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의 여행 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
Montenegro
10. 검은산 몬테네그로 부드바, 코토르 (1)
남동부 유럽 발칸 반도에 위치하며 인구는 70만 명 정도이고 정교, 이슬람교, 가톨릭이 공존하는 나라. 몬테네그로는 로브체 산을 가리켜 검은 산이라 부르는 이탈리아어 국명이다. 수도는 포드로리차이다.
부드바와 코토르의 차이점은 부드바는 그리스 스타일의 도시로 만들어졌으며, 코토르는 로마의 영향을 받은 베네치아 스타일의 도시라는 것이다.
아침 일직 타라나를 출발, 몬테네그로를 향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국경에 거의 다다른 듯 하였다. 잠깐 휴게소에 갈까 하다가 국경을 지나 들르기로 하였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이곳은 입출국 절차를 동시에 밟게 되어 있었다.
국경을 지나고 얼마 안 가 나타난 첫 번째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들른 다음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 휴게소를 출발한 지 20분 남짓 지나자 아드리아 해가 보였다. 바다 건너편에는 베네치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들었다. 부드바까지는 아직도 약 네 시간 정도 더 가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몬테네그로에 도착했다.
엘레나가 물었다.
“바보 같은 질문일지 모르지만, 이 나라의 수도가 어디인지 아세요?”
“포드고리차, 인구는 15만 명 정도 되죠.” 하고 대답하였다.
“왜냐면 이름이 좀 어려워서요, 혹시 이전에 이곳을 여행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녀가 나를 보며 이야기하였다.
“포드고리차는 구 유고슬라비아연방 시절에는 티토그라드라고 불리었대요. 인구는 70만 정도이고 화폐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고요. 종교는 정교가 69퍼센트, 이슬람이 19퍼센트, 가톨릭이 4.4퍼센트 정도입니다. 몬테네그로 국민 대다수가 정교도죠. 그러나 무슬림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관여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보면 몬테네그로의 크기는 강원도 크기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곳에는 다섯 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3분의 1이 국립공원이라는 것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디나르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데 2,000미터에 가까운 봉우리만 마흔 여덟 개라고 합니다. 위치를 보면 발칸 반도와 서남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크로아티아, 북으로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동으로는 세르비아, 코소보, 남으로는 알바니아가 위치해 있죠. 그리고 200킬로미터의 아드리아 해안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코토르 만은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들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나는 핸들을 돌리며 엘레나에게 말하였다.
“영국 시인 바이런은 ‘땅과 바다의 아름다운 만남’ 즉 지중해 바닷가의 비취빛 해변, 장대한 산맥, 그리고 고대도시와 같은 유서 깊은 고도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몬테네그로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검은 산’이라는 뜻인데 디나르 알프스 산맥의 경사면에 그늘진 산지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엘레나는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보며 이야기하였다.
“몬테네그로 공화국은 세르비아 공화국과 함께 연합 국가였으나 2006년 5월 21일 독립을 묻는 투표에서 분리를 결정, 독립했죠. 구 유고슬라비아연방을 구성했던 여섯 개 공화국 중 하나였다가 1992년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연방이 붕괴한 후 세르비아와 함께 신 유고슬라비아연방을 구성하였지만 1992년 3월부터 1995년 12월까지의 보스니아 내전과 1995년 코소보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몬테네그로의 독립 문제를 야기한 주요한 원인입니다. 세르비아와 함께 연방에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 서구로부터 경제, 정치 등의 제재를 받게 되었으니까요.”
엘레나와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부드바로 향하고 있었다.
“부드바와 코토르. 두 도시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하고 엘레나가 물었다.
“글쎄요?”
“부드바와 코토르의 차이점은 부드바는 그리스 스타일의 도시이고, 반면 코토르는 베네치아 스타일이라는 것이죠. 로마의 영향을 받았다는 겁니다. 부드바라는 도시가 만들어지는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를 알 수가 없었다. 발칸 반도를 처음 여행한다는 엘레나는 발칸 반도의 역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하는 여자일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갈 때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부드바는 발칸 반도의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인데, 고대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의 아들인 카드모스(Dadmus)에 의해 건설되었답니다. 카드모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테베에서 추방된 후 소가 끄는 마차를 타고 이곳에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했다는군요. 그 후 도시국가로 성장하였고, 그것은 일리리아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은 약 2,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답니다.”
내가 엘레나를 보면서 말하였다.
“대단하네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아세요?”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하였다.
“혹시 ‘슬라바’라고 들어 보였어요?”
“슬라바, 몬테네그로의 성인을 기리는 날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
“슬라바는 이야기하신 대로 몬테네그로의 성인을 기리는 날이죠. 니콜라우스 성인을 기리는 날은 12월 19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성인을 기리는 날은 아닙니다. 각 가정에는 수호성인이 있는데, 그 수호성인을 기리는 날에는 3일 동안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먹지요. 전하는 이야기로는 키릴과 메토티우스가 발칸 반도에 왔을 때 세르비아 사람들이 완고해서 자기들만의 수호신이 있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키릴과 메토티우스는 그것을 인정하는 대신 크리스천 이름을 붙여야 된다고 해서 니콜라우스 성인이 생겼고 이게 전통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엘레나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부드바라는 도시의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아세요?”
