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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scandal)
[명사] 1.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2. 불명예스러운 평판이나 소문.
가수 D 군 섹스 스캔들. 세기말 온 오프라인 언론계를 뜨겁게 달구던 대한민국 엄청난 스캔들 제목이다. 당시 신문지 1면은 물론 동 시간대 3사 방송국 9시 뉴스에서도 꽤나 무겁게 다루던 속보였다…. 그러나 2011년 현재. 하루가 멀다하고,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지금은 점점 모두가 시간 속으로 그들을 잊어 가는 듯 보였다.
" 어-여 왔어 ? 앉어. "
1월의 아늑하고 조용한 홍대 까페 안. 다들 추위를 피하려고 실내는 벌써 많은 사람들로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유리문 바깥에서 부터 녀석이 손짓하는 모습을 알아보고 안으로 들어와 성큼성큼 걸어가 앉았다. 마른 원목 자재로 만든 것 같은 작은 탁자 위에는 방금 내온것 처럼 카푸치노가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 뭘 또 이렇게 완전 무장하고 나왔데. "
녀석이 얼굴을 꽁꽁 감싸고 두른 내 목도리와, 깊게 짖눌러 쓴 모자를 벗지도 않고 가만 있던 나를 보고 답답해서 한 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않고 커피잔을 들었다.
" 야. 이제 괜찮대도, 이 한파에 너 알아보는 사람 이제 없는거 같으니까. "
‘짜식이... 의식만 쩔어가지고..’ 앞에서 핀잔 놓던 녀석도 그제서야 커피가 든 잔을 들어올려 입가로 한모금 가져갔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 보던 나는 낮게 입을 열었다.
" 아직도 내 집앞에 서서 대기하는 기자들도 있어. 정말 죽겠다. "
" 이야.. 벌써 몇년 전 일인데 그걸 ? 미쳤네. 그놈들은 추운지도 모르나 본데. "
나는 무의식 중으로 다리를 떨었다. 그리고 쭉 까페 실내를 훑어 보았다. 실내 인테리어에 꽤나 용쓴것 같은 내부 안. 그 곳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의 친구들과,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맞대고 앉아 즐겁게 떠들고 얘기하는 모습들,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다. 나는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했지만 다행히 사람들은 자기 일에 더 바빠 보였다. 그랬다…. 전부터 이렇게 나는 주변을 병적으로 의식하곤 했다. 외출이야 얼마전 부터 가능한 것이였다. 나는 그렇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 오질 못하였다. 그 날 이후로 부터. 대중들에게 무참히 죽어버린 나의 기념일로 부터.
" 그나저나 너.. 걔 찾긴 했냐 ? "
친구 K 녀석의 말에 떨고 있던 다리를 멈추었다. ‘걔 있잖아. 너 사진 찍어간 파파라치.. 찾아 다녔잖아.’ 혼자서 떠들어 댔다. 만나면 꼭 물어보는, 그치만 나는 대꾸 하지 않았다. ‘야 뭐야? 어딜 그렇게 봐..? ’ 친구 녀석의 말 따위는 그 순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시선고정.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니 내 두 눈을 믿지 못하였다. 예전처럼 1분 1초라도 놓쳐 버릴것만 같은 예감에 눈 깜빡 거리는 것도 잊어버렸다.
" ...찾았어. 드디어. "
내 시선이 머문 곳. 그토록 숨죽여 지켜본 그곳에는... 6년 간이나 쫓아다닌 그녀가 있었다.
* * *
뭐에 홀린 마냥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그대로 카운터로 향해 걸어갔다. 매대 앞에 서자, 벌써부터 그윽히 원두 냄새가 풍겼다.
" 주문 도와 드리겠습니다. "
카운터를 보고있던 여자가 기계적으로 건낸 말이였다. 깊숙히 쓴 야구 모자 밑으로 그녀 입술 모양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체 말없이 있었다. 그러길 10분 째. 한동안 내가 가만히 서있자 어느새 뒤로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아무것도 않고 서 있는 나를 보며 뒷 사람들이 먼저 뭐야? 주문 하는거야 뭐야? 어렴풋 욕설도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우뚝 서있었다.
