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바람에 베여
과다출혈로 누레진 채
낙하를 기다리는 잎의 숨이 엷다.
나서 머물다 이별하고 사라지는 이치.
일의 후에 알면 슬프지만
미리 알면 담담한 일상이다.
탄력 잃은 늙은 잎이
가지와 이별하는 경계에
지워지지 않는 눈물이 새겨져
“떨”어져야 하는 사연이 “켜”로 남은
“떨켜”;
기록인가, 흔적인가,
상처인가, 흉터인가?
마지막 숨을 끌어모은 석양이
절명의 아름다움을 그릴 때
그는 이미 이승이 아니다.
어둠의 홑이불 덮고
고요의 즐거움에 잠겨
나마저 잊었는데
너를 기억하랴.
잊으리라, 잊었으리라.
귀는 바람에 날려 악기 없어도 즐겁고
눈은 흙에 들어 풍광 없어도 고와라.
환영의 삶이 왜 이토록 길까.
오로지 마음뿐이라던데
마음 하나 끊는데
평생이 짧았구나.
마음아, 마음아, 없던 마음 부르던 어리석음아.
돌이켜보니 이별할 것도 없구나.
본디 없음인데 무엇과 이별하랴.
첫댓글 가을이라 더 슬프네요
돌이켜보니
만나던 날마다 이별이었구나.
그대의 해금 소리가 가슴을 찢으며 스미더니
아쟁 소리는 가슴통을 울렸다는데
소리 듣지 못한 지 십여 년.
만남의 반가움도 다 발설치 못했는데
헤어짐의 슬픔인들 말해 무엇하랴.
어제의 비와
오늘의 낙엽으로
내리고 지는 이치가
자연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자연스럽게 본디로 돌아가는구나.
두 줄 꼭대기에서 두 방울, 사과의 뺨으로 붉던 그대여, 내내 안녕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