“부드바, 글쎄요. 이 말이 정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드바 혹은 부트와는 그리스어로 수소(ox)를 의미합니다. 이 도시를 세운 카드모스는 그리스에서 수소가 모는 우마차를 가지고 신부님을 모셔왔다는 군요. 그래서 이렇게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엘레나와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부드바로 가는 해안 도시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아름다웠다. 거의 도착한 듯하였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오늘 내가 예약한 곳은 호스텔이었다.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구시가지가 나온다. 그곳에 있는 호스텔은 저렴하지만 엘레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엘레나에게 물어보기로 하였다.
“실은 구시가지에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문제는 8인실이라는 겁니다. 5층짜리 건물인데 2,3,4층에 각 8인실만 있어서요….”
엘레나는 좀 고민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나에게 말하였다.
“그럼 그곳에 묵으시고 저는 근처 호텔을 알아볼게요. 그리고 만나면 되지요.”
답은 간단하였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나도 좀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엘레나에게 말하였다.
“우선 호스텔은 생각 없는 것으로 알고 호텔을 먼저 알아보죠.”
엘레나는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구시가지와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하고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갔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구 시가지는 다른 도시의 구시가지보다 규모면에서는 작은 느낌이었지만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호텔이 보였다. 중세 마을의 좁은 골목 안에 있는 호텔이었다. 방은 없었다. 관광객 수에 비해 호텔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구시가지 안에서는 말이다.
방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만실이어서 다른 곳으로 가보곤 하였다. 그러다가 좁은 골목 사이에 있는 호텔을 발견하였다. 방을 찾았다. 그러는 사이 나는 좀 고민스러웠다. 원래 예약한 곳에서 쉬고 다음날 다시 만나 투어를 할 건지 아니면 호텔을 예약 할 건지 고민이었다. 나는 호텔에 방 두 개를 예약하였다. 호텔에서 방을 달라하니 남녀 둘이 와서 그런지 나에게 더블이냐 트윈이냐를 물어보았다. 내가 “투 싱글”하고 말하였더니 호텔 직원은 나와 엘레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투 싱글?”하며 다시 또 물었다.
엘레나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체크인을 하고 나서 우리는 구시가지로 나왔다. 부드바의 구시가지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좁은 골목, 관광객 그리고 중세적인 느낌의 도시였다.
우리는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골목의 중간쯤 어린아이들이 보였다. 남자아이 둘, 여자 아이 하나, 그들은 좌판을 깔고 조개껍질을 팔고 있었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였다
많은 외국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러시아였다. 러시아 사람들이 이곳에 많은 투자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사람들이 매년 많이 온다고 한다. 이러한 풍경을 보며 골목길을 걷고 있을 때 엘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곳 구시가지는 보우토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그리스 선원에 의해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의 건물들은 베네치아 양식인데 주택의 문, 발코니, 창문, 벽 등을 보면 알 수 있죠. 7세기, 9세기, 19세기에 건축된 건물들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성 사바 교회였다.
내가 엘레나에게 말하였다.
“이 교회가 성 사바 교회라는 것은 아실겁니다. ‘사바’라는 것은 세르비아의 아주 흔한 이름이죠. 여기서의 사바는 세르비아 정교회의 성인인 사바가 아닙니다. 이 교회를 지은 사람이죠. 후에 성인이 되었습니다. 이 성인은 가톨릭과 정교회로부터 함께 존경받는 분이라는군요. 사바 성인은 세르비아의 왕자였는데 12세기에 그리스 교회에 자치권을 요구햇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세르비아 정교회와 국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성인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 앞의 이 조각은 믿음, 소망, 사랑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교회 안을 둘러보았다. 안은 벽과 반원형 아치로 되어 있었다. 벽과 반원형 아치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 프레스코화는 12세기경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네가 엘레나에게 설명했다.
“프레스코화의 얼굴을 한번 잘 보세요. 긴 얼굴에 긴 코, 큰 귀, 그리고 작은 입이 보이죠? 긴 코는 현명함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큰 귀는 경청을, 그리고 작은 입은 말을 적게 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안에는 양초들이 놓여 있었다.
“저 양초의 의미를 아세요?” 하고 엘레나가 물었다.
“위쪽에 놓여있는 양초는 산 사람을 위한 것, 그리고 아래쪽의 양초는 죽은 영혼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교회는 베네치아와 오스트리아 점령기에 귀중품 및 성화, 석상 등이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우리는 교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음으로 간 곳은 성 요한 성당이었다.
엘레나가 나에게 이야기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몬테네그로에 있는 유적지나 교회가 7세기나 8세기에 세워진 것이 많다는 거예요. 그리고 성 요한 성당은 19세기까지 주교 관구였으며 건립 시기는 불확실하답니다. 북쪽 종탑은 1867년에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쪽으로 신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있는데 주교의 거처로 사용했던 건물입니다. 지금은 방대한 기록보관소와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답니다. 그리고 푼타의 성모 마리아 성상이 있으며 부드바 연대기가 특히 유명합니다.
우리는 성당 안을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