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전 일부러라도 불자라고 알리고 다닙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부처님 원망도 좀 했어요. 저의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부처님을 따르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맡았던 역할들을 보세요. 맨날 식모, 식모 한번은 PD가 미안하다며 비단옷 한번 입어보라고 시켜준 것이 무당. 되는 일이 없는 거에요. 어머니는 항상 딸 위한다고 절에 나가셨는데 저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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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보살이 전원주 씨에게 건넨 반지가 눈에 띈다 |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묘각사서 열린 ‘연예인불자 템플스테이’에서 동료들과 마음 나누기에 동참한 탤런트 전원주 씨는 불자연예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50년 연기인생을 털어놓았다.
“제가 연기 생활만 46~7년 했는데 연기를 시작해 30여년 간은 식모역할만 했어요. 식모역할만 맡았던 게 부처님께 기도한 결과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저를 위해 그렇게 기도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했기 때문에 좋은 곳에 나셔서 저를 보살펴 주시는 걸까요. 그 뒤부터 일이 잘되는 거에요. 어머니께서 기도하셨던 일들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깨달았죠. 배역의 비중도 높아지고 주인공은 아니어도 주인공 이모역할을 맡고 그랬지요. 그때부터 일이 잘 풀려나가는 것이 어머니가 부처님께 기도한 공덕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늦었지만 조금씩 연기자 전원주가 알려지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수십년간 식모 연기만 해온 전원주 씨, 그의 연기인생 제2막은 어느 불보살이 전해준 ‘반지’에서부터 열렸다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조계사 행사에 참가했는데 이름 모를 신도가 저를 알아보시더니 ‘전원주씨 반갑습니다. 불자연예인으로써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려주세요’라며 자신이 끼던 반지를 덥석 제 손에 쥐어주는 겁니다. 저는 얼떨결에 반지를 받아 들었는데 도저히 거절하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반지를 받았습니다.”
전원주 씨는 인터뷰를 하는 날에도 그 반지를 끼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끼던 반지인데 제 손에 잘 맞았어요. 그래서 반지를 끼고 다녔죠. 그런데 그뒤부터 촬영장에 들어서면 정신이 맑아진 듯 대사를 외면 술술술 풀리는 거에요. 아무리 예쁜 연기자도 대사를 못하면 연기를 할 수 없잖아요. 저는 또 말을 많이 빨리 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서 대사가 더 중요해요. 제 얼굴에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바로 퇴출대상이에요.”
퇴출대상이라는 말에 전원주 씨 자신도 멋쩍은 듯 특유의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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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각사 템플스테이에서 동료불자연예인과 마음나누기를 하는 전원주 씨 |
“처음엔 몰랐는데 반지를 끼고 촬영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차이가 많이 나는 거에요. 역할도 비중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제 주인공까지 하게 된 거에요. 그래서 알게 됐죠. 이것이 부처님의 원력이구나. 그 후로 반지를 항상 끼고 다녀요. 예전에는 강부자 씨가 주인이고 저는 식모하고 그랬는데 저도 이제 주인공 역할까지 하고 같이 양쪽 집안의 주인을 맡아 연기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그 드라마를 촬영할 때였어요. 강부자 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제가 철문을 쾅 닫고 나가는 장면에서 사고가 난거에요. 문을 잘못 닫는 바람에 제 손이 철문에 찧어 버린 거에요. 모두들 깜짝 놀라 뛰어 왔는데. 그 순간 전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손가락이 잘렸을지도 모르는데 손가락이 멀쩡했더란 말입니다. 피가 살짝 나긴 했지만 다쳤다고 말할 수 도 없었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손을 보니 그 이름 모를 보살님이 주셨던 반지가 제 손가락을 대신해 찌그러진 겁니다. 정말 부처님의 가피가 아니었다면 제가 무사할 수 있었을까요. 부처님 원력이 이런 것이구나 너무 대단하다고 느껴서 흥분한 나머지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가 섞여서 ‘곰사합니다 곰사합니다’ 이렇게 외쳤다니까요. 그리곤 부처님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죠. 반지도 빠뜨리지 않고 끼고 다니고 단주도 차고 다녔어요.”
‘단주를 차고 다녔다’는 말을 하던 전원주 씨의 안색이 다소 굳어졌다.
“다른 얘긴 것도 같은데 불자연예인으로써 방송활동을 한다는 게 참 힘들어요. PD들이 기독교신자들이 많다 이겁니다. 제가 단주를 차고 있는 것을 보고는 ‘전원주 씨 그거 빼세요. 그거 끼면 안 됩니다’ 이러면서 못 끼게 하는 겁니다. 아니 그래도 내가 불자인데 왜 못하게 하는지. 일단 슬쩍 빼는 척하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다시 단주를 찼습니다. 촬영 들어갔는데 어쩌겠어요. 그리고 반지 끼고 단주 차면 연기가 더 잘되는데 왜 빼고 하겠어요.“
전원주 씨는 요즘에 불자라는 사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한다
“반지는 아니지만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진주목걸이가 있었는데 그 목걸이의 진주를 가지고 108염주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집에 도둑이 든거에요. 폐물을 싹 털렸죠.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가 주신 진주목걸이로 만든 108염주만이 덜렁 문 앞에 떨어져 있는 거에요. 부처님의 원력이 이런 거구나.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신묘한 일 아닙니까. 이제 저는 항상 부처님이 뒤에서 보살펴 주신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전원주 씨는 “어머니 때문에 불교신자가 된 것은 맞지만 한 때는 원망도 했지만 지금에 돌이켜 보니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너무나 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불자연예인으로써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것이고 불자연예인들이 더 많아 지도록 포교도 열심히 해서 기독교에 뒤지지 않는 불자모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언제나 정겨운 웃음으로 행복한 연기를 펼치는 탤런트 전원주, “나의 밝은 웃음 뒤에는 항상 부처님이 함께 한다”며 그는 또다시 특유의 깔깔웃음을 법당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