" ..손님 ? 주문 하시겠어요? "
또다시 여자의 난감해 하는 목소리 였다. 입술 모양도 그랬다. 나는 슬슬 고개를 들었다. 언제나 그 표정이 궁금했다. 모자 밑으로 그녀의 입술, 인중, 반듯한 코.. 차례대로 비춰졌고, 드디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사이 피식 웃음이 났다.
" 잘지냈어요? 나 알죠? "
" 네? 무슨.. "
그리고서 여자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3분 후. 갑자기 그 입에서 헉 소리가 났다, 입가로 무식하게 주먹을 갔다댄다. 이제 좀 기억이 나는가 보다. 하지만 그래놓고는... 순간 샥 사라지는데 이거슨 카운터 아래로 몸을 숙인 것이였다. 숨을 곳을 찾는것 같다. 하지만 어쩌냐.. 내 키 높이에선 훤히 보이는 걸.
" 또 도망치려고 ? "
매대 밑에서 슬금슬금, 엉금엉금 기어가는 그녀에게 들리도록 내가 불쑥 던진 말이였다. 그 말에 그녀는 얼음장 처럼 얼어 붙어선 경직된 모양으로 구부정 구부정 일어서는가 싶더니 난감해 하는 그 표정은 보여주지 않고 뒤 돌아선 체로, ‘저 파트타임 알바 끝났거든요.’ 하며 staff only 라고 크게 적힌 문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나는 그제서야 망부석 처럼 서있던 몸을 가누어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 여자 손목을 잡아 강제로 밖으로 끌어내는데 왜 이러세요, 이보세요, 으악하는 비명 소리가 어깨 선에서 미친 3단 고음으로 들려왔다..
* * *
시간은 6년 전. 2005년 3월 2일. 삼일절이 지난 다음 날은 초중고 할거 없이 전국은 입학&개강 시즌이며, 이때 마다 캠퍼스는 득실거리는 대학 새내기 생들로 붐빈다. 때는 Y대 피아노과 신입생 환영회. 음대생이였던 나는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피나는 노력 끝에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나는 꽤나 잘 나가는 가수였다. 바로 대학 가요제에서 입상을 하고 운 좋게 가수가 된 케이스였다. 이름을 떨친 후. 공중파, 지상파 할거 없이 하루엔 자는 시간이 반나절도 안� 만큼 혹독한 스케쥴을 소화해 냈지만 나는 올해 들어 한번도 강의를 빼먹지 않고 매일 출석했다. 힘든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3월 2일 나의 첫사랑 그녀가, 새로 우리 과 교수로 왔기 때문이였다. 바로 내가 4학년이 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 하지만 나는 그날따라 스케쥴을 강행했던 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나와 같이 학창 시절 같은 학교를 다니고, 역시나 대학도 같은 과인 내 불알 친구 K가 줄기차게 연락해 왔다. 그녀가 한국에 왔다고. 정말 와 버렸다고 그것도 교수가 되어서. 피아노 선생님이 꿈이였던 그녀가 마침내 긴 유학 공부를 끝내고 돌아왔다는 것이였다. 무작정 내가 아픈 것도 모르고 BMW를 타고 밟았다. 뜬구름 잡듯 가는 길에 꽃집에 들려 그녀가 좋아할 장미 꽃 한다발도 사서 챙겼다. 내 첫사랑 그녀. 바로 그녀는 학창시절 나의 피아노 선배였는데 그녀는 엘리트 코스였다. 집안, 학벌 뭐 하나 빠지는것 없었다. 그에 비해.. 나는 초라했다. 그 당시내세울 것 하나 없던 내가 그녀 앞에서 당당해 지려면 성공 해야했다. 얼마나 수도 없이 오디션을 보았던가. 하지만 그녀를 향한 지독한 열정 때문이였는지 나는 어느덧 가수가 되 있었고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줄곧 좋아했었다고. 어디서 나온 용기일까 그자리에서,신입생 환영회가 끝난 그날 밤. 고백해 버렸다. 그녀도 어쩐지 웃으면서 대답은 않고 엉성하게 꽃을 들고 서있는 나를 보며 자꾸 웃기만 했다. 그러면서 보고싶었다고.. 못본 사이 많이 남자 다워졌다면서.. 그 날은, 서로의 깍지낀 손을 잡고 나란히 신촌을 걸으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사귀는 사이가 되 버린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1일이지? 달력에 기념일을 함께 세어보며 그녀가 묻는 말이 늘 이랬다. 언제나 이렇게 맞대고 웃을 수 있는 날이... 그새 한 학기도 가고, 계절은 변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영영 강산이 변할 때 까지도 이 행복함은 영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 또 한 헤어짐이란 없을 줄로만 알았다..
