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우리 동네 땅값은 8-10만원선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짐작일 뿐으로 매우 불확실한 가격이다.
그곳이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또 물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남향인지 북향인지에 따라, 길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여간 집 앞에 비슷한 또래의 귀농자가 와서 품앗이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도 일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종종 지나가는 말로 땅을 사라고 권유를 하기도 한다.
얼마냐 하고 물으면, 평당 8만원선이라고 대답을 한다.
그러면 싸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거의 다 비싸다고 한다.
과연 비싼지 생각을 해보자.
평당 10만원짜리 밭 천평의 땅을 산다고 가정하면, 1억의 비용이 든다.
그 땅에 온전히 농사만 지어서 땅값을 뽑으려고 한다면,
작물을 심어 평당 만원의 수확을 10년간 얻어내야만 한다. 1평당 만원의 수확을 보는 작물은 고추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추건조기, 비닐하우스, 약을 줄 수 있는 동력분무기 등의 시설과 기계가 또 필요하고, 매해 그 땅에 고추만 심으면 연작피해를 입으니 고추만 심을 수도 없다. 더군다나 평당 만원의 수확은 우리 동네 최씨 아저씨 같은 최고의 베테랑 농사꾼만 가능한 것으로, 대개의 초보 농부들은 본전도 못 뽑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말하자면 최고의 베테랑 농부가 10년을 땀을 흘리면 땅값을 뽑게 되는데, 여기에 고추 약값, 비닐 값, 모종 값 등의 경비와 금융 이자까지 고려하면 십몇 년이 걸릴 것이다.
농사 지어서 땅값을 뽑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농촌의 땅값은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든다. 과연 비싼 것인가?
불과 30여분 거리의 대전 노은지구의 땅값과 비교해보면, 대략 20분 거리에 들어서고 있는 행복도시의 땅값과 비교해보면,
아니 저 멀리 서울의 땅값과 비교해보면, 우리 동네의 땅값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한편으로 매우 정직한 것이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몸값은 그 실력에 비례하여 정확히 책정되고,
한 조직체의 재무상황이나, 심지어 한 개인의 씀씀이를 드러내면 그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과 대전과 충남 청양군 목면 송암리의 땅값의 차이는 그 경제적 수익성의 차이를 정확히(정직하게) 대변한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말하자면,
맑은 공기, 맑은 물, 시원한 바람, 산과 들에서 나는 온갖 먹을거리들, 황토흙의 기운, 이런 것들을 땅값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산간오지일수록 땅값이 더 비싸게 되고, 서울과 대전과 청양군 송암리의 땅값의 차이는 거꾸로 똑같은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므로 맑은 공기, 맑은 물, 시원한 바람, 대지의 기운을 찾아 시골을 찾는 이들이 '땅값'을 운운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라고 할 수 있다. 공기와 물, 바람 같은 것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다.
한반도 끝자락 전남 강진으로 귀농했던 풀뿌리가 평당 2만5천원인가, 3만원인가에 땅을 샀다고 했을 때, '거기도 땅값이 만만치 않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서울에서의 거리를 기준으로 이곳의 땅값을 고려한 생각이었다. '땅값'에 관한 한 우리는 구제불능이라고 할 수 있다.
첫댓글 그 풀뿌리가 강진군에서 ....그렇게 지원을 많이 해주는데도 불구하고....대략....귀농 2달만에 돌아왔습니다.
살수가 없을 것 같더랍니다.....
강진군 땅값 2만원이랍니다 그것도 강진군에서 준답니다. 그런데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강진군은 왜줄까요??? 풀뿌리는 주는것도 마다하고 왜 올까요.....!!!!
대전에 한 번 왔다가면 최소 10여만원 금방깨지죠.. 5평이상 날아가는 거죠....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계산이 안됩니다....뻔한계산일수도 있고요....
그래서 민**당 선거사**장님이 되셨다네요 ㅎㅎㅎㅎㅎㅎ
통화하면서 강진갈때 거하게 먹은 술 다시 토해내라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화요일 술 산답니다 ㅎㅎㅎㅎㅎㅎ
내 얘기는 옥씨기네 무주 땅값이 수십만 원은 해야 한다는 얘긴디...
