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진(14)은 진작부터 남자기사들과 대등하게 겨룰 것 같은 예감을 던졌었다.
입단한 지금 그녀의 포부도 “남자기사들과 대등하게 겨루는 기사가 되고 싶다”이다. 30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제41회 여자입단대회 본선4강전 최종전에서 오유진이 박태희(18) 에게 흑 2집반승을 거두며 수졸(守拙‧초단의 별칭)에 올랐다. 271명째 기사다. 오유진은 오전에 열린 첫판에서 송혜령(15‧방배중3) 에게 승리하며 최종전에 진출했었다.
오유진은 남녀가 같이 경쟁한 지난 영재입단대회에서 8강까지 올랐고, 지난 2010년 대한생명배에선 결승에 오른 바 있었다. 당시 상대는 영재입단대회에서 전승으로 입단한 신진서였다. 그리고 남녀가 함께 경쟁하는 선발전을 통과해 세계청소년 아마바둑선수권 대표에 선발된 상태다.
14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오유진은 나긋나긋하고 침착하게 입단 소감과 각오를 말했다.
오유진(吳侑珍) 초단
- 생년월일 : 1998년 6월 11일(서울)
- 오동환(44)‧이경희(42) 씨의 2녀 중 차녀
- 지도사범 : 한종진 8단
- 출신도장 : 충암바둑도장
- 기풍 : 두터운 공격형
- 존경하는 프로기사 : 이영구 9단, 한종진 8단
- 경력 : 2007년 건화배 유단자부 우승, 2011년 농심새우깡배 아마여류국수전 준우승, 2010년 대한생명배 어린이국수전 3위
- 소감은?
“기쁘고, 머리가 아프다(?). 이번 입단대회 내내 두통에 시달렸다. 이젠 좀 쉴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가서 맛난 거 먹고 싶다. 아참, 부모님께서 스마트폰을 바꿔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셨다. 후훗”
- 세계청소년아마바둑선수권은 아마추어 대회인데 대표가 된 마당에 프로가 떡하니 되어 버렸다. 부담 없을까?
“지금은 (프로가 된 게 )실감이 안 나고 정신이 없어서 그런 부담은 없는 것 같다.”
- 이번이 몇 번째 입단 도전이었나?
“영재입단대회까지 포함해서 4번째 정도 되는 것 같다. 영재입단대회는 8강까지 올랐고, 여자입단대회에서는 4강까지 올라본 게 그전까지 최고 기록이었다.”
- 영재입단대회 후 근 2주만에 바로 여자입단대회가 시작됐는데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었나?
“힘들었는데, 주위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금방 회복됐다.”
- 바둑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6살 때, 산만했던 저를 부모님께서 걱정하셔서 바둑을 시키셨다. 아버지는 인터넷에서 2단 정도 되신다. (얼마 만에 아버지를 호선으로 이길 수 있었나?) 한 6개월쯤… 나중에 선생님께서 소질이 있다시면서 허장회 바둑도장에 추천하셨다(지금은 충암바둑도장으로 통합). 초등학교 3학년 때 연구생이 됐다.”
- 바둑을 포기했던 시절이 있다고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한 6개월 쉬었다. 내 의지가 아니라 억지로 떠밀려 지금까지 바둑을 배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것을 배우고 싶었다. 각종 학원을 다녔다. 피아노도 배우고 미술도 하고 음악줄넘기인가 하는 것도 하고 학교 공부에도 빠져 봤는데, 역시 난 바둑을 해야겠구나 깨달으면서 결국 바둑으로 돌아왔다.”
- 바둑이 왜 좋나?
“수가 오묘하다.”
- 왜 프로기사를 지망했나?
“내가 좋아하는 바둑을 계속할 수 있고, 프로기사들과 대국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로기사 언니들이 대거 찾아와 축하해 줬는데?
“아, 같은 도장 언니들이다. 축하해주러 왔다. ”
- 기숙사 생활은 언제까지 할 계획?
“빨리 나가고 싶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open.cyberoro.com%2Fphoto%2F201207%2F%5B516887%5D20120730-01-oyujind.jpg)
▲ '아유 귀여운 것' 진시영(왼쪽)과 이상헌이 오유진의 입단을 축하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스타일은?
“중후반(수읽기와 형세판단)이 자신 있다. 불리하면 물고 늘어지는 타입이다.
- 신진서 초단은 대한생명배 때도 결승에서 맞붙었고 영재입단대회에서도 경쟁했었다. 신 초단이 먼저 입단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먼저 입단해) 무척 부러웠다. 대한생명배 결승 때도 중반까지 내가 좋은 바둑이었기에 아쉬움이 길게 남았었다(2010년 당시 신 초단은 우승했고, 오유진은 3위를 했다(스위스리그))”
- 기쁨을 돌리고 싶은 사람은?
“부모님, 한종진 지도사범님, 어린 시절에 기초를 잡아주셨던 한대일 강북대일바둑교실 원장님, 허장회 사범님, 도장의 많은 오빠들(진시영, 이상헌…). (오빠들이 많이 도움 줬나?) 많이 도움 받았다. 그중에서 진시영 오빠가 복기를 가장 많이 해주셨다.”
- 포부를 말해보면?
“최고의 여자기사가 되겠다. 출중한 많은 여자기사들이 있지만 그중 최정 2단, 박지은 9단, 조혜연 9단을 빨리 넘어서고 싶다. 남자기사들과 대등하게 겨루는 여자기사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