" 교수님. 나 오늘 녹음있는데, 이것 좀 같이 쳐주시죠. "
" 바보. 그게 부탁하는 소리야 ? "
죽마고우 K도 모르는 비밀 연애 답게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제자 사이로써 또다른 미묘한 감정이 흘렀다. 또 그날 따라 피아노실은 왜이렇게 밀폐 되었는지, 체감 온도는 왜이렇게 더운지..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 그녀와 나란히 피아노에 앉아 녹음에 쓰일 악보를 펼쳐 꽁짜 데이트. 개인 레슨을 받았다.
" 여기는 도샵으로 쳐야해. 악보 보고있니 ? "
그녀의 꾸지람에도 미친듯이 심장은 터질것 처럼 뛰었다. 혹시나 그녀에게 들리진 않을지.. 내 손등 위에 포개어 선반을 꾸욱 누르고 있는 그녀 피부 감촉이 좋았다. 점점 긴장하는 나는 조급해져서 손에도 땀이 났다. 그러니까 등 뒤는 36.5도 그녀 체온과, 내 목덜미 너머로 피부에 와닿아 그녀 숨소리가 들려 오는 중이다. 아아 틀렸다. 안돼겠어..
" 저 혼자 쳐볼께요 잠시 떨어져 있어보세요. "
그리고 침착하게 나는 혼자 악보가 아닌 그녀가 옛 부터 좋아했던 재즈 피아노 한 곡을, 에디 히긴스의 Autumn Leaves를. 어느 순간 그녀도 내 옆자리에 앉아 같이 반주를 해주고 있었고, 한바탕 신명나게 우리는 소통하고 있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후렴구 안에 우리가 나눠 갖은 피아노 건반에서 서로의 손이 겹친 순간.. 나는 천천히 선반 위에서 손을 뗐다. ‘전 지금 한박자 쉬고 키스할려고요. 교수님.’ 그리고 그녀에게 키스했다. 우리는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었고, 거기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바보 같은 나는 목, 가슴, 학교라는 장소를 잠시 잊고 진한 스킨십을 이어갔다. 그 후로도 우리는 이 피아노 실에서 더욱 더 학교에서 교수와 제자라는 판타지 안에서 몰래 밀애를 즐겼다. 그게 앞으로의 화두가 될 줄은 잠시도 생각 못한 채.. 그러던 어느 오후. 햇살 좋은날 나는 그녀를 데리러 설레이는 마음으로 BMW에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소속사에서 전화가 오더니 지금 당장 회사로 오라며 자세한 얘기는 와서 하자며 급하게 끊는다.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헨들을 꺾어 방향을 틀었고 뭔가 좋지 않은 기분에 내심 입술을 훑었다. 그리고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후 웃기지도 않은 광화문 광장 빌딩 LED에 적나라한 사진들로 도배 된 뉴스 속보를 접하게 되었는데, 글쎄 뭐라더라.. 가수 D 군 섹스 스캔들 이라고..?
