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것은 한 구절 한 구절 상한 갈대와 같은 영혼 꺼져가는 등불과 같은 영혼들을 향하여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은 연약하여 슬픔의 나락에서 허덕일 때도 있고 인생을 포기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상한 심령이 많은 때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고정희의 시는 이들을 돌보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애정으로 품어안고 있다는 점에서 상한 갈대도 꺾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는 예수님의 가르침 곧 기독교 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한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뿌리길으면야/밑둥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에서 넘어지고 좌절한 절망의 상황을 꿈과 희망의 상황으로 바꿔 놓는다.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를 보면 고통과 고난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고통과 함께 살맞대며 나아갈 때 인내를 만들고 그 인내가 축복된 삶으로 바꾸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는 도전을 준다.
아쉽게도 고정희 시인은 여성운동가로서 문화운동가로서 우리사회에 상당한 기여를 했고 한국여성시인들 중에 상상력의 스케일이 가장 큰 시인이었다고 한다. "미혼여성으로 44세를 살다간 고정희 시인" 우리 시단의 한 자리가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첫댓글 고고 님! 작품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인쇄소로 넘겨 활자화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