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수甘露水
"감로수와 같은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봄 가뭄 끝에 비가 내릴 경우 방송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봄에는 여러 가지 작물의 씨를 뿌려야 하는데 물이 없으면 불가능 하다.
수돗물을 사용하거나 양수기를 동원해 지하수를 퍼 올리면 되지만
그런 물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원천이다. 그러니 가뭄 끝에 비가 내리면 갈라
져 있던 땅이나 가슴이 타들어가던 농부에게 그 비는 달디 단 물이 될 것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감로수의 뜻은
① '설탕을 넣고 끓인 물'이나 ② '맛이 썩 좋은 물'로 되어 있다
①번의 의미로 본다면 감로수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②번의 의미가 되면 약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독하기 위해 투입한 약품 냄새가 나는 수돗물을 맛있다고 먹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는 곳 근처에서 나는 약수도 오염된 경우가 많아 대부분
끓여 먹기 때문에 물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이제 맛이 뒤어난 물은 오염원이 없는 깊은 산속에서나 만날 수 있다.
물을 사 먹어야 하는 시대에 어울리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감로는 산스크리트오 암리타,amrta의 번역어인데 암리타는 '불사의 액체'를
뜻한다. 그래서 인도에는 불사의 존재인 신들이 마시는 음료로 알려져 있다.
이 암리타를 탄 물이 바로 암리타 잘라amrta jala, 즉 감로수인 것이다.
불교에서도 감로수는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불교의 감로수는 인간과 자주 접촉하는 편이다. 관세음보살이
중생들을 질병에서 구제할 때 사용하는 무리 바로 감로수니까 말이다.
관세음보살과 관련해서 전해지는 기록에 의하면, 전염병이 도는 마을에
나타난 관세음보살은 버들가지를 병 속에 담갔다 꺼낸 다음에 사방으로
떨치는데 이때 뿌려지는 물이 바로 감로수다.
따라서 감로수에는 질병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감로수를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구는 절이나 땅의 이름에
반영되었는데, 경남 김해시 상동면 감로리의 감로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곳은 땅과 절의 이름이 모두 '감로'인 보기 드문 경우인데,
절의 뒷산인 금동산琴洞山에는 자생 차나무가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왕이나 귀족이 무병장수를 위해 마시던 감로수가 바로 차였는데
요즘은 일반인들도 언제 어디서나 감로수를 마실 수 있다.
어디 전통차뿐이겠는가. 산행 중에 지쳤을 때
마시는 커피 한잔이라도 달게 먹으면 그것이 바로 감로수인 것이다.
397년에서 435년 사이에 번역된 『아함경』들에는 감로, 감로문甘露門,
감로법문甘路法門등의 표현이 주로 보인다. 413년에 완성된 『장아함경』의
번역에 참여한 축불념竺佛念 등이 번역해 낸 『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
제4권에 팔미감로수(八味甘露水, 여덟 가지 맛의 감로수)라는 표현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감로수'는 4세기 말이나 5세기 초 무렵부터
사용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2년에서 253년 사이에 작업을
한지겸의 번역본이 『불설유마힐경』의 앞부분에 '감로'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감로'는 3세기 중반 무렵부터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방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