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사람을 판단하는 작업"이 그 동안 계속되어져 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물론 그 양반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도 (때로는) 극과 극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도요...
한쪽에서는 "친일파" 또는 "독재자" 또는 "지역감정을 만들어낸 인물"로서의 그의 모습이 강조되어지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려온 우리 민족을 산업화에 의하여 구하신 영도자"나 "북한 공산당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구하신 영웅"으로서 평가되어집니다.
물론, 두 가지 모습들 모두 그의 모습일 수도 있고, 또는 둘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학문을 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저는 그라는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을 주저합니다.
아마도, 여기에 대해서 적절한 비유가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맥 라이언"과 "덴젤 워싱턴"이 1996년에 주연하였던 "걸프전 관련 영화"인 "Courage Under Fire"를 보신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두 배우들 중 한명의 팬이어서, 또는 걸프전에 관한 영화여서, 그리고 또는 TV에서도 틀어주니까... 보신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군대에서 걸프전에서 전사한 한 여군장교(맥 라이언)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하고, 그녀의 영웅담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하여 조사관(덴젤 워싱턴)을 파견합니다. 그리고, 그 조사관은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였던 그녀의 부하들(죄~다 남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합니다.
근데, 처음에 그녀의 옛 부하들은 그녀에 대한 칭찬만 해댑니다.
즉, "당시 그녀는 간호장교로서 적지에 추락한 조종사를 구출하여 무사히 데리고 오는 임무에 투입되어, 경기관총 두정과 병사들에게 지급된 소총 외에는 무장이라곤 없는 UH-1 헬기를 타고서 이라크 영내에 그녀의 부하들과 진입하였습니다. 그때, 그녀와 그녀의 부하들은 탱크로 무장한 막강한 이라크군의 대공공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자, '그녀'는 부하들에게 헬기의 외부연료탱크를 이라크군 탱크에 투하하고, 거기에 수류탄을 하나 던지게 해서 그 이라크군대를 몰살시켰습니다. 그러나, 그 탱크의 기관총에 의해 피탄 된 헬기도 결국 추락하였고, 그녀와 그녀의 부하들은 그들이 추락한 구덩이에서 아군의 구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그들 중 몇몇이 '여자 장교를 믿을 수 없다!'면서 구덩이에서 도망을 가려 하고, 막상 그들을 제지하던 간호장교는 구덩이 근처에서 매복중이던 이라크군대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뜬 뒤, 아군의 구조대가 몰려올 적에, 이라크 매복병들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자, 그녀는 자신은 부상을 크게 입어 움직일 수 없으니, 다들 도망갈 적에 엄호해 주겠다면서 남았다고 합니다. 즉,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이었습니다."라는 식의 증언을 합니다.
결국, 이 말대로라면..., 그녀는 "G.I.Jane + 명성황후"였던 셈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군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 됩니다.
하지만, "웬지 뒤가 구린다"고 생각한 조사관은 그녀의 옛 부하들을 더 세게 다그쳤고, 그 결과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상사로부터 "아주 다른 증언"을 듣기에 이릅니다.
즉, "당시 헬기에 타고 있던 그녀는 이라크군대의 대공사격을 받자 어서 도망가자면서 질질 짜고 있었다. 그러나, 나(상사)는 침착하게 그 이라크군 탱크에 연료통과 수류탄을 투하하게 하여 그 탱크를 파괴한 뒤, 마찬가지로 파괴된 우리 헬기를 착륙시키고 구덩이에서 구조대를 기다리자고 했다. 그런데, 그 간호장교는 무섭네 어쩌네 하면서 질질 짜더니 결국 혼자서 도망가겠다면서 날뛰다가 이라크 매복조의 공격을 받고 부상당했다. 아침이 되어 구조대의 헬기소리도 들리고 해서, 구조대 헬기가 착륙할 지점으로 이동하자고 하자, 그녀는 아파 죽겠는데 뭔 이동이냐면서 또 질질 짜며 난리치다가 결국 이라크 군대의 총탄에 맞아죽었다!"는 말을 합니다.
즉, 말 그대로... 그녀는... "그렇고 그런 (개구리만 봐도 놀라 자빠질) 겁많고 어리버리한 아가씨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 즉 "진짜 장교는 커녕 진짜 군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이 이쯤되자 그 조사관은 "정말로 뭔가 구릴대로 구리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좀 더 세밀한 조사에 착수합니다. (어느정도였냐 하면..., 앞서의 상사가 소령계급이었던 조사관에게 조사중단을 할 것을 총으로 위협하며 난리치더니, 결국 달려오는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고 말았을 정도로...)
그렇게 되자, 당시 죽을 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던 한 병사가 "고해성사 보는 기분으로" 모든 "진실"을 털어놓기에 이르죠.
즉, "당시 간호장교님은 엄청 겁을 먹은 상태였고, 그래서 상사가 그 탱크도 해치우고, 구덩이에서 기다리자면서 병사들도 설득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도망치겠다고 그랬고, 그래서 상사는 '부득이하게' 장교의 임무를 저버리고... 더 나아가서 적 앞에서 제대로 쏴워보려 하지 않고 도망치려는... 그녀를 쐈다. (실제로 전쟁에서 남자인 지휘관들도 적 앞에서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려 해서, 부하들이나 부관들이 쏴죽인 전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예들은 '공식적으로는 일체 함구'되어 '전설처럼' 전해지게 되지만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것이 여군들을 비하하기 위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날이 밝고 구조대의 헬기가 오는데, 이라크 군대가 공격을 개시하자, 그녀는 '장교로서의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자신을 쏜 상사에게 부하들을 데리고 도망치라면서, 자기가 엄호해주겠다고 하면서 남았다. 그리고, '그 명령만은 충실히 이행한' 상사는 (막상 그녀가 살아남을 경우 자신이 장교를 쏜 사실이 군법회의에 회부될 정도로 문제가 될 것이기에...) '간호장교님은 돌아가셨습니다!'라면서... 뻥을 쳤던 것이다!"라는... "진실"을 "폭로"하기에 이릅니다.
즉, 이와 같은 것입니다... 이미 "고인(故人)이 된 역사속의 인물들"을 판단한다는 것은...
"궁예"도, "경빈"도, "정난정"도, "광종"도, "정종"도, "세종대왕"도... 그리고, 최근에 있어서는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도... 모두 역사에 의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에 있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죠. 여기에 추가로... "박정희 대통령"이 포함되어지겠지요.
물론, 이들만이 아니라... 해외에서의 경우...
제가 지금 "졸업논문주제"(?)로 삼고 있는 "조셉 브로즈 티토 舊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의 대통령"도 "유고슬라비아에 공산주의 독재 및 그에 바탕한 제왕적 사치를 실시한 악당"으로 평가되어지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자주관리사회주의를 실시하여 마르크스가 진정으로 꿈꾸었던 것을 현실화하였으며, 혼란스럽던 발칸반도 서부지역에 '유고슬라비즘'을 설파하여 수십년 동안 평화를 유지하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러시아의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故라이사 여사의 경우도... 그 평가는 상반되어집니다. "냉전을 종식시킨 위대한 인물 vs. 위대한 러시아를 망하게 한 인물"이라는 평가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훌륭히 내조한 여성 vs. 국민들이 하루벌어 하루먹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사치와 낭비를 일삼은 여인" 등의 평가가 그것입니다.
아무튼, 저는... 우리가 역사속의 인물을 섣불리 평가하고, 더 나아가서 서로의 견해와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싸우거나 혹은 인신공격을 하거나 혹은 매도하거나 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썼음을 인식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