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세계 팝업 아트(World Pop-Up Art)展>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3차원 시각 예술인 팝업아트가 건축, 인테리어, 무대디자인, 비쥬얼 멀천다이징, 광고 등 다양한 산업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로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좋은 기회로서 관람객 역시 팝업이 주는 상상의 기운을 무한히 받으며 돌아가는 듯하다. 무엇하나 놓칠세라 드로잉북을 펼쳐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스케치하는 디자인전공 학생부터 팝업이 신기해 어쩔 줄 모르는 꼬마아이까지. 종이를 펼치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감동을 쏟아내는 팝업은 소설책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임을, 팝업은 분명 ‘경험’해 보아야 안다.
<Pop-Up-Sculpture Peacock ,2013 , Peter Dahmen>
Pop up Museum
크게 7가지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된 이번 전시의 첫 번째 내용은 바로 팝업의 역사이다. 우리가 흔히 동화책에서 접했던 팝업이 무려 1200년대 성직자나 왕을 위한 종교 및 천문서적, 달력, 지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가히 놀랍다. 실로 달력을 연결하거나 행성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회전판을 사용하는 방법에 그친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이와 같은 팝업의 시작은 700년이 지난 지금의 발전을 이루게 한 든든한 발판이었음이 분명하다. 팝업 희소 소장본 및 초판본, 한정본을 특별 전시하며 19세기 팝업북이 대중화되기 이전의 팝업북 등 컬렉터들의 희소 소장본들을 전시한다.
3D Paper Pop - Up Art. Books Alive!
움직이는 팝업북관에서는 기계 장치를 통해 책이 자동으로 펼쳐져 3차원의 팝업을 마치 영화처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명작동화, 판타지, 호러 등 스토리가 있는 팝업북은 물론 패턴디자인, 타이포그래피, 건축디자인 등 다채로운 조형물을 소개하는 팝업북까지 관람객을 무한한 영감의 세계로 안내한다.
Pop Up in Applied Art
에르메스(Hermes), 샤넬(Chanel),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 불가리(Bulgari)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가 세계적 팝업작가인 벤자 하니(Benja Harney)와 만나 함께 작업한 비주얼 멀천다이징, 팝업 프레스키트와 팝업 카탈로그가 특별 전시된다.
Pop- Up in Fine Art
팝업 순수미술관에서는 팝업의 스펙터클한 기교에만 집중하는 시대적 분위기에 반발하여 팝업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폴 잭슨(Paul Jackson)의 작품을 비롯하여 Ingrid Siliakus, Lizzie Thomas, Emma Van Leest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건축모형, 모빌 등을 통해 팝업을 디자인의 수단이 아닌 예술 작품 자체로서 순수 미술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킨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특히, 페이퍼 건축가(Paper Architect)로서 종이를 통해 거대한 건축을 만들어 내는 Ingrid Siliakus의 정교한 디자인은 360도 회전하며 다각도에서 봄으로써 그 가치를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Masterpieces by World Masters
세계적인 팝업아티스트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Masterpieces by World Masters> 섹션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다름 아닌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다. 아모레퍼시픽(Amore Pacific)의 브랜드인 설화수의 팝업북과 원더걸스의 2012년도 스페셜 앨범 작업은 모두 김수현 작가의 작품인데 그중에서도 후자는 원더걸스 영상에 쓰이는 배경으로 팝업북이 쓰였다고 하니 그 스케일과 정교함이 어느 수준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박석 작가의 작품은 세련된 여성미가 돋보인 김수현 작가의 작품과는 또 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독도, 불국사, 다보탑, 동대문과 같은 한국의 미를 팝업으로 승화시킨 그의 다양한 작품들은 한국을 소개하는 카드의 용도로 쓰인다면 손색없을 만큼 실사보다 더욱 멋진 한 폭의 그림을 완성했다. 한편, 유년시절 즐겨 보던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 영상 매체에 영향을 받아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프랑스 출신 필립 위제(Philippe UG)의 작품은 마치 비디오 게임의 화면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주기에 충분하다.
Interactive Pop –Up. Popping Me Up!
관람객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그를 기반으로 타로 카드들이 팝업되면서 관람객의 운명을 점 쳐주는 인터렉티브 영상 작품이다. 전시 및 관람객들이 직접 전시물을 열거나 당겨서 평면작품을 팝업으로 변형시키는 관객참여형 체험존으로 팝업의 대상이 종이책에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적극 보여주고 있다.
글. 최은영
자료 제공. 아트센터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