" ...저거 뭐야..? "
그녀에게 달려갔다. 곧이 곧대로 그녀에게 달려갔지만 마침 전화가 왔다. 우는 소리가 들린다. 눈물을 훔치면서... 기어이 말을 토해낸다. 한국 싫다...너도 싫다. 더러운 년 무슨 년 이렇게 낙인찍는 한국이 싫다고. 생각보다 여론은 잔인했었다, 화살은 나에게 향하는가 싶더니 대중들과 독한 팬덤들은 그녀를 겨냥 했다. 어떻게 알아낸건지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는 전화는 물론이고, 벌써 기자들은 들이 닥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 떠날것이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것이라고 자기 지금 공항이라고... 그리고는 인생에서 사라져 줄께. 나란 남자 잊겠다고 한다..너도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줘. 다시는... 멋대로 그 전화는 끊겼지만, 나는 공항을 향해 미칠듯 밟았다. 도로 질서 따위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차를 버리고 달렸고 로비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을 헤짚으며, 미친 사람처럼 관문 앞을 뚫고 달렸다. 나를 �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날 따라 왔지만 긴 황야 아스팔트 활주로에 다 다르자 마자, 그런데 머리 위로 비행기 하나가 점이되어 느리게 날아간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멈춰 줘야 했다.그냥 다리에 힘이 풀렸다. ‘L.A행 비행기 am 11:45. 지금 막 출발 하였습니다....’ 그 안내 방송 목소리가 귓가에 반추되는듯 하였다. 하늘을 바라 본다. 멍하니. 그게 미치도록 새파랗다. 절대 손으로 뻗어보지만 닿지 않는다. 이다지도 하늘이 높았나.. 그제서야 눈물이 났다. 나의 첫 사랑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6년전의 나도 이대로 그 자리에서 산산 조각 나졌다.
* * *
" 주문 도와 드리겠습니다. "
내가 아까부터 답답해 보일 정도로 목도리를 길게 두르고 뉴욕 양키즈 로고가 크게 새겨진 야구 모자를 쓴 어떤 손님에게 말을 건내며 막 카운터 앞으로 섰을 때이다. 그렇게 한 5분을 넘게 아무말도 않고 아래 매뉴판만 보는것 같았는데. 뭐야..? 멍하니 그 고개숙인 정체불명의 손님 입술만 떨어지기를 목이 빠지게 마른침만 삼키며 기다리다가 또 5분이나 흘렀다. 그러자 어느새 다음 손님들이 하나둘 그 남자 뒤로 줄을 이루고 있었다. 슬슬 나도 짜증이 났다.
" ..손님 ? 주문 하시겠어요? "
내가 한번 더 물어본 순간이였다. 그러자 내 앞에 그 남자 손님이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입가엔 굉장히 옅은 미소로 웃고 있었다.. 나는 순간 파노라마의 영화의 여 주인공 처럼 머리속이 백지장 처럼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착각인 줄 알았다. 닮은 사람인거 겠지.......그래 그땐 그러했다.
" 나 기억하죠? "
" 네? 무슨.. "
얼이 쏙 빠진 느낌으로 그 사람을 보고 있는 나. 장난치지 말라고 지금 당장 말하고 싶다. 그치만 나는 몸소 베인 병적인 감각으로 숨을곳만 찾고 있었다. 지금 이 현재 상황에서 빠져 나가고 싶었다. 나는 매대 밑으로 몸을 숙였고 엉금엉금 뒤로 빠져나갈 생각에....그러니까..
