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종일 어시장에서 살아간다. 시장이 내 일터인 셈이다. 그리고, 내 시장은 하나가 더 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사이버 시장이다. 나는 어시장에서 또는 어부들로부터 생선을 사서 사이버 시장에서 팔아서 돈을 번다.
그런데, 나는 어시장은 신뢰를 하지만 사이버 시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 내가 그 동안 오랜동안 돈을 벌어온 그곳이 믿음이 가지 않을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든 시장이 있다. 시장에서 물건의 교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시장에는 상품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상품에 대한 정보는 그 상품의 품질 뿐만아니라 상품의 이력까지 포함된다. 상품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힘들기에 그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관리를 했는가. 그 상품이 어떤 경로로 시장으로 나오게 되었는가. 심지어 그 상품을 생산한 생산자의 성격은 어떤가. 그 상품은 언제 시장으로 나왔는가. 지금 이 상품을 팔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앞으로 이 상품은 어떻게 거래가 될 것인가.
상품에 대한 정보는 이렇게 다양하고 섬세하다. 사실, 과거의 시장에서는 이런 정도의 상품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현재도 이곳 어시장에서도 상품에 대한 이런 정도의 정보는 널려있다.
어느 어부가 어느 바다에서 언제 잡아왔고, 그 어부는 고기를 어떻게 다루고, 이 고기는 앞으로 어떻게 팔려 갈것이고 어부의 부인의 성격은 어떻고, 이고기는 저장을 어떻게 해야 하고.....
이런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경매사는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경매사의 고기를 사는 소비자 또는 중간 상인 역시 이런 식의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 시장인 것이다.
그런데,사이버 시장은 어떤가, 그곳에서의 상품에 대한 정보는 무엇인가, 가격 뿐이다. 그리고 사진이다.
가끔 상품에 대한 이력도 올라가는데 그것 역시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소비자 역시 그 상품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한다. 당연히 돈을 지불했으니 당장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시장은 그렇지 않다. 그 상품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생산자와 소비자와 유통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억지를 부리지않는다.
사이버 시장 뿐만아니다. 대형 매장이나 텔레비젼 쇼핑몰에서 조차 그 상품에 대한 것들은 눈 앞에 보이는 포장 된 모습 뿐이다.
그 상품에 대해서는 겉으로 드러나 것과 가격 뿐이다.
그 상품이 걸어온 이력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소비자 또한 그것에 관심이 없다.
소비자의 관심은 오로지 가격 뿐이다. 돈을 주고 싸게 사는 것만이 당연한 것으로 안다.
그리고, 대형 매장의 유통인들은 자신들의 판매망을 무기로 생산자를 협박하여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상품을 사들인다.
한마디로, 폭력과 거짓과 눈속임과 성급함 만이 난무할 뿐이다.
어시장이나 시골 5일 시장은 그렇지 않다. 생산자을 협박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정에 덤이 있기도 한다. 덜 팔리면 다음 장에 팔면 된다. 그것이 안타까워 소비자는 떨이로 사가기도 한다.
그리고, 상품의 유통이 꼭 정당하게 거래되는 것도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뒷구멍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것 역시 그 시장에 필요에 의해서다.
그래서 어시장과 시골 5일장은 亂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혹은 일부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는 시장이 발달한 형태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다.
자본주의는 시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시장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서든 있어 왔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옳바른 시장의 기능을 왜곡 시켰고 그 기능을 폭력적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이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고 있는 중이다.
자본주의는 심지어 돈으로 주고 팔 수 없는 사람(노동)과 화폐 마저도 거래를 하게 만들었고, 진정 공공재가 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사용될 토지와 교육과 의료 마저도 사고 팔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