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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1
미래 거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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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진봉기
최근 대형 산불, 폭설, 폭염, 가뭄 등 여러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요. 이상기후 때문에 원래 살던 곳을 떠나는 '기후 난민'도 늘고 있죠. 이는 곧 우리 모두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예요. 인류는 지구에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미래 인류가 살 수 있는 대안 공간을 찾고 있어요. 해수면 상승에도 끄떡없는 '해상 도시'를 설계하고, 지구 바깥에 인류의 거주 공간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죠. 오늘은 인류의 새로운 거주 공간으로 어떤 장소가 주목받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바다 위 도시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 중 하나는 해수면 상승입니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면서 극지방에 있는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고 있어요.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되면 2150년엔 해수면이 약 1.4m 높아진다고 해요. 이때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0.7~0.8%가 물에 잠기는데, 해안 도시들은 큰 피해를 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자와 건축가들은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해상 도시'를 지으려고 하고 있어요. 2019년 유엔(UN)은 네덜란드 건축 회사 BIG와 머리를 맞대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해상 도시 '오셔닉스 시티'를 구상했어요. 2030년까지 세계의 해안 도시 중 한 곳에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오셔닉스 시티엔 최다 1만명이 살 수 있어요. 축구장 3개 정도 크기(약 1만8000㎡)의 인공섬이 있고, 이 인공섬 6개가 모여 한 마을을 이뤄요. 그리고 마을 6개를 연결하면 한 도시가 되지요. 특징은 '모듈식'이라는 점이에요. 인공섬을 계속 결합해 더 큰 해상 도시를 만들 수 있답니다. 그 때문에 태풍이 불거나 높은 파도가 쳐도 버틸 수 있답니다.
거대한 도시가 어떻게 바다에 떠있을 수 있을까요? 물에 뜨는 부유체 위에 건물을 짓는 방식 덕분이에요. 서울 한강에 있는 복합 문화 시설 '세빛섬'이 이와 같은 형태랍니다. 콘크리트 블록과 플라스틱 상자를 생각해 보세요. 무겁고 밀도가 높은 콘크리트 블록은 물에 가라앉지만, 내부가 비어 있는 플라스틱 상자는 밀도가 낮아 물에 뜨죠. 부유체는 구조 내부에 공기를 채우는 방법 등으로 부력을 높여 물에 뜰 수 있답니다.
오셔닉스 시티는 배의 닻 역할을 하는 '바이오록(Biorock)'이라는 구조물을 바다 바닥에 내려 인공섬을 고정한대요. 도시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얻고, 땅이 아닌 배양액에서 식물을 기르는 수경 재배로 식량을 얻을 계획이랍니다.
수심 200m 아래서 산다?
또 다른 미래 거주지 후보는 심해입니다. 영국의 해양 개발 기업 디프(Deep)는 바닷속에서도 살 수 있는 해저 거주 공간 '센티널'을 개발하고 있지요.
센티널은 원래 심해 탐사 목적으로 제안한 아이디어였어요. 심해 탐사는 육지 탐사보다 몇 배나 시간이 많이 걸려요. 수면에서 10m 내려갈 때마다 압력이 1기압씩 높아지는데, 압력이 높아질수록 산소 속 질소가 혈액에 많이 녹아들어 환각, 반응 속도 저하 같은 증세가 나타나죠. 수심 200m 지점을 탐사하려면 잠수 이전과 잠수 후 기압 적응에 수시간이 필요한데, 정작 잠수해서 물속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내외라고 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수중 거주지를 만들기로 했어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우주인처럼, 바닷속에 머무르며 해양 생태계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나아가 이 수중 공간이 미래에는 인간의 새로운 거주지가 될 수도 있다고 본 거예요.
디프는 먼저 모듈형 해저 기지 '뱅가드'를 짓겠다고 발표했어요. 컨테이너 하나 정도 크기로, 3명이 일주일 동안 심해에 머물 수 있대요. 높은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3D 프린터로 금속 물질을 층층이 쌓아 단단한 벽을 만들었죠.
센티널은 이 뱅가드를 여럿 연결해 만듭니다. 올해 영국 사우스웨일스에 있는 다이빙 센터에 뱅가드를 시험 설치하고, 2027년 말까지 실제 바다의 수심 200m 지점에 센티널을 완공하는 것이 목표예요. 과학자 6명이 한 달간 머물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2030년까진 사람이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랍니다.
보금자리 찾아 우주로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주에 거주 공간을 건설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어요. 기후 위기가 계속되면 미래 지구는 인간이 살기 어려운 행성이 될 수 있거든요.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후보지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달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 게 목표예요. 지구에서 재료를 들고 가기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3D 프린터와 달의 흙을 이용해 건물을 짓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중력이 약한 달은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교차가 매우 커요. 낮엔 최고기온이 127도에 이르고, 밤엔 최저 영하 173도까지 뚝 떨어지죠. 그래서 NASA는 달의 지하 동굴에 건물을 지으려고 하고 있어요. NASA는 깊이 80m, 폭 45m짜리 지하 동굴을 발견했는데, 이곳이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어요. 동굴 내부 면적이 테니스장 14개를 합친 정도로 넓다고 해요. 동굴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유인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곳에서 약 400㎞ 떨어진 곳에 있어요. 이곳은 기온이 27도로 유지되고, 우주 방사선이나 운석 충돌 같은 위험도 피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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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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