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는 순서
복효근
분명 내일 아침이면 활짝 피어날
몽우리 맺힌 꽃가지에
안경을 걸어두고 들어와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
창 밖 매화 가지에 걸어놓은 안경 좀 가져다 달라고 하자
매화나무가 눈이 나쁘다고 하더냐고 별꼴이라고 궁시렁대더니
꽃이 피었다며
올봄 자기가 가장 먼저 보았다고
수선을 떨며 들어서는 그 꽃웃음
이거야 꽃도 보고 임도 보는
일석이조 일거양득
10년은 젊어졌다는 말이 죽은 비유만은 아니다
군둥내 나는 중년
세월의 행간에 문득
매화 향기가 가득한 날도 이렇게는 있다
ㅡ시집 《고요한 저녁이 왔다》역락.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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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햐 ~ 좋다
이게 시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