" 또 도망치려고 ? "
내 머리속은 어짜피 하얘진지 오래였고, 상황파악을 해야하는 뇌는 딱딱하게 굳은것 같았다. 이것 좀 놓고 얘기해요! 이보세요.. 왜이러세요!! 최대한의 내가 취할 방어 태세는 갖췄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어느새 그남자의 손아귀에 이끌려 밖으로, 그 남자의 차에 몸을 싣고있었다.. 그는 여유롭게 차문을 열고 나를 조수석에 태워 넣어 도망 못 가게 안전벨트를 마치 신발끈을 꽁꽁 묶는듯이 꼭 동여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가 운전석에 탔다.부우웅 잠시후 매끄럽게 하얀 차는 홍대 좁은 골목을 빠져 나갔다.
* * *
6년 전 나는 신방과에 재학중이였다. 집구석이 무지막지하게 가난했던 터라 어떻게 어떻게 등록금을 냈는지 조차 모르겠다, 그저 닥치는데로 알바란 알바는 했나보다. 그렇게 내가 원하던 Y대 신방과에 입학, 알바->집->학교 내내 이렇게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한거 같은데.. 아나운서가 꿈이였던 나. 하지만 가혹한 현실적 상황 앞에 꿈은 나와 전혀 동떨어져만 갔다. 당장이라도 돈이 필요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했다. 파파라치는 내 부업이였다. 어쩌다 그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이게 옳은 방법인지..잘한건지 나도 몰랐다. 그땐 어렸으니까, 지금에서야 그렇게 핑게하고 싶다. 가수 D의 사진도 당시 찍고나서 소속사와 신문사에 저울질을 하다가 결국 큰거 한장에 팔아버렸다. 그리고나서 후회했다. 내가 이렇게 사람 인생을 망가뜨려 놓는 구나..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너무 멀리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즈음에.... 몇일 뒤 가수 D를 실제로, 그러니까 그가 나를 찾아와 내 뺨을 후려갈기고 경고했다. 내 인생도 송두리째 망가뜨려주겠다고. 그렇게 그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두고 가버렸다. 그게 악연의 시작이였나 보다.. 그가 지독히도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집이면 집, 화장실이면 화장실, 내가 가는 곳 모든지 나를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일거수일투족을 그 때의 나처럼, 사진을 찍어대면서..은밀한 사생활까지 모두다 바로 내가 그러한 것처럼. 아마도 그는 지구 끝까지 �아 올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한, 오늘처럼 또...이렇게 우연을 가장하여.
" 무슨생각해 ? 맞춰 볼까..? 우리 처음 만난 날 생각하지 ? "
꽁꽁 묶은 안전벨트를 풀다가 지쳐서...멍 때리며 사이드 미러를 보던 나에게 문득 질문을 던지던 그 였다. 앞 유리거울에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멋쩍은 눈으로 어색해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왼쪽에선 약간의 뜨뜻 미지근한 시선이 내 볼쪽으로 느껴졌다.
" 내가 널 때렸었던가..? 많이 아팠냐 ? "
나의 볼을 뚫어져라 쳐다 본다. 그걸 말이라고하냐... 하지만 뜻밖에 그가 슬며시 입술로 미안해. 뒤늦은 사과를 했다. 그치만 미안해할 사람은 나 인걸..아직도 기억난다. 그는 그날 주옥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다 무너진 사람처럼 서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보듬어 줘야 할 것 같은 상처입은 고양이 같았는데..나는 나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약간은 욱한게 좀,
" 내가 맞을짓 하긴 했지.. 근데 너 좀 심했어, 정신과 상담은 받았냐? 어떻게 우리집을 문을 따고 들어와 ? 그것도 나 샤워하는데!! "
내가 꽥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그는 생각이라도 나는 듯 푸핫 웃었다. 그러곤 얇밉게도 볼 것도 없더만....뭐 또 이런식이다. 저 싸가지가...! 그러나 내 생각은 단 요만큼도, 손톱만큼도 하지 않은 것 처럼 실컷 웃었다는 듯이 그가 나를보며 입을 열었다.
