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친구들에게 죄송스런 말씀 드립니다. 어제 구급3탄을 예고 했었는데 보고서용으로 초안을 작성한 장문이 있어 먼저 올립니다.
오늘은 2003년 6월 4일, 오늘처럼 나의 구급활동중에 지루했던 순간은 기억에 없구나!
숨가쁘던 출동이 멎은체로 오늘을 회상하며 보고서를 만드는 이순간 만큼이라도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프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나에게는 고통스럽고 기나긴 시간이었다.
머리는 멍멍한 상태로, 컴퓨터가 무리하게 작업하다 보면 멈추어서 마우스나 자판을 아무리 움직이고 두들겨 봐도 반응이 없이 멎어 있듯이 나의 두뇌상태도 또한 오늘 활동할 양을 모두 하였는지 무겁고 찌끈찌끈하여 잠시 죽음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다.
내가 구급대원으로 활약한 기간이라면, 지금 근무하는 파출소에서는 2003년 4월 1일부터 시작하여 2개월여 되었으며, 약 2년 6개월전에 타파출소에서 2개월, 구급대원이 사고가 있을 때 대리로 활동한 경력 모두 합해야 5개월여 밖에 안된 신참내기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숨을 거둔사람, 추락한 사람, 교통사고, 사고부상등 수많은 환자를 접했던 순간들이 되새겨진다. 급자가 동공반응이나 호흡,맥박이 없어 죽은줄 확신하면서도 단지, 사망판정을 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거품을 물고 있는 할머니의 입에대고 나의 깨끗한 입술을 포갠체 제발 살아나라고 입김을 불어넣고 가슴을 누르던 일, 자식없는 불쌍한 노인들이 아파서 병원이송중인 구급차안에서 고맙다고 울먹이면서 손을 꼭 잡아주던일, 세상이 살기 싫어 살충제등 농약을 마시고 고통스러워하던 환자들, 술에 취해 길위에 쓰러져 자기의 안방인양 편안하게 잠을 청하던 사람들 등등, 다시 한번 지나간 날들이 스쳐 지나가는구나!
며칠전 우리파출소에 유래가 없을법한 16건출동이란 대기록을 세우고, 그제는 15건을 하여 코피를 쏟을정도로 몸이 고단한데, 에누리없이 오전중에 3건을 하고나니 오늘도 심상치가 않을거란 생각을 하였지만 이렇게 고단한 날이 될줄은 몰랐다.
내가 구급에 관해 복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하여튼, 요즘들어 구급출동이 짜증나리만큼 출동이 잦아졌다.
직원들은 내가 구급을 잘하여 환자들이 많으니, 어쩌느니 이구동성으로 격려의 말을 하며 위로를 해주시니 고맙고 조금이라도 힘이난다.
13시 31분 송원대학교 4층 여자화장실에 다리가 염좌된(삐임) 급자가 있어 들것으로 땀을 뻘뻘흘리면서 아래로 들고 내려와 구급차안에서는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두손으로 다리를 붙잡고 20여분이 걸려 병원에 도착하니 양손이 마비증세가 오듯이 힘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귀소도중에 “제발 구급출동이 그만 있었으면 좋겠다.” 구급차를 운전하던 동료가 휴무라 다른 동료와 호흡을 맞추는데, “그 동료도 참 힘들겠다. 아무리 내가 구급을 원하여 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요즘같아서는 견들기 힘들구나!” 생각하면서 서로 위로를 해주면서 전남방직옆 도로를 달려오던중, 무전으로 우리구급차를 찾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아아! 또 출동이구나! 이번엔 어디이며, 누가, 어떻게, 왜” 피곤함을 표현하는 단어와 의문들이 순식간에 스치운다.
위치는 기아자동차 부근인데 카니발7634호 차량안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차안에 의식을 잃어 누워있다고 하니 정말로 응급상황이다. 응급상황이라 빨리 가기는 가야하겠고, 기아자동차 부근이며 카니발 7634호라고만 하는데 답답할일이다. ‘기아자동차만 하더라도 부지가 웬만큼 넓은 곳이던가!’ ‘남문.서문.정문등 명칭만이라도 알려주면 찾기가 좀더 쉬울텐데!’ ‘혹시나 차유리창을 모두 올리고 밀폐된체로 자다가 안에서 질식되었을까?’ ‘그렇다면 열사병이니 몸을 식히며 산소를 공급해주며 이송을 해야 할 것이고!’ ‘피곤하여 차안에서 잠든 것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이 신고를 하였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그 다급한 시간에도 떠오르는 것이다.
