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12) : 버스를 이용, <여주역>을 가다
1,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양동역 앞에는 몇 개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버스가 출발한다. 대부분 양평지역으로 가는 버스이지만, 그 중에는 ‘여주역’까지 운행하는 버스도 있다. 여주지역 답사도 겸해 버스 앞자리에 탔다. 창밖으로 양평과 여주 사이에 작은 마을들을 관찰한다. 노인들과 아이들이 타고 내리며 도심으로 들어선다. 여주이다. 조금은 혼잡스런 그리고 조금은 낡아보이는 여주시청을 지나 버스는 여주역에 도착했다. 약 1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2. <여주역>은 일반철도역은 아니다. 이곳은 판교에서 여주까지의 도시철도 <경강선>의 종착점이다. 신축된 대부분의 역처럼 이 곳도 주변에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주차장과 넓은 공터만이 눈에 들어왔다. 여주의 대부분의 버스는 이 곳에서 출발하여 각자의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여주의 심장인 셈이다. 여주역에서 답사를 시작했다.
3. 여주 도심으로 가는 거리는 멀지 않았다.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의 영향으로 곳곳에 ‘세종’과 관련된 명칭과 공간이 눈에 띄었다. 도심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도 세종대왕 동상이 위엄있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여주는 ‘세종’의 도시인 것이다. 여주에 ‘효종대왕릉’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효종’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나의 이름이 ‘효종’이기때문일까? 여주시청은 최근 대규모로 건설된 다른 지역의 청사와 비교하면 작고 낡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도심의 느낌도 낡은 분위기이다. 길도 정돈되지 않았고 곳곳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여강길> 답사 때 잠깐 들렀던 여주의 느낌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세종’이라는 상징처럼, 여주는 낡은 도시인가?
4. 도심 개발이 어려워지자 개발의 중심으로 바뀐 곳이 바로 <여주역> 근방이다. 주변에는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재의 여주역 주변도 아파트로 둘러쌓여 있지만 조만간 더 많은 건물과 시설이 이곳을 채울 예정이다. 그때에는 여주의 핵심이 <여주역>으로 완전히 변모할 것이다. 이렇게 역은 또 다른 방식으로 도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비록 처음에는 외지고 조용한 주변 지역이었지만 새롭게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5. 여주역에서 양동역으로 돌아오는 길은 적막의 길이다. 원래 조용한 마을들이지만, 해가 지자 더 깜깜한 어둠만이 감싼 도로를 버스가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불빛도 없는 길을 뚫고 가는 버스에서 묘한 긴장감을 감지한다. 과거 연천 지역에서 자가용을 운행할 때 느꼈던 어둠의 공포가 다시금 기억나는 것이다. 불빛이 사라진 어둠을 그렇게 30분 이상 운행하고 양동역에 내렸다. 양동역 주변에도 불빛은 거의 없다. 그렇게 농촌의 밤은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 지방의 철도역은 사람이 없어 아쉬움을 남기며 사라지지만, 수도권의 전철역은 사람이 몰려드는 아수라장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