" 하하, 야 그래도 내가 너 목숨 구해준건 기억안나냐 ? 너 MP3 듣고 있다가 빨간불에 횡단보도 건너는거 내가 구해줬잖아 바보야. "
그..그건.. 아마도 내가 MP3에 심취해서 듣고 있다가 맞은편 8톤 트럭이 오는걸 모르고 그만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걸었다나 뭐라나..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근데, 그때 내가 듣던 노래는 아마 D의 노래였던걸로 기억하는데...
" 너 그때 내 노래 듣고있었지...? "
그새 어디서 정체불명의 독심술이라도 배워온것 마냥 쿡쿡. 헨들에 손을 얹은체 여전히 기분나쁜 웃음을 짓는 그 녀석.
" 아니거든!! "
" 역시....넌 뼛속까지 내 팬이였어, 너 나 초등학교 때 좋아했었잖아 안그래?ㅋㅋ "
" .......야 그게...!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 야, 너야말로! 술김에 나한테 전화한거 기억안나 몰라? 그렇게 취중진담이 부르고 싶었냐? "
그럴꺼면 혼자 노래방에 가던가! 나는 투덜 투덜 거리면서 녀석을 쏘아보았다.
" 으이구 눈치없긴 여전하다~"
녀석과의 옛날 일들을 돌이켜보며 티격태격 하고 있는 나. 한심하지만 조금씩 옛날 생각이 어렴풋 난다. 놈은 나와 초등학교 동창이였다.. 내가 좋아했던 걸 어떻게 알았지...? 혼자서 만감이 교차했지만 놈의 하얀 차는 어느새 청담동 고급 주택들이 즐비한 작은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의 집 앞. 차를 멈추었다. 그가 잠시후 먼저 운전석에서 내린뒤에 내 쪽으로 빙 돌아서 조수석 차 문을 열어 나의 안전벨트를 손수 풀어준다. 그리곤 내 팔목을 덥석 잡았다.
" 또 도망갈까봐, 넌 지지리도 도망같은거 잘 다니더라. 그동안 어디가 있었어? 호주냐? "
나는 조용히 끄덕였다.. 이녀석 뒷조사 너무 완벽하게 잘했어...... 어느덧 나는 녀석에게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 그래? 내가 그렇게 싫냐. 왕년의 아이돌 스타가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
나는 벙찐 얼굴로 녀석을 보고있었다. 그러자 놈은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내 고개를 푹 품안으로 껴안는다. 나는 오롯히 그 녀석의 품 안에 안겼다.으악 이거 왜이래 ! ! 멍청아! ! 놔줘! 아 소름돋아! 나는 또 최대한의 방어태세를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녀석의 품에서 허둥지둥 하고 있을 때 쯤. 그 목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그러고 보면 내가 니 목소릴 좋아했던거 같다. 그 노래를, 그 소울을....
" 오늘은 말이지, 영원히 도망못가게 못 박아두게, 내옆에. 2011년 2월 10일! ! 이게 우리 1일. 가수 D군 파파라치와 스캔들 1면을 어디 장식해 볼까나....? "
" 뭐야! ? ? "
그러곤 당장 내 몸이 부웅 떴다. 녀석이 날 확 안아서 집 안으로, 녀석의 소굴 안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키스했다. 발버둥치던 손과 다리는 언제 그랬냐는듯 녀석의 목에 부드럽게 깍지 끼고 있었고, 입술을 살며시 뗀 나는 부끄러워서 시선을 어디 둘지 몰랐지만 계속해서 그의 입은 출처모를 기분 좋은 미소와. 그리고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사랑해. 왠지..오늘밤 녀석과의 악연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영원히.. 2월 10일은 그래서 우리들의 기념일. -ENd-
첫댓글 하, 악연에서 인연이라 음~ 근데 이거 파파라치도 그렇고 문 따고 들어간것도 그렇고 알고보니 범죄물?....ㅋㅋ
앞부분을 심각하게 보고있다가 후반 갈수록 주름잡힌 미간이 서서히 풀린 느낌이네요. 잘 읽고가요. ^^
재밋게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