신고자와 통화를 하여 위치를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알고 환자의 상태를 알고 대처하기 위해 구급차 핸드폰으로 계속 시도하였으나, 연결이 되지않았으며 첫 번째 진행 방향은 터미널쪽에서 버들마을 쪽으로 달려가서 유턴하여 기아서비스(기아자동차1공장)를 한바퀴돌고 다시왔던 길을 돌아서 다른쪽 기아자동차공장(2공장)을 돌아 둘러보았으나 발견할 수가 없었으니! 기아자동차 부근이라고 하는 곳은 다 둘러보았는데 찾을길이 없으니!
어쩌면, ‘어제 새벽에 구급신고를 해놓고 전화기를 꺼놓은 사람’처럼 누가 장난을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상황실에서 제대로 접보를 받아줬으면 하는 원망도 드는 것이었다.
일단 기아자동차 부근이라는 곳은 다 둘러보았으니 다시 상황실과 무전교신을 하여 재차 확인해보아도 “기아자동차부근이며 카니발7634” 라고만 하니 안타깝기만하다. 아무리 신고자의 핸드폰을 열어보려고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 꺼놓았는지 받을수 없는 상태라는 예쁜아가씨 목소리만 들리고 이런 상황들을 상황실과 교신하니 신고 접보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인 듯, 한숨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신고를 접수 받았고 출동중인데 급자가 의식을 잃고 있다니! 잠을 자고 있다면 다행일것이로되 그대로 숨져 있다면, 출동한 나의 입장에서 죄책감을 안고 이생활을 해야 할것인데 ‘과연 나의 양심상 쉽게 잊어버리고 주어진 일에 충실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2년여전 위암으로 고생고생하시다가 운명하시고 나서, 살아생전 나의 잘못을 생각하며 후회를 하면서, 한동안 술만 마시면 어머니가 그리워 처자식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왜! 우느냐?”고 하면 “술이 취하니 저절로 눈물이 나온다.”고 핑계대며 어머님 생전 못다한 효도를 속죄의 차원에서 아픈환자들을 대할 수 있는 구급대원을 하여 나의 불효를 마음속으로나마 삭감하려고, 구급교육을 보내달라고 하여 어렵사리 이순간까지 왔는데, 이번 급자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불행한 일이 발생된다면 어머님 산소에 가더라도 면목이 없을 것 같고, 위급한 환자를 1명이라도 살리기 위하여 구급차량을 타고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진정으로 구급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급자를 생각하니 포기할수 없는 일이다.
다시한번 1차 진행했던 방향으로 재차 진행하면서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소리만 반복될뿐 도무지 통화가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1차 시도했던 것 보다는 더 유심히 살피면서 진행을 했는데 도무지 신고차량은 보이질 않는 것이다.
주정차된 것과 진행중인 카니발 차량은 5~6대 보았고 번호를 확인한바, 신고차량과 번호가 비슷한 것은 우리 두명의 눈에는 띄지 않는 것이었다.
두 번이나 확인하여 찾지 못했으니 화가 치밀어오를 지경이다. 그나마 피곤하여 몸에서 땀도 나고 화끈거리면서 머리가 아파오는데, 이러다 내가 그대로 병원으로 실려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지경이다. 에어컨이라고 틀어 났으나 그것도 컨디션이 좋을 때 시원한 효과가 있는 것인데, 응급환자를 찾지 못하고 두 번이나 해메이고 있는데....
또다시 무전으로 상황실과 교신을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서장님이 무전으로 나타나신게 아닌가! ‘아!아! 심각하다.’ 서장님께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계신상황이니, 걱정이 앞선다. 급자를 찾아서 별일없으면 다행이고, 이렇게 떠돌다가 발견 못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간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따가운 시선들까지 눈에서 아른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서장님께서는 무전을 들어 상황을 예측하신 듯, 나중에 차량이 발견되었던 길을 지칭하며 다시한번 둘러보고 상황실과 연락하여 경찰에도 협조요청을 받으라고 하시는 것이다. 서장님께서 말씀하신 길을 따라 세 번째로 진행을 하였다. 물론,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하면서......
