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국
’동네 한 바퀴’에서 지난날 모레 바닥을 주름잡던 선수가 나와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다니다가 맛난 음식점으로 들어가 메기국을 먹는다. 3대째 식당을 이어간다며 며느리의 자랑이 한창이다. 낙동강 근처에 식당을 마련해서 양식 메기를 끓인다. 뚝배기에 설설 끓는 국을 담아내는 음식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또 먹성 좋은 덩치 큰 씨름선수가 뚝딱 한 그릇 하는 게 먹음직하다.
낙동강 하류에서 건져 올린 재첩으로 만든 국이 유명했다. 산청 어탕국수 파는 데가 있어서 가끔 맛을 본다. 시내 곳곳에 장어 음식점이 있어 구이나 탕을 든다. 추어탕집이 가끔 보여 들어가면 몸통을 갈아 가루를 만든 누런 국물을 퍼마신다. 미꾸라지가 들어갔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이 그러려니 한다.
시골 맑은 산골 물에 키운 송어회와 매운탕 집이 보인다. 붕어와 잉어회를 먹고 간에 벌레가 생긴 데서 피하는데 괜찮을까 미심쩍다. 이어(鯉魚), 부어(鮒魚), 수어(秀魚), 노어(鱸魚)의 한자 말에 ㅇ을 붙여 잉어와 붕어, 숭어, 농어라 이른다. 송어는 갈랐을 때 소나무 속같이 붉다 해서 이름한 것이다.
낙동강 하구엔 기수에 사는 웅어와 전어가 있다. 중국 엽전에 새겨졌다는 전어는 회가 맛있단다. 잔잔한 뼈째 썰면 자글자글 씹히는 게 맛나단다. 구이도 좋아해서 해마다 가을로 접어들 때 명지에선 축제가 열린다. 민물은 그뿐인 것 같다. 전에 많이 잡힐 때 잉어나 붕어 파는 식당은 다니면서 이젠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봇물 막고 나면 아랫물에서 피라미나 버들치, 모래무지, 꺽지, 쏘가리, 가재 등을 잡아 나물 넣고 얼큰한 풋고추와 된장을 풀어 어탕을 해먹은 적이 있다. 그때 메기처럼 생긴 노르스름 작은 물고기가 있어 만지면 머리 좌우로 쏘아댄다. 손가락이 저리고 쿡쿡 쑤시며 아파 쩔쩔맨 적이 있다. 수염이 좌우로 길게 난 영감처럼 생긴 메기는 쏘진 않아도 엄청스레 크다.
입이 상어처럼 생기고 머리는 큼직하다. 미끌미끌한 것이 꿈틀대며 펄 바닥을 헤집고 다닌다. 이것도 키운다니 못하는 게 없다. 양식하는 기술이 발전해서이다. 잉어와 붕어, 뱀장어 등 민물고기는 다 보양식이다. 대서와 중복이 지나는데 이 무더운 여름을 나기 힘들다. 뭘 먹어야 입맛이 날까. 보신탕집이 여름 한철 붐볐는데 이젠 못 먹게 해서 잠잠하다. 삼계탕이 요즘은 인기다. 줄을 서야만 한 그릇 얻어걸린다.
넘어가다가 되잡아 넘어뜨리길 잘하는 왕년의 천하장사가 저리 맛있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경남 김해 가까운 어디 음식점이란 간판이 보인다. 마침 아내 생일이어서 아침 식사 때 오늘 점심은 바람도 쐴 겸 한림으로 가자. 아들이 인터넷으로 길을 찾았다며 서둔다.
내비게이션을 켜서 1시간 거리쯤 쉽게 바로 찾았다. 마당에 들어서니 입 다시며 나오는 사람들이 한 그릇씩 한 모양이다. 시골이어서 예약해야 준비할 것 아니겠나 했는데 웬걸 사람으로 꽉 찼다. 방송을 타서인가 알고 온 사람들이다. 큰 방엔 자리가 없다. 마침 일어나는 사람이 있어 부엌 앞 식탁에 앉았다.
한참 만에 절절 끓는 국과 밥이 나왔다. 아침을 미역국에 말아 든든히 먹었는데도 잘 넘어간다. 얼른 해치우고 맛있게 들었다며 나왔다. 뜨거운 날씨에 더 덥다. 집으로 오는데 긴 골목을 굽이굽이 나오니 좌우가 공장지대다. 무슨 무슨 가구가 많다. 나온 김에 국립김해박물관을 보러 들어갔다.
