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들한테는 ‘천문학적 보너스’를 지급하고 주주들에겐 ‘쥐꼬리 배당’을 결정한 삼성전자에 시장 안팎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마저 배당에 인색한 것은 ‘재벌’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구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2사업연도의 1주당 배당액을 기말배당금 5천원에 중간배당금 500원을 더한 5500원으로 결정했다고 지난 16일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때 밝혔다. 배당금 전체 액수로는 9127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임직원 1명당 평균 780만원씩 모두 3750억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을 열심히 한 직원들을 대우해주는 것이야 좋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이상 주주들에 대한 배려도 파격적으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 삼성전자 배당은 어느 수준=삼성전자는 배당 수준이 낮다는 시장 안팎의 비판에 대해 “2002년 주당 배당금은 2001년의 주당 배당금 2천원보다 무려 175% 늘어난 것”이라며 “지난해 한해 동안 1조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중시 경영을 펼쳐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배당성향을 비교해도 지난해엔 7조518억원의 당기순이익에 9127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해, 배당성향이 2001년(11.5%)보다 소폭 늘어난 12.9%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이런 해명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1년은, 특히 하반기에 9·11테러가 발생하고 반도체 디램 시황이 악화돼 85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치는 등 매우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지난해와 맞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현금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조4200억원에 이르러 1년동안 4조6천억원이나 늘어난 상태다.
■ 재벌구조가 배당 가로막는다=상당수 전문가들은 “복잡한 출자구조로 연결돼 극히 일부의 지분을 가진 총수 1인의 영향력이 전 계열사에 미치는 우리나라의 재벌구도 아래에선 적극적인 배당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익금을 배당하면 지분율이 낮은 총수에게 돌아오는 몫이 줄어들지만, 내부유보로 돌리면 경영권을 가진 총수가 이익금에 대해 배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거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3년 연속 시가배당률 5% 이상이었던 47개 회사 가운데 재벌 계열사는 에스케이가스·엘지칼텍스가스 등 일반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가스주를 포함해 한진해운·한진중공업·현대시멘트·엘지상사 등 6개사밖에 없었다.
지난 2001년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배당성향을 봐도 비슷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재벌 계열사인 삼성전자(11.5%)·에스케이텔레콤(5.0%)·현대차(18.5%) 등의 배당성향은 신한지주(68.3%)·케이티(20.6%)·포스코(24.9%) 등이나 배당유망주로 꼽히는 담배인삼공사(63.51%)·에쓰오일(800%)·한국가스공사(24.9%) 등에 견줘 훨씬 낮았다.
■ 외국의 시각도 부정적=삼성전자 등 재벌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배당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외국인들의 우리 증시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지난 16일치 ‘한국 증시가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전쟁 리스크 △저배당 등을 주요 이유를 꼽았다.
이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배당성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월등히 낮은 편”이라며 “재벌 기업들이 잉여현금을 주주들에게 되돌려주기 시작한다면 한국 증시는 한단계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