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68〉
■ 이별가 (박목월, 1915~1978)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 1968년 시집 <경상도의 가랑잎> (민중서관)
*설날 연휴가 끝나자마자 날씨가 더욱 포근해져서, 요즘의 햇살 좋은 한낮은 따사한 봄날의 그것입니다. 아무리 봐도 올해의 봄은 예년보다는 빠르게 올듯합니다.
그래도 봄이 오는 길목의 환절기라서인지 주변에서는 생을 마감하는 분들의 소식이 더 자주 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세대들로서는 부모세대를 거의 떠나보낸 입장이고, 마침내 가족 서열상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최고위층(?)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부음을 받으면 왠지 우울하고 씁쓸해지는 이유라고도 할까요?
이 詩는 동생의 죽음을 겪고 난 후 죽음을 넘어서는 인연과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떠나보내는 이의 절박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저편 강기슭’ 즉 피안(저승)에서 동생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이편 강기슭 즉 피안(이승)에서 형이 말하는 내용이 바람에 흩어져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삶과 죽음이 경계에 가까이 연계돼 있어도 볼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끈끈하던 형제간의 인연은 이제 ‘갈밭을 건너는 바람’흔적도 없이 허무하게 같이 스러지며, 하직을 하지말자는 안타까운 다짐도 바람에 날려 흩어질 뿐입니다.
이 詩를 읽다 보면 그 예전 신라의 월명사가 누이의 죽음을 애도한 향가 ‘제망매가’를 생각나게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경상도 방언을 사용하여 대화조로 이야기함으로서 우리에게 소박하고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