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면데면하게 아버지를 보고 왔습니다.

[홍정임]

사람에게 마음을 쓰는 일에는 언제나 군색했던 거 같습니다.

좀 푸짐하고 넉넉해도 좋겠는데, 왈칵 가까워지면 책임이 벅차져서 감당이 안 되는 주변머리 없음입니다.

남에게 그렇듯

참 좋아하는 아버지인데도 만나면 말은 데면데면

옆집 아저씨 오랜만에 만나듯 그렇게 말 몇 주고 받고 밥 먹고 오면 답니다.

영감님 혼자 사시는 집

쌀초롱에 쌀이 벌레가 잔뜩 생겼습니다. 금방 생긴 애기들이 눈에 걸리지도 않는데, 이 쌀 그냥 대충 헹궈서 밥 해드시겠지요.

쌀을 내 놓고 온 저녁때 땀 뻘뻘 흘리며 벌레를 잡아냈습니다.

벌레를 잡아낸 쌀은 나누어서 냉장고에도 넣어두고 일부는가지고 왔습니다. 나누어서 다 먹고 새 쌀을 사야겠지요. 

데면데면 아버지를 보고 이래도 되나... 이렇게 밖에 안 되나... 하며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