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대시절 덜 떨어져 고문관이란 별칭을 달았었다.
지금은 겨울이 그리 많이 춥지는 않지만 예전의 겨울은 왜 그다지도
추운지, 내가 군에 11월에 입대를 했는데, 그야말로 귀가 떨어지게
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논산훈련소가 있는 연무읍은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겨울 바람이 차
가웠다.
나는 주산·부기 특기병으로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군에 입대를 하
였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군대생활 기간도 많이 길었고, 나도 33개월이 가
까이 군대생활을 하였던것 같았다.
운동 신경이 유난히 둔했던 나는, 논산훈련소 시절 사격이나 각종 훈
련에서 그야말로 고문관 이었다.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들 하던데, 나도 그
렇게 남들처럼 훈련기간을 모두 마치고 병참학교로 배치가 되었다.
여기서는 각 부대에 의류와 식품을 공급하는 병참교육을 몇달에 걸
쳐서 받은 다음, 전역시 까지 근무할 자대에 배치가 되었다.
병참학교 교육이 끝나고 각자 자대 배치가 결정되어 흩어졌는데, 나
는 육·해·공군의 모든 물자를 공급하는 최고 상부기관인 부산의 군
수사령부에 배치가 되었다(지금은 육·해·공군의 군수사령부가 따로
설치가 되고 부대도 다른 지역으로 이전 되었다고 한다).
부산 군수사령부는 박정희 대통령이 장군시절 초대 사령관으로 근
무 하시던 부대라고 한다.
나는 군수사령부 의무보급처 행정서기병으로 배치되어 행정실에서
잡다한 일들을 거들고 있었는데, 통신부장인 참모비서실로 차출이
되어 하사관인 여군과 초급장교, 참모 운전병 이렇게 넷이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여군과 함께 탕비실에서 차를 타는 업무와 심부름 등을 하며, 방위병
을 데리고 청소와 군화 닦는일, 운전병과 같이 차를 타고 부대밖에
심부름, 참모 출퇴근시 마중과 배웅인사, 골프장 부킹등의 업무로
사회의 비서실과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이다.
그렇게 제대 말년까지 근무를 하다가 전역 몇 개월을 남겨놓고 조수
를 받은뒤 교육을 시키고, 조수가 일을 제대로 하게되어 나는 할 일이
없어서 놀다시피 하고 있는데, 유격을 가야 할 순번이 되어, 못가겠다
고 대대 행정실장에게 떼를 썻더니 그럼 송정해수욕장 여름캠프에 관
리병으로 파견을 나가는건 어떠냐고 의견을 제시해서 좋다고 했더니
전역을 5개월 남겨놓고 파견 명령이 떨어졌다.
송정 해수욕장은 해수욕장을 군인과 민간이 반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곳이다.
모래사장에 대형 군용텐트를 막사처럼 수십개를 설치하여
장교와 장군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하여 가족들과 쉬게 하기도하고 사
병들은 2~3일간 훈련도 받게한다.
나는 관리동 막사에서 반바지와 런닝 차림으로 간편한 신발만 신고 해
수욕장 전체를 관리하는 파견병들의 내무반장인 셈이다.
관리병들은 큰 막사에서 숙식을 하면서 사병 서너명과 방위병 네뎃명
이 근무를 하는데, 그곳이 내무반인 셈이고, 야전 침대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잠을 자고 그 안에서 식사도 한다.
나는 군 생활 마지막 시절을 그렇게 해수욕장에서 남들과 다르게 군
생활 마지막 부분을 마무리 하고 전역을 했답니다.
덜 떨어진 고문관도 나름대로 잘 하는게 있어서 그래도 군 생활을 멋
지게 마무리 할 수가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