그러나 허사였다. 3회에 걸친 순회 및 10여차례의 통화노력이 무산되니 허탈할 수 밖에... 그만, 우리가 이정도로 성의를 다하여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였으니, 진정으로 급자가 발생했으면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었을 것이고 당연히 연락이 올것인바 그만 단념한체 무전교신마져 싫어져 핸드폰으로 상황실에 설명하고 귀소하여 사무실에 들어와 구급일지와 근무일지를 정리하려는데, 재차 출동지령이 떨어졌다. 일단은 출동지령이 나왔으니, ‘신고자와 연락이 되었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새롭게 신고가 접보되었거나!’ 그런 상황일거라 예감하면서 즉시 출동중 무전으로 재차출동을 알렸더니 “기아자동차에서 한국병원방향으로 신호대기중”이라고 다시 신고가 왔다는 것이다. 청사쪽 기아1공장에서 한국병원쪽으로 진행하니 이번에도 없는 것이 아닌가! 또다시 무전으로 상황을 설명하며 핸드폰으로 신고자와 연락을 시도한바 결과는 마찬가지, 전화를 받을수 없다는 메시지만 나오고 정말 이제는 초조해진다. 이번에는 결코 찾아야만 한다. 어쨋든 꼭 찾아야 잠시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 같았다.
상황실에서 신고자와 재 통화한바 이제는 “유촌동에서 터미널방향”이라고한다. 한국병원쪽에서 기아2공장쪽으로 직진하여 우회전하여 터미널 방향으로 가다가 유턴하여 돌아오던중 한국차량공업(주) 옆 편도 5차로상에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2차로상에 카니발 한 대가 신호를 넣고 서있는 것이다. 그것도 신고차량과 같은 번호인 카니발 7634호.......
우리가 10여회에 거쳐 지나갔던 그곳 도로상에.... 잠시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급자는 어떻게 됬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급히 차에서 내려 사고차량에 다가가니 40대 여성이 운전석에 머리를 뒤로 기댄체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어깨를 흔들며 의식상태를 확인하니 “머리가 어지러우며, 잠시 의식을 잃어버렸나 보다!”고 하는 것이다. 속으로 일단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자신의 상태를 어느정도 알고 있을 정도로 의식이 있으니 살아있다는 기쁨이 그동안 긴장감을 쓸어내리는 것이다. 얼굴이 무척 피곤하게 보이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 즉시 들것에 옮겨서 나는 구급차로 옮겨싣고 동료는 급자의 차량을 도로가장자리로 이동시키고 제일 가까운 한국병원으로(약 400M 거리)이송을 하게 되었다.
구급차에 탑승과 동시에 산소를 공급하며, ‘평소에 지병이 있었는지?’ ‘오늘 식사는 걸렀는지?’ 물어본바 그런일은 없고 아침에 약간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운전중에 갑자기 의식이 희미해져 정차한체로 신고를 하였다.”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고 기억을 하고 있다니!
무전으로 환자상태 및 이송상황을 보고하면서, 초조해했던 서장님을 비롯하여 사무실에서 무전교신을 듣고서 걱정을 하였을 직원들 또한 안도하실걸로 생각하니 너무나도 기뻤다.
병원응급실에 도착하여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산소를 공급받고 있는 환자를 뒤로하고 나오는 내 마음은 날아 갈 듯 흐뭇했다.
귀소하여 사무실에 도착하니 직원동료들께서 염려하셔서 모두들 기다리고 계셨고 “수고했다.”는 한마디에 피로가 가시는 듯 하다.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카니발차량에서 급자가 직접 신고하였으며, 의식이 혼미해지는 순간까지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 했으나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어서 정확히 전달 할 수 없었고 옆을 지나가던 차량들은 정상적으로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 차량으로 생각하여 의심을 하지 못했고, 우리구급대가 현장을 지나쳤을 때는 사방으로 차량들이 신호를 대기하면서 정차했던 것으로 그 차량들에 의해 가리워져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무사히 구급의 손길을 기다려준 수혜자가 고맙게 느껴진다.
첫댓글 참 힘든 직업임에는 틀림없다.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군...수고하셨습니다. 김성호대원을 비롯한 구급대원여러분들...
성호야~~~고생많다..니덕에 내가 산다....^^그리고, 지하철에 불이나도 언능 들어가 사람들 마니마니 구해주고~~~
정말 고생이 많네.무어라 감사해야할지 마음이 뭉클해 지는구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