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3년 7월 국내의 한 화학공장 건설현장에서 충수 시험중 불량볼트를 사용한 물탱크가 파열되어 3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발생시간은 오후 5시30분으로 물탱크 주위에서 작업을 하던 수십명의 작업자들이 퇴근시간인 5시에 맞춰서 현장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사상자가 더욱더 많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2013년 5월 국내 한 정유공장의 폐수처리장에서 펌프수리 중 유증기에 의한 폭발후 화재가 발생하여 시설이 많이 훼손됐다. 다행히 작업자들이 건물 밖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만약 작업시간중이었다면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도 있었다.
#3. 2014년 2월 울산지역에 폭설이 내려 여러 공장의 지붕이 무너져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는데 한 자동차부품공장은 작업인원 수십명이 휴식시설에서 쉬고 있는 사이에 지붕이 무너져서 대형참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가 전 직장에서 근무할 당시 외국기업과 국내 화학회사가 합작으로 첨단 제품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하여 필자는 공장설계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합작사의 상대역인 미국측 책임자와 대화 중에 ‘운칠기삼(運七技三·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뜻)’에 대해 설명해 주었더니 그는 운이 7할이라는 것을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면서 운일기구(運一技九) 정도는 수긍이 간다고 했다. 그후 외부의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합작프로젝트가 설계도 마치지 못하고 취소되고 말았는데 그는 ‘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라 운구기일(運九技一)이다’라는 것을 배웠다는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위의 모든 사고의 경우가 운이 좋아서 피해가 적었으며 합작프로젝트의 실패도 운이 나빠서 그렇게 되었으니 모든 일을 하늘에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안전사고의 결과를 운과 결부시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며 사고예방에 절대적인 저해요소가 된다. 모든 것은 절대로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전적 대비가 필요하다.
위의 사고의 경우 탱크 유량 지시계의 중요성이 그렇게 크다면 백업 시스템을 가져야하고, 1500여t의 많은 물을 탱크에 채우는 실험을 하는 경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험지역 밖에 위치시켜야 한다. 또한 위험설비 주위에서 작업하는 경우 가연성가스 농도가 위험수준인지를 항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가져야 하며 이와 더불어 점화원이 될 수도 있는 기기의 작동 등도 사전에 그 위험성을 직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폭설에 의한 위험은 경주의 리조트 사고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치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기후 변화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대량살상무기(WMD)가 될 수 있다’라고 미국 국무장관이 2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한 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필자가 참여했던 합작프로젝트의 실패는 운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국제가격변동 등 외부요인에 의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들은 바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운이 아닌 그 무엇에 의존해야 사고를 줄일 수가 있을까? 안전리더십이 갖추어진 회사는 사고원인을 ‘인재(人災)’라는 단어에 집착해 사람에게서만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완벽을 추구하는 노력과는 별개로 인간은 오류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오류를 최대한 줄여주고 보완해 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은 조직일 수도, 안전경영체제일 수도, 교육훈련일 수도, 첨단기기일 수도 있다. 인간은 반복과 습관의 동물로 변화를 회피하고 미루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주위 이해당사자의 높아진 기대심이 우리에게 변화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더라도 탄탄한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그 시스템을 완벽하게 지키게 하는 전사적 안전문화의 형성이 필요하다. 과거 아인슈타인 박사가 ‘과학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과학이 아닌 신의 영역이 있음을 알게 된다’라고 말했는데 그분에게 물어보고 싶다. 안전관리분야에도 신의 영역이 존재하는가?
권혁면 안전보건공단 울산지도원장·공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