를 하게 이끈 책은 홍콩과 광동 파업을 다룬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과 『정복자』였다. 교수 생활을 10년 동안 하다 중국 서적을 취급하는 ‘서울삼련’을 경영하는 서점인으로 10년간 활동한다. 이 ‘서울삼련’은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방한하면 으레 들르는 코스였다.
박원규 배움 없이 서예는 불가능한 인문예술
서예를 시작한 지 60년이 되었지만 아침 여섯 시면 어김없이 연구실에 나오는 서예가 박원규. 서예가로서의 그의 삶은 배움의 길, 독서의 길이다. 배움과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으로 늘 스승을 모신다. 그중 우리 3,000년 역사에서 진정한 스승은 유불선, 사서오경에 통달한 추사라며 추사와 씨름하고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서예작품은 풍요로워진다는 박원규는 오늘도 학예(學藝)일치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강금실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지구공동체
여느 사회문화운동 모임보다 새롭고 실천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는 ‘지구와사람’을 이끄는 강금실 변호사. 중고교 시절부터 시 읽기를 좋아한 그는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탐구한다. 인생의 전환을 만든 한 권의 책은 마루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이었다. 이 책의 영향으로 가톨릭 영세를 받는다. 인생에서 두고두고 기억하는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은 율리우스 푸치크의 『교수대로부터의 리포트』이고 정치에 참여하면서 한나 아렌트의 철학과 사상을 탐구했다. 토마스 베리의 생태사상을 만난 강금실은 ‘성찰’(Reflection)과 ‘경축’(Celebration)을 삶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깨달아가고 있다.
장석주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장석주의 책 읽기는 삶의 대안이 되고 사유의 모든 것이 되었다. 책 읽기로 시인이 되었고 평론가가 되었고 저술가가 되었다. 그는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책을 사들일 때는 책 읽을 시간도 함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읽고 또 읽는다. 그래서 존재한다. 청하출판사를 창립해 시집 『홀로서기』를 200만 부 판매해 슈퍼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지만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 13년 만에 출판업을 그만둔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해 시골로 내려가 쓸쓸한 살림을 꾸릴 때도 그에게 힘과 용기를 준 것은 책이었다.
이기웅 파주출판도시는 한 권의 큰 책 만들기
한국의 전통과 미학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기획자 이기웅은 열화당을 52년째 이끌고 있는 출판 장인이다. 세계 출판문화사에 유례가 없는 파주출판도시 건설을 주도하면서 미술출판의 차원과 수준을 드높였다. 이기웅의 책에 대한 신념은 신앙처럼 존엄하다. 책을 찾는 여행에서 발견하고 수집한 책이 4만 권이 넘는 이기웅은 고서의 향기를 사랑하는 탁월한 기획·편집자다. “책은 사람의 정신을 다루고 정신에 자신을 공급하는 젖줄과 같다. 생각하는 출판이라야 나라가 선다”는 그의 손에는 언제나 책이 들려져 있다.
김석희 번역가는 원전에 겸손해야 합니다
『로마인 이야기』 전 15권의 번역 작업을 한 김석희는 지금까지 300종 350권을 번역했다. 바다로 갇힌 섬 제주도가 고향인 김석희는 답답한 섬을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에 숨이 막힐 때면 책에 빠져들었다. 그를 번역가의 길로 이끈 책은 영국 작가 존 파울즈의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다. “책은 나에게 생활의 방편이다. 책을 숭배하는 종교가 있다면 나는 그 사원 맨 앞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 번역가는 원작 뒤에 그림자로 머물러야 한다면서 원전은 존중하되 자유롭게, 텍스트에 갇히지 않는 번역을 하려 한다. 그는 본질 이전의 의미를 찾는 번역 작업을 해내고 있다.
유시민 좋은 정치를 도와주는 책 읽기, 책 쓰기
정치는 자신을 소모시키지만 책 읽기, 책 쓰기는 자신을 축적시키는 것 같다는 유시민 작가. 누구보다도 진보주의자지만 그는 진정한 보수주의자 맹자를 좋아한다. 세상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책 읽고 글 쓰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책을 읽는다는 사회과학도 유시민은, 50세가 넘으면서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과학을 공부해야 인문학이 온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유시민은 좋은 정치를 도와주는 책 읽기, 책 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경구 스파도 할 수 있고 낮잠도 잘 수 있는 도서관
명문 출판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한경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총장은 아버지의 배려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출판사의 고문 역할을 하는 그는 좋은 출판사가 존재해야 좋은 책이 기획되고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공공도서관이 잘 되어 있는 부천시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돕고 있는 한경구는 디아스포라문학상을 주목하라고 권유한다. 도서관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지적으로 노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면서 낮잠도 잘 수 있는 편안한 의자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파도 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지적 사치를 즐길 수 있는 도서관! 그가 꿈꾸는 도서관이다.
조성기 창작은 독서로 가능하다
입주 아르바이트를 하던 집에 꽂혀 있는 잡지 100여 권을 전부 읽고 나니, 어느새 펜을 들고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작가 조성기. 그의 창작은 방대한 영역의 책 읽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법대에 진학했지만 사법고시를 외면하고 소설가의 길을 택한다. 인생을 비굴하게 살지 않도록, 품위 있게 살도록 도와준 한 권의 책으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꼽았다. 책은 독자 스스로 끝없는 질문을 하고 다시 질문에 답하게 한다. 조성기는 그 반복적인 탐구와 성찰이 문학 작품과 문학가를 탄생시킨다고 말한다.
박종일 민찬 한국사! 얼마나 경이롭습니까
『민찬 한국사』(전 27권)와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를 출간한 도서출판 한길사를 신뢰하는 박종일. 그는 한길사의 오랜 독자이면서 번역가다. ‘재일교포모국유학생 간첩단사건’으로 잡혀가 독방에서 고전을 비롯해 역사서와 철학서를 읽어냈다. 독서의 중심 주제는 민족공동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책이다. 읽고 싶은 책이 번역되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번역해 출간하고 있다. 현재 헤이리 예술마을에 살고 있는 박종일은 자신이 모아놓은 책을 죽을 때까지 실컷 읽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