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133. 660~664 (최정주, 펌글)
주모가 느닷없이 박가의 바지춤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뜨요? 우리 성님 코 크제라? 내가 잡놈으로 세상을 떠돌았어도 그만헌 코넌 못 봤구만이요.”
“크기넌 크요. 말거시기만나 허요.”
주모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박가의 대물을 잡고 만지작거리면서 숨을 색색거렸다.
그 정도면 일은 다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긴 강쇠 놈이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이 동시에 올려다 보았다.
“아까막시부터 아랫배가 묵직허니 살살 아픈 것이 큰 것이 나오고 싶은갑소. 나 댕겨올랑깨, 우리 성님 대접 좀 잘허고 계시씨요이.”
강쇠 놈이 말하고 돌아섰다.
“얼릉 와, 동상.”
박가가 말했다. 그러나 강쇠 놈의 귀에는 그 소리가 천천히 와, 하는 말로 들렸다.
“알겄구만요. 성님도 알다시피 나넌 뒷간에 앉으면 한 식경도 좋고 두 식경도 안 좋소? 내 걱정언 말고 천천히 드시씨요. 아짐씨, 탁배기가 떨어지면 한 병 더 주씨요이. 오널 술값언 내가 낼 것이요이.”
“총각헌테 누가 술값 걱정허라고 했간디.”
주모가 눈을 흘겼다.
“아짐씨허고 우리 성님허고 그렇게 앉아있응깨, 참으로 잘 어울리요예.”
강쇠 놈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웃다가 문을 닫아 주었다.
자, 한 잔 받으씨요, 하는 주모의 콧소리를 뒤로 강쇠 놈이 뒷간으로 가서 소피를 보고 나왔다.
날은 벌써 성큼성큼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마당 가운데 서서 잠시 생각하던 강쇠 놈이 음전네나 찾아갈까, 하고 사립을 나서려다가 돌아섰다.
주모와 박가가 판을 벌리는가 어쩌는가, 확인이나 해보자는 속셈이었다.
자칫 두 사람이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밋밋하게 앉아있다가 아무 일도 없이 술판이 깨진다면 나중에라도 박가를 볼 낯이 없을 것이었다.
어떻게든 박가한테 주모를 붙여주어야 마을에서 쫓겨날 일이 생겼을때 자기 일인듯 나서서 도와줄 판이었다.
또한 강쇠 제 놈은 주모한테 시달림을 받지 않을 것이었다.
강쇠 놈이 몸을 돌려 뒷간으로 가서 바지를 내리고 앉을개를 타고 걸터 앉았다.
볼 일도 없으면서 시간이나 조금 보내자는 속셈이었다.
조금 전 주모의 손가락 장난에 살아난 거시기 놈이 날 쫌 어뜨케 해주씨요, 주인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음전네의 얼굴이 머리에 떠올랐다.
옹녀만은 못해도 거시기 놈을 뽑을듯이 잡아당기던 힘도 새삼스레 생각났다.
‘흐흐, 어떻게든 그 여자를 품어야헐 것인디.’
강쇠 놈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면 그럴수록 거시기 놈이 안달을 했다.
놈을 손으로 붙잡고 몇 번 깝죽거려주다가 손바닥으로 한 대 툭 두드리며 쪼깨만 참아, 이놈아, 주모 아짐씨가 되었건 음전이 아짐씨가 되었건 니눔얼 놀리지넌 안헐 것인깨, 하고 강쇠 놈이 중얼거렸다.
이만하면 판이 벌어졌겠지, 싶어 강쇠 놈이 뒷간을 나와 아랫채의 뒷방으로 다가갔다.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여 다가가는데, 흐따, 아짐씨도 참, 이것이 먼 짓이다요? 하고 당황한 듯한 박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박가의 큰 코를 주모가 살집에 넣으려고 안달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먼 짓언 먼 짓이다요? 서로가 좋자는 짓이제요.”
주모가 콧소리를 냈다.
‘흐흐흐, 이것이 자다가 웬 떡이냐 싶을 것이구만. 문전에 들자마자 싸는 물건인 줄도 모르고.’
강쇠 놈이 하늘을 향해 흐 웃는데, 주모가 박가를 뒤로 넘겨뜨리기라도 하는지, 어? 어? 하는 사내의 비명이 들렸다.
“아, 왜 이러시요? 동상이 오면 어쩔라고?”
“가만히 쫌 있으씨요. 강쇠 총각언 한번 뒷간에 앉으면 두어식경은 간다고 안 했소.”
주모가 숨가쁜 소리를 냈고, 이어서 옷이라도 벗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문틈을 빠져나왔다.
“흐참, 이 것이 먼 일인지럴 모르겄구만이.”
“아자씨넌 가만히 있기만 허씨요. 내가 알아서 헐 것인깨. 흐흐흐, 내 주모노릇 스무해가 되제만, 아자씨겉은 물건언 또 첨이요예. 이런 대물이 어디있다 인자 왔을꼬이.”
주모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리는가 싶었는데, 이내 철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모가 앙탈을 부렸다.
“시방 멋허는 짓이다요? 펄쌔 싸뿌렀소? 내 참, 키 크고 싱겁지 않은 놈 없다더니, 꼭 그 짝이요이. 씰데없이 문전만 데럽혔는갑소이.”
박가가 말했다.
“가만, 쪼깨만 더 가만히 있어보씨요. 싸기넌 누가 쌌다고 그요.”
“허면 안 쌌소?”
“쌌건 안 쌌건 인자부터 시작인깨, 가만히 쫌 있으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