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새재 드라마촬영장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 나를 꼬드기네 / 어깨에 둘러맨
가방 그만 내려놓고 /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 ....'
시인 이재무의 시 <저 못된 것들>의 싯구처럼 봄날엔 이유 불문, 장소 불문 무작정 떠나지 않곤 견딜 수 없다. 왜냐하면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이 그냥 두지 않기에.
경북
문경새재는 봄날 유혹을 희롱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보기만 해도 기운이 충만해지는 우거진 숲이 거기 있고, 물소리 새소리 어우러진 새재옛길을 따라 가면 봄날 정취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어서다. 봄날이 무르익으면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이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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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옛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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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걷기 좋은 문경새재 옛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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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바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다. 에이, 시시하게 드라마 세트장 따위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한 때 지방자치단체마다 앞다퉈 드라마세트장을 유치했던 때가 있었고, 그 결과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세트장이 흉물스런 애물단지가 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곳 오픈세트장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그들과 차원이 다르다. 매표소를 지나 세트장으로 발을 옮겨 놓으면 어느 틈에 조선시대로 순간이동이 이뤄진 듯하다. 세트장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산세도 홀연히 그 시대로 이끈다. 어느 정승댁 앞마당일까, 부지런한 아랫것이 말끔하게 비질한
마당과, 기와를 올린 담벼락조차 예사롭지 않은 서슬을 짐작케 한다.
동편에 의정부, 이조, 병조, 기로소 등이 있고 서편에 예조, 사헌부, 병조, 형조, 공조 등 국가를 이끄는 중요한 관서들이 자리한 육조거리를 지나면
광화문과 경복궁, 동궁 등 궁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저곳을 살피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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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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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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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에 드라마 오픈세트장이 만들어진 건 지난 2000년이다. 한국방송
공사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사극
대하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 문경새재 제1관문 뒤 용사골에 세트장을 건립했다. 이 곳에 촬영장을 설치하게 된 동기는 무엇보다 조령산과 주흘산의 산세가 고려 수도 개성의 송악산과 흡사했고, 옛길이 잘 보존돼 사극 촬영장으로 매우 적합했기 때문이다. 당시 6만5,755㎡의 부지에 왕궁 2동, 기와집 42동, 초가 40동,
기타 13동으로 건립된 세트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사극 촬영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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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과 조령산이 에워싼 주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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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 <제국의 아침> <
무인시대> <대조영> <근초고왕> <성균관 스캔들> <공주의 남자> 등을 촬영했다. 영화로는 <스캔들> <낭만자객> 등을 찍었다.
현재의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문경시의 제작지원으로 과거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트장을 허물고 새로운 조선시대 모습으로 2008년 준공한 것이다. 여기에는 광화문, 경복궁, 동궁, 서운관, 궐내각사, 양반집 등 103동이 건립됐고, 기존 초가집 22동과 기와집 5동을 합해 130동의 세트
건물이 존재하고 있다.
넓은 이 세트장을 다 돌아보려면 다리품을 재게 팔아야 한다. 아낌없이 쏟아지는 봄 햇살이 눈부셨던 걸까. 바쁜 걸음을 멈추고 쉴 그늘을 찾던 관람객 하나가 담장 너머 고개 내민 꽃나무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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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꽃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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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저기 봄날이 기웃거리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봄날과 눈이 마주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봄날이 이 곳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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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봄꽃이 만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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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문경새재도립공원 내 길게 이어진 식당가에는 재미있는 상호의 맛집이 많다. 왕건정식을 메뉴로 선보이는 새재왕건집(054-571-8857)을 비롯해 손두부 맛을 자랑하는 임꺽정가든(054-572-0027)이 있다. 문경
도자기전시관에서 새재교 건너편에 자리한 소문난식당(054-572-2255)은 상호 그대로 묵조밥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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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사발 축제에 출품된 도자기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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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국도 3번을 타고 충주 → 수안보 → 이화령터널 → 문경새재 진입로 우회전 → 문경새재에 이른다. 혹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 IC → 점촌(문경시) → 문경읍(3번 국도) → 문경새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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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선비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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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타임스-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입력 2012-04-19 18:28 수정 2012-04-19 19:36
첫댓글 간만에 밀짚이 여행기 한 자락 끄적거리려 했더니 오토타임스 이준애 기자가 알아서 대필을 해줬네요...ㅎㅎ
헌데, 사진은 우리 다큐 로드 작가 단비가 역시 짱이네요.^^*
이제야 카페문을 두두려봅니다.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나중에나중에 ... 문경새재를 넘고오니 옛선비들의 과거길 모습이 스쳐지나갑니다..지금은 잘 다듬은 편한길이지만..옛길은 .. 애구 무섭다는 생각이 그만 오싹~~~ 이릴적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간적이 있었다. 오빠 ,나 ,동생과 함께..너무 조용해서 무섭움에 떨던 기억이난다....하지만 문경새재길은 너무나 평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