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고유가 시대. 차를 두고 다니면 된다고 하지만 꼭 차를 타야만 하는 사람은 기름값이 아무리 비싸도 차를 버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연비 좋은 차를 고르고, 경제운전을 실천하며 저렴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수밖에 없다. 연비와 기름값의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아 보았다.
요즘 출퇴근길 정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고속도로에서도 전력질주하는 차도 적어졌다. 덩달아 고속도로 요금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한가해졌다. 모두 기름값이 비싼 탓이다. 요즘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져 둘 다 평균 가격이 ℓ당 1천900원을 넘어섰다.
좋은 차의 기준도 성능과 최고속도, 디자인 등에서 연비 좋은 차로 바뀌고 있다. 기아 모닝의 경우 지금 구매계약을 하면 3~4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등 연비가 좋은 자동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가장 연비가 좋은 자동차와 나쁜 자동차는 어떤 모델일까? 또 그에 따른 유지비 차이는 어느 정도 될까?
2천cc급 차를 사야 하는데 연비가 걱정이라면? GM대우 라세티 디젤 수동은 2.0임에도 18.4km/ℓ의 연비를 뽐낸다
국내 휘발유 승용차 중 연비 1위는 단연 GM대우 마티즈 수동. 1ℓ로 20.9km를 달린다
2천cc급 차를 사야 하는데 연비가 걱정이라면? GM대우 라세티 디젤 수동은 2.0임에도 18.4km/ℓ의 연비를 뽐낸다
종합순위 베스트 1위는 현대 아반떼 1.6 디젤 수동. 21.0km/ℓ의 연비를 낸다
가장 연비가 좋은 자동차는?
먼저 가장 연비가 좋은 차를 살펴보기로 하자. 실연비와 공인연비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 연비를 모두 측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에너지 관리공단(www.kemco.or.kr)에 등록된 공인연비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에너지 관리공단에 등록된 자동차 연비 베스트 10과 워스트 10, 분야별 베스트카는 표와 같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승용차가 대상이고, 하이브리드카는 제외했다. 연비가 같은 4도어와 5도어 모델은 같은 순위에 올렸다.
연료, 배기량, 변속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수치만 보았을 때 가장 연비가 좋은 차는 아반떼 1.6 디젤 수동으로 1ℓ로 21km를 달린다. 가장 연비가 떨어지는 차는 벤틀리 아나지 RL로 공인연비 4.7km/ℓ다. 베스트 10에는 디젤 수동 변속기 모델이, 워스트 10에는 배기량이 큰 최고급 세단과 스포츠카가 포함되어 있다.
기자의 카라이프를 예로 들면 베스트와 워스트 모델의 연비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수원에 살고 있는 기자의 출퇴근 거리는 평균 왕복 70km. 주 5일 근무에 출퇴근만 해도 매주 350km를 운행하는 셈이다.
현대 아반떼 1.6 디젤 수동을 탈 경우 1주일에 드는 기름량은 17ℓ, 벤틀리 아나지 RL이라면 75ℓ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ℓ당 1천900원으로 계산하면 아반떼의 일주일 주유비는 3만2천 원, 벤틀리 아나지 RL은 14만2천500원이다. 벤틀리 아나지 RL의 일주일 기름값으로 아반떼는 한 달간 탈 수 있다.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라
연비가 나쁘다는 이유 하나로 차던 차를 새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유지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가장 싼 곳에서 기름을 넣고, 경제적인 운전을 해야 한다.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주유소 종합정보 시스템 OPINET(www.opinet.co.kr)을 이용하면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을 한눈에 볼 수 있다. OPINET은 주유소에서 이용되는 보너스 카드를 기준으로 하루 두 번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을 업데이트한다. OPINET를 이용하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주유소는 물론이고 이동경로를 설정해 지나는 길에 있는 주유소도 찾아준다.
OPINET을 통해 기자가 살고 있는 수원의 기름값, 서울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가 있는 강남, 가장 싼 주유소가 있는 광진구, <카비전> 본사가 있는 여의도의 기름값을 검색해 보았다
수원의 가장 저렴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을 경우 아반떼의 53ℓ짜리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약 9만6천900원이고, 강남의 가장 비싼 주유소에서 넣으면 10만8천900원으로 1만2천 원 정도 차이난다.
그렇다고 주유할 때마다 수원으로 갈 수는 없는 일. 서울에서 휘발유값이 가장 싸다고 나온 곳은 광진구의 한 주유소(1천843원)이고, 반대로 가장 비싼 곳은 강남 2천55원(고급휘발유가 아니다)이다. 두 곳의 기름값은 ℓ당 212원 차이난다.
값이 제일 저렴한 주유소를 찾기 위해 먼 거리를 가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따라서 집이나 회사 주변에서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보거나 이동경로에 저렴한 주유소가 있는지 미리 체크해 보고 떠나는 것이 좋겠다.
어떻게 운전해야 기름이 덜 들까?
자동차 연비는 크게 도로조건, 운전습관, 자동차의 정비상태에 따라 차이가 난다. 3가지 요소 중 가장 쉽게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운전습관이다. 기아자동차에서 뉴 카렌스로 실시한 ‘연비왕 선발대회’를 살펴보면 참가자의 평균연비 12.3km/ℓ, 연비왕으로 뽑힌 사람의 연비는 13.5km/ℓ로 공인연비 8.6km/ℓ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운전방식에 따라 연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다.
효율적으로 운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신호가 바뀌었을 때 여유 있게 출발하는 것만으로도 10% 이상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고, 가급적 정속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 잦은 가속과 감속 역시 연료 소모량을 늘린다.
관성운전을 생활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떼는 것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연료가 차단되고 관성에 따라 차가 움직여 연료를 아낄 수 있다. 멀리서 신호가 바뀐 것을 보면 일찌감치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 관성으로 달린 다음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아 준다. 엔진 브레이크는 연비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경제속도로 운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속도와 연료 소모량의 관계에는 최적조건이 있다. 승용차의 경우 보통 2천∼2천500rpm을 유지하면서 시속 60∼80km를 유지할 때 연료가 가장 적게 들고 오염물질도 적게 나온다고 한다. 경제속도보다 20km 느리거나 빠르게 운전하면 20% 정도 연료 소모량이 늘어난다.
도로소통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면 법정속도를 넘기지 않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뻥 뚫린 도로에서 흐름을 무시하고 나만의 연비주행 삼매경에 빠져들려면 조금 뻔뻔해져야 한다. 이럴 때는 반드시 상위 차로를 비워 놓을 것. 1차로의 정속주행은 자칫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운전하기 전에 노선을 정확히 파악해 이리저리 헤매지 말고 트렁크에 쌓여 있는 짐도 줄인다. 연료는 거의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미리 넣는다. 주유량 대비 주행거리를 꼼꼼하게 따지고 싶다면 주유할 때 금액으로 주문하지 말고 양(ℓ)을 말한다.
< 카비전, 2008년 07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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