수십만원하면..그땅 팔아서 다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곳으로 또 매입할껄요 ㅎㅎㅎㅎㅎㅎ
귀농..두려움과 설레임이 꼭 반으로 포개지던 그때가 벌써 까마득한 옛날 같기만 하니...
세상사 참 간사(아니 간편)하다는 생각도..
섣불리 결정하고 충동적으로 살아도 되는 그런 인생이기만 하다면 다음 생에 또 사람으로 태어나도 좋겠습니다.
괜히 실명(?)을 거론해서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친 것 같습니다.
저도 늘 섣불리 결정하고 충동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랑잠님~~실명거론, 누 끼치신 거 절대 없습니다~^^
'땅값에 관한 한 우린 모두 구제불능'이란 말씀에 본의 아니게(?) 다들 동의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지요.ㅠㅠ
앞뒤 맥락 다 모른 척 하고서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한편으로 매우 정직한 것이다'에 무작정 태클 걸고 싶어집니다.
반론할만한 이론적 기반이 있어서가 아니라 심정적으로 그렇습니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자본(주의)은 거짓말을 잘도 하니까요.
먹물 농부는 글도 써야하고 가을하늘도 봐야하고 산도 타야하고 가끔 농사도 지어야하니 참으로 바쁘겠다. 그러니 땅값대비답이 안나오지. 쩝...전화끊고 맘만 시끄럽네.아 뒷골땡겨...
농부는 글도 쓰면 안 되고, 가을 하늘 보면 안 되고, 등산도 가면 안 되고, 오직 일만 해야 하는가. 그래야 먹고 살고, 그래야 농부라는 고귀한(?) 명칭을 얻는가. 내가 먹물 소리 듣지 않으려고 농사짓는거 아직도 모르시오? 그러려면, 일만 하라구요? 네, 알겠습니다.
랑잠과 최씨아저씨와 다른점을 이야기한다는게 그만...죄송합니다.꾸벅
그런데 랑잠글을 보다보면 회원들 맘이 참 불편한건 사실입니다.ㅠ.ㅠ
어떤 점이 불편한지 구체적으로 말을 해주세요. 그래야 앞으로 불편한 글 쓰지 않지요. 이 글만 그렇다면 그건 저도 마찬가지로 불편하긴 합니다.
버들치를 좋아하는 홍옥이..'그런데 랑잠글을 보다보면 회원들 맘이 참 불편한건 사실입니다.ㅠㅠ' 일반적이지 않은 사실을 일반화 시킨다는 뭐 그런 구설수에 붙잡히게 됩니다요. 그럴 땐 확~ 단수로 써야 해요. 그럼 뭐 개인의 취향이 되겠지만서두..요거이 다 꺼진 불씨에 기름을 붓는 건 아닌지.
글 읽다보니 소설의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맑은 공기, 맑은 물, 풀벌레 교향악단, 따뜻한 햇살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땅값 뭐 이런 거..
그렇지요 잘나지도 못한 서울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옘못된 버릇이 우리에게는 아주 뿌리깊게
박혀있지요. 랑잠농원 풀벌레 소리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동네도 풀벌레 소리가 들리네요.
귀기울여 들으면 들리는 것을... 어젠 학교운동장에서 여치도 보았다는... 어 신기해라. 꼬맹이가
여치 다리가 코믹하게 생겼다면서 자세를 흉내내는데 어찌나 닮았던지 녀석 덕에 웃었지요.
부동산의 매카니즘, 어디 그곳 뿐이겠어요.
우리동네도, 음식점도 많고 상가도 많아서 사람도 북적대고 쓰레기도 많~은 6단지가,
한 블럭지나, 제법 조용하고 공기도 좋은 제가 사는 3단지보다 비싸다는거 아니예요. 아니러니죠~
땅이 좋킨 좋은데 어떻게 설명 할 수도 없고, 땅!! 땅!! 거리면서 살고도 싶지만 그리도 않되고, 땅이 좋킨 좋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