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드림
산행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전국의 명산은 주말만 되면 몰려드는 인파로 몸서리를 칩니다. 갑자기 왜 늘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 것이 당연한데 아마도 생활수준이 좋아져 주말에는 여가를 즐길수 있게 된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친구 중에 무역업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친구, 학벌도 변변찮고 신뢰도 가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돈을 잘 법니다. 그가 제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돈은 말이지, 돈이 모이는 곳에 먼저 가서 기다리면 돼.' 일부 아웃도어 업체가 이 경우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의 많은 아웃도어 업체가 망했고 지금도 무수히 많이 생기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산객들을 기다렸던 상위 몇개 업체들은 분명히 돈을 법니다.
저는 토요일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주로 일요일에 산에 다닙니다. 서울에는 대한민국 명산 중 하나인 북한산이 있습니다. 서울 시민들에겐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남쪽에는 관악산과 청계산도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즐거운 산행을 즐깁니다. 그런데 산마다 산행객들의 복장이 특색있습니다. 등산복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산은 아마도 청계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산에 오는데 값비싼 옷으로 치장하고 오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납니다.
산 좀 다닌다는 분들 대부분이 고어텍스 자켓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물론 다운 자켓도 그들에게는 필수품입니다. 외국산 원단을 사용한 외국 브랜드의 고가 등산복은 한국에서 불티나게 팔립니다. 잠깐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대학 시절에 본격적으로 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산악부 회장 형만 고어텍스 옷을 입었습니다. 그 형 집이 부자였습니다. 그 형은 옷이 상하기 쉽다며 바위나 땅바닥에 앉지도 않았습니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튼튼한 소재로 이루어진 제품이 많아 빙벽할 때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로부터 몸을 보호해주기도 합니다. 저는 면바지 또는 골덴 바지를 입고 상의는 에델바이스 니트, 자켓은 봄가을에는 바람막이, 겨울에는 코오롱 파카를 입고 다녔습니다. 속옷은 그냥 면으로 된 것을 사용했습니다.
외국 유명 원단 업체 직원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 제품으로 만들어진 옷을 사입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속옷(내의)를 사입는 일인데 한국인들은 참 독특해서인지 겉 포장에만 신경을 쓴다고.... 뭔가 비웃는 것 같은 냄새가 나는 표현 아닙니까? 그런데 이 분 말씀이 맞습니다. 전 한겨울에 설악산에 꼭 갑니다. 겨울 설악이 있다는 것은 제겐 엄청난 행운입니다. 텐트를 치거나 아니면 비박을 하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에 어떤 옷을 입을까 궁금하신 분들이 있겠지만 전 고가의 브랜드 옷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가격이 합리적인 제품을 선호합니다. 겨울에 산에 갈때 입는 속옷은 절대로 평상시에 입는 옷을 착용하지 않습니다. 쿨맥스 소재의 속옷과 상의는 바람이 잘 통하는 소재로 된 옷을 입고 움직입니다. 바지는 상대적으로 땀을 덜 흘리기에 튼튼하고 방풍이 잘되는 것을 입습니다. 때로 고가의 브랜드 옷을 구입할 경우에는 꼭 상설할인매장에 갑니다.
지난 여름 제가 참여하는 산행 행사에서 있었던 일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산행을 취소하려다가 참가자들의 개인 의사에 맡기고 산행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황당한 일은 일부 참가자들의 옷차림이었습니다. 배낭도 없이 반팔 티셔츠에 우산만 달랑 들었습니다. 당연히 행사 진행 요원이 겉옷을 가져가시는게 좋다고 말씀드렸지만 자기가 백두대간을 한 사람인데 당신들에게 아무 피해를 주지 않을테니 걱정마라고 하시더군요. 국내 산을 주로 다니는 등산객들 중 일부는 백두대간과 무슨 정맥을 했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실 물과 간식, 여벌의 옷을 가져가지 않는 산행은 아주 위험합니다.
산행은 사람마다, 또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사람은 땀을 흘립니다. 일부 여성들은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 몸은 체온 조절을 위해서 많이 움직이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땀을 배출합니다. 그런데 다운자켓과 고가의 자켓을 걸치고 산행하는 이들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아니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자켓을 입고 산행합니다. 등산을 즐기시는 분들 중에 저체온증(hypothermia)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저체온증은 말 그대로 몸의 온도가 낮아져 심하면 죽게 되는 현상입니다. 항온동물인 사람의 몸은 체온이 섭씨 36.5도를 유지하는데 병이 나거나 운동을 하면 열이 나서 땀을 배출해 피부를 식혀서 체온을 낮추려 합니다. 운동할 때 나는 땀은 바깥으로 배출해 주어야 합니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한겨울 보다는 봄이나 가을에 많이 발생하는데 일단 저체온증에 빠지면 땀에 젖은 옷을 빨리 벗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는 좋은 등산복을 구입하게 됩니다. 땀을 배출해주고(투습), 바람을 막아주고(방풍), 비에 젖지 않는(방수) 옷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고가의 옷을 구입해서 잘못 사용한다면 정말로 어리석은 행동이 아닌가요? 물론 옷 자랑은 할수 있습니다만.
결론을 말씀드립니다. 한겨울 삭풍을 맞지 않는 한 고어텍스 자켓이나 다운 자켓은 움직일 때 입는 옷이 아닙니다. 쉴 때 입어야 합니다. 움직일 때는 바람이 잘 통해 땀 배출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는 소재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아무리 투습 기능이 좋은 소재라 하더라도 방풍 성능이 좋다면 땀을 많이 흘릴 때는 소용이 없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속옷이 중요합니다. 속옷은 조금 비싸더라도 땀 배출이 잘되고 빨리 마르는 옷감을 선택해야 합니다. 면으로 된 속옷은 과거에는 입었지만 지금은 입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청계산 같이 낮고 편안한 산이라면 일상복이라도 굳이 상관없습니다. 대신 여벌의 옷을 챙겨가시면 됩니다. 옷이 땀에 젖으면 갈아 입을 옷 말입니다. 쉴 때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입는 옷이 꼭 고가의 옷일 필요는 없습니다. 움직일 때 자켓을 입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만약 기상악화로 더 추워진다면 또 다른 옷을 걸쳐입어야 하는데 입을 옷이 없게 됩니다. 얇은 옷을 여러 개 걸쳐 입는 것이 두꺼운 자켓 하나 입는 것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방풍, 방수 및 투습 기능을 가진 원단들은 많습니다. 한국인들의 고가 브랜드에 대한 집착은 현명한 소비자라면 한번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누가 제게 묻습니다. 산에 다니려 하는데 어떤 브랜도 옷이 좋냐고. 전 대답합니다.
일단 저렴한 가격의 등산화만 사세요.
일상복을 입고 가도 되지만 청바지만 입지 마세요.
대신 배낭에 여벌의 옷을 꼭 챙겨자세요.
낮은 산에 조금씩 다녀보고 산에 계속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 하나씩 사도 됩니다.
첫댓글 아무리 좋은 장비도 잘 사용해야 좋은 효과를 얻겠네요. 우리 회원님들 산행할 때 속옷은 뭘 입었을까? ㅋㅋ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입는분도 있구 입지 않는분도 있답니다.ㅋ
울 회원님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모두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아.. 좋은 정보에 감사합니다. 늘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요.
좋은정보 잘보고감다...감~솨
감사합니다 쪽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전 항상 속에 땀 배출복 입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