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시비(市費) 1억 원 이상을 보조하는 지역 축제·행사 84개 가운데 20개가 폐지 기로에 직면해 있다. 지난 19일 개최된 ‘축제·행사 평가 토론회’에서 시민배심원단이 이 같은 폐지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유사·중복 사업이 많고 행사 내용이 너무 세분화돼 있으며 효과대비 사업비가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게 주요 이유다. 울산시는 “시민배심원단이 폐지 의견을 제시했을 뿐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 8월 김상욱 시장이 일부 지역 축제·행사에 거부감을 표시한 걸 보면 20개 사업이 폐지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일부 단체와 지역 언론사에 지원되는 축제·행사 보조금 규모가 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한해 지역 축제·행사에 지원되는 총 346억 원 가운데 145억 원이 지역 언론사에 지급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 탓인지 폐지 예고 대상에 오른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언론사 주관 축제·행사다. 그러다 보니 유사한 내용의 행사가 겹치고 세분화됐으며 사업비가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언론사 주관 행사라는 너울 때문에 지역을 널리 알릴 수 있고 투자 대비 효율성이 뛰어난 축제·행사가 고사 위기에 몰려 있을 수도 있다. 한 예로 세계 명문대학 조정 페스티벌은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는 이 도시에 최적의 수단·방안이다. 유럽·미주·일본·중국 대학 젊은이들이 울산 태화강에서 역주하는 모습은 조정 페스티벌이 없으면 보기 어려운 것이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명문대 학생들에게 울산시를 알리는 효과는 그동안 적지 않았다. 또 명문대생 일부가 지역 초등학생들과 만나 그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시민배심원단이 제시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도 어렵다. 그들을 선발한 과정을 보면 ‘특수한 이익 관계’를 배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익 관계를 배제하다 보니 수평적 관계가 배심원단 구성의 핵심 가치가 되고 말았다. 문화·예술 행사, 축제는 민주성보다 전문성이 더 요구되는 분야다. 추첨하듯이 선정된 그들이 지역 축제·행사의 가치와 필요성을 얼마나 간추려 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울산시 설명대로 이번 20개 사업은 ‘그런 의견만 제시됐을 뿐’ 최종 결정된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