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 안부를 묻다
최 병 창
매일 만나는 다섯 마리의 길 고양이들이
언젠가는 예쁘고 언젠가는 한없이 밉다
내가 미워하고 예뻐하는 것일까
아니면 고양이들이 예쁘다가 미워지는 것일까
사실 나는 고양이들에게 하루에 한두 번씩 사료를 주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베풀지 않지만 먹이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에 비하면 바라보는
시야는 각각의 거리만큼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다 예쁜 짓도 미운 짓도
사람의 마음처럼 늘 상 그런 것인가
좋았다가 싫어지고 싫어지다가 좋아지는 변덕스러운 마음같이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무심한 손짓하나에도 눈동자가 돌아가고 큰절을
해야 할 고목나무 앞에서도 얄팍한 머리를 꼿꼿이 세웠다지만
고양이들이 봄볕아래서 얼굴을 비비며 서로의 털을 고른다
등허리 한 번도 제대로 긁어보지 못한 나보다는 스스럼없는 고양이들이
자기 몸을 넘나들며 혹여 달빛이나 별빛 아래에서 머리를 숙여본 일도
있을 법하니 생각해 보면 어찌 가상치 않겠는가
고양이들이 봄볕아래서 얼굴을 비비며 서로의 털을 고른다
낮보다는 밤중에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좌우를 살피거나 먹이활동을
한다는데 돌아보니 언젠가 내가 하지 못했던 모서리에 꽂혀 있는
페이지들도 눈이 부시게 닦아놓았으니
오늘도 고양이들은
돌담 장 위에서 지붕 위에서
부지런히 몸을 열고 닫는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는가
세상걱정만을 하고 있던 멍청한 생각으로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 된다는 둔덕 앞에서
내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이라도 하듯이.
< 2021. 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