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댓글"이 전집류는 사실 아무에게 안 파는 건데...." 서점 주인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아, 그래요?" "네. 단골 교수님들이 이 시리즈를 가끔 찾으시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에게 특별히...." 김 작가는 서점 주인이 맺기도 전에 말허리를 쌍동 자르며 말했다. "그럼 그분들에게 팔도록 하셔요. 그분들이 가격도 잘 쳐줄 것 같은데." "아, 그래도 그냥 갖고 가시죠." "아닙니다. 더 필요한 분들이 갖고 가는 게 맞아요. 그래야 사장님에게 더 득이 되고." 김 작가는 노끈으로 묶는 전집을 매대 위에 도로 내려놓고 까닥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사장의 얼굴에 일순 당황한 빛이 스쳤다. 이듬해 봄 김 작가는 근처에 볼일 있어서 왔다가 그 서점을 우연히 들렸다. 그 전집류는 먼지만 잔뜩 쌓인 채 여전히 서점 한구석에서 자고 있었다. '아. 그때 서점 주인이 새치를 부린 거구나.' 김 작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번 한번만 참석을 해 주셔요?" 모임 통보가 오면 나는 새치를 부린다. 가기 싫은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모두 잘 차려 입은 명품 브랜드에 화장을 아주 예쁘게 하고 명품백을 들고 참석을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거의가 주워 담아야 꼬막 쪼가리 하나도 채우지 못할 씨잘데없는 소리들이다. 나 역시 명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있으면 뭐하나? 내가 귀찮으면 안 하는 것이지. 산지기 집 거문고라 했던가? 돼지목에 진주라 했던가? 어느 분이 선물을 해 주었던 샤넬 지갑과 가방, 버버리 지갑, 괜찮게 사는 동생들이 중고로 팔아도 500만원이 넘는다는 명품 시계, 어느 날 시계를 사준 시누이가 말했다. "언니 그렇게 새치부리지 말고 차고 다녀요." "그러게 그런데 그 시계 차고 풀 맬까?" 했더니 시누이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이 명품이 되는 것이다. 명품으로 두른 허상이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내가 바로 명품인 "나"가 되고 싶은 것이다.
첫댓글 "이 전집류는 사실 아무에게 안 파는 건데...."
서점 주인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아, 그래요?"
"네. 단골 교수님들이 이 시리즈를 가끔 찾으시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에게 특별히...."
김 작가는 서점 주인이 맺기도 전에 말허리를 쌍동 자르며 말했다.
"그럼 그분들에게 팔도록 하셔요. 그분들이 가격도 잘 쳐줄 것 같은데."
"아, 그래도 그냥 갖고 가시죠."
"아닙니다. 더 필요한 분들이 갖고 가는 게 맞아요. 그래야 사장님에게 더 득이 되고."
김 작가는 노끈으로 묶는 전집을 매대 위에 도로 내려놓고 까닥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사장의 얼굴에 일순 당황한 빛이 스쳤다.
이듬해 봄 김 작가는 근처에 볼일 있어서 왔다가 그 서점을 우연히 들렸다. 그 전집류는 먼지만 잔뜩 쌓인 채 여전히 서점 한구석에서 자고 있었다.
'아. 그때 서점 주인이 새치를 부린 거구나.'
김 작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번 한번만 참석을 해 주셔요?"
모임 통보가 오면 나는 새치를 부린다. 가기 싫은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모두 잘 차려 입은 명품 브랜드에 화장을 아주 예쁘게 하고 명품백을 들고 참석을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거의가 주워 담아야 꼬막 쪼가리 하나도 채우지 못할 씨잘데없는 소리들이다.
나 역시 명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있으면 뭐하나? 내가 귀찮으면 안 하는 것이지.
산지기 집 거문고라 했던가? 돼지목에 진주라 했던가?
어느 분이 선물을 해 주었던 샤넬 지갑과 가방, 버버리 지갑, 괜찮게 사는 동생들이 중고로 팔아도 500만원이 넘는다는 명품 시계,
어느 날 시계를 사준 시누이가 말했다.
"언니 그렇게 새치부리지 말고 차고 다녀요."
"그러게 그런데 그 시계 차고 풀 맬까?"
했더니 시누이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이 명품이 되는 것이다.
명품으로 두른 허상이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내가 바로 명품인 "나"가 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