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동안 벌써 39년전의 기억을 소환해 놓고 젓가락으로 비비고 있다 그렇게 먹고 싶다고 보채던 녀석은 이제 내 품을 떠난지 오래다
강원도 산골에서 찾아 볼 수 없어 제대로 된 재료없이 어설프게나마 손수 만들어 먹으며 입덧을 달랬던 잊지못할 추억이 내 앞에 돌아왔다
울컥 목이 메인다. 이제는 먹고 싶다고 보채는 녀석도 없어 어설펐던 기억을 추억하며 먹고 산다
빈그릇을 뒤로 두고 나서는데도 허기가 지고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는 후두둑 몇 방울의 비가 내린다
l해설l
일명 ‘비당’이라고 하지요. 삶은 당면에 길게 썬 어묵, 단무지 그리고 채소를 얹고 고추장 양념을 비벼 먹는 우리 부산의 특색있는 음식, “비빔 당면”이라는 메뉴는 부산 사람들만의 특이한 음식 중에 하나에 속합니다. 돼지국밥 또 밀면 등 다른 지역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나고 배우고 익힌 부산 토박이라면 이 세 가지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비빔 당면은 깡통시장 거리 한복판에 자판을 깔고 할머니들이 말아주던 그 신비로운 맛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 깔깔거리며 같이 먹던 친구들, 남포동과 자갈치를 오가며 우리 세상인 듯 큰소리치며 거리를 활보하던 시간들을... 김정숙 선생님의 비빔 당면 속에는 어떤 매콤하고 달달한 이야기들이 섞여 있는지 나무젓가락 준비되셨지요? https://story.kakao.com/ch/pusanpoem/fU0iHipxJcA/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