아득한 옛날 조상들의 삶을 펼쳐놨다. 칼에다 도끼, 화살 등이 모두 돌이다. 풀을 베는데 낫처럼 생긴 나무이다. 저게 베이려나 싶다. 사냥으로 먹거리를 삼다가 구하기 힘드니 씨앗을 갈아 먹는 돌그릇들이 보인다. 철기시대 들어와서 어디서 쇠를 녹여 만든 철편이 보인다. 높은 온도여야 되는데 저걸 어찌 만들었을까.
가마가 있는데 숯을 가득 채워 넣어 녹이는 모습을 재현해 놨다. 즐비한 온갖 토기와 깨진 조각들을 모아 그때의 삶을 보여줬다. 저걸 다 어디서 주웠을까. 쇠스랑과 호미, 괭이, 칼, 도끼 등 쇠로 된 농기구는 한참 뒤에 나왔다. 그간 조상들의 억척스레 고된 삶이 되뇌어 보인다.
잠자리며 변변한 옷가지나 있었겠나. 추위와 더위를 무슨 수로 피해 살았을까. 밤낮 먹는 일로 골몰한 삶이다. 다친 상처나 속앓이는 어찌했겠나.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창이나 긴 칼, 삼지창, 말 안장과 투구, 갑옷 등 전쟁 무기도 보인다. 한 바퀴 돌고 출구 쪽으로 나오니 수천 년을 살다 온 기분이다. 차를 한 잔 시켜놓고 아들이 급히 어디론가 사라진다.
뒷간을 갔다 온다며 배가 좀 아프단다. 아침 먹은 것이 체하기라도 했나. 배탈이 났나. 집으로 가다가 말고 또 낯선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휴지를 찾아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저리 급하나. 뒤따라가 봤다. 문을 여니 모기가 바글거린다. 아들이 모기 없는 곳으로 달려간 모양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도 앉고 싶다.
달려드는 모기를 이리저리 저으며 쫓아냈다. 시원하게 일 보고 찔러대는 벌레를 피해 얼른 일어섰다. 아들을 옆에 앉게 하고 운전해 갔다. 집 가까이 왔을 때 또 급하단다. 이크 큰일이구나 도로 가장자리에 내려 일을 봐야 할 형편이다. 어쩌면 좋나. 마침 국회도서관이 저기 보여 ‘조금만 참아라.’ 하고 달렸다. 그런데 앞차가 느리게 가니 어쩔 수 없다.
보이는 거리인데 급하니 되게 멀다. 밀리는데 빵빵해 본들 무슨 소용 있나. 지린다며 안절부절못하는 아들을 보며 겨우 주차장에 세웠다. 이번엔 아내도 같이 따라 뛰어 들어간다. 생일날 놀러 갔다가 가족이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집에 와서도 허겁지겁 들랑날랑했다. 숙주나물과 부추에 잘게 썬 푸른 청양고추를 넣은 걸 맛나게 먹었는데 그런다.
첫댓글 메기탕이 생각나시어 김해까지
맛집 찾아 가셨군요
잘 못 드셔 식중독에 가족들 고생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시냇가나 강에 그리 많던 고기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잉어 떡붕어 뱀장어 미꾸라지는
고기 축에도 끼워주지 않았죠
지금은 모두가 귀한 존재가 되어 맛집에서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언제 청도에 민물고기 탕 드시러 오세요
수고 하셨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지만,이상한 혼자만의 선입견이 있어서 민물고기는 먹질 못합니다.ㅠ돼지껍질,닭발,내장탕..얼마전부터 겨우 맛보기시작한게 추어탕 정도.온갖 맛집섭렵하는것도 미식가들에게는 큰 행복일테지만 이것저것 가리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맛집 찾아가는것도 나름 소소한 행복입니다.여름철음식은 만드는사람도 신경많이 써야하지만 먹으면서도 조심조심 또 조심해야합니다
날이 더워도 이렇게 더울수도 있나..싶게 덥습니다
건강하게 여름 나셨음 좋겠습니다.두분쌤...
갑자기 많이 모이니 미쳐 대처하지 못하자
얼버무려 만든 게 탈이 된 것 같습니다.
시내 어느 음식점은 재료가 떨어지니 안 팝디다.
삼복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