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陝西省) 시안에서..
교회를 지키시는 하나님
2002년 9월 초에 나는 산시성(陝西省) 시안을 방문했다. 도착한 날이 주일이라 한인교회를 찾았더니 목사님이 50여 명의 교인(주로 유학생)들과 한국 식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최윤철 목사님은 자신도 전날 시안에 도착하여 첫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불고기판이 있는 식탁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나는 이 교회와 목사님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느껴 베이징으로 돌아와서도 시안한인교회와 목사님을 위해 매일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다시 시안을 방문하게 되었다. 산시성 정부와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는 도착하는 날이 주일이니 시안에 도착하는 대로 시안한인교회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통보했다. 성(省)정부에서는 난색을 표하면서 한인교회가 위치한 곳이 대사가 갈 만한 곳이 못되니 가지 말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내가 꼭 가겠다고 고집해 시안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바로 교회로 갔다.
교회는 중국인들이 사는 아주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출발한 교회는 성장은 했지만, 여전히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목사님과 150여 명의 교인들은 대사가 찾아온 것에 대해 매우 흥분해 있었다. 나는 그들을 위로하면서, 중국과 중국인을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목사님과 교인들의 가장 큰 고충인 공안들의 끊임없는 단속과
그로 인한 예배의 어려움에 대해 들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 날 여러 공식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산시성 정부의 당서기를 면담하고 환영 만찬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서기는 나와 동갑으로 전에 베이징에 왔을 때 우리 대사 관저에서 식사를 한 적도 있는 나와는 아주 가까운 사이었다.
당서기와 만찬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에게 한인교회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산시성 내 일부 한국인들이 성정부로부터 종교 활동의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화교들이 주기적으로 자체적 모임을 가지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처럼, 한국인들도 자유롭게 그들만의 모임을 갖고 정상적인 종교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성정부가 인정하고 도와주십시오.”
이에 대해 당서기는 흔쾌히 도움을 약속했다.
“외국인들이 자체적인 종교 활동을 가지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한국인들이 종교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에 지시하겠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서 책임자를 한 명 지정해주시면 제가 한인교회 목사와 연결해주겠습니다.”
당서기는 좋다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관리 한 명을 지정했다. 나는 그 관리에게 만찬이 끝난 다음 좀 더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그리고 수행한 대사관 직원을 시켜 최윤철 목사님에게 연락을 해서 바로 만찬 장소로 오셔서 기다리시라고 전했다.
만찬을 마치고, 나는 당서기가 지정한 관리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 목사님을 만났다. 나는 두 사람에게 당서기가 말한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협의해보라고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최 목사님은 나중에 내게 전화를 해서 그 관리를 만나 자신들의 어려움을 잘 설명했으며, 앞으로 성정부에서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서류를 보고 있는데 별안간 성령께서 최윤철 목사님에게 전화를 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전화를 했다.
벨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목사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그런데 목소리에서 상당히 긴장하신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목사님, 옆에 누가 있습니까?”
“네.”
“중국 사람인가요?”
“그렇습니다. 성정부 관리입니다.”
“그를 좀 바꿔주십시오.”
전화를 받은 관리는 내가 며칠 전 시안에 갔을 때 만난 사람이었다.
그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서기가 지시한 것을 그렇게 빨리 이행하기 위해 직접 한인교회에 와주어 고맙습니다.
나중에 당서기를 만나면 당신들의 협조 상황도 잘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는 당황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나는 다시 목사님에게 열심히 하시라고 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목사님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오늘 오후에 성정부 관리들이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여기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하면서 만일 이번에 대사께서 교회 비준에 관한 말씀을 하시지 않았더라면 한 달 후 자기들이 공안을 데리고 올 계획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 관리가 법을 거론하며 우리 교회가 실정법을 어긴 사실을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대사님이 전화를 주신 것입니다. 얼마나 적합한 타이밍이었는지요.
나는 이메일을 읽은 다음,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하나님은 정말 우리를 눈동자처럼 지키고 계셨다.
'하나님의 대사' (김하중,규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