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임도 중간에 가지 하나가 부러져 쓰러져 있는데
정리하고 가도 되죠?'
'아 그래요? 그러세요'
지난주 그대로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다
부러진 큰 가지하나가 길을 막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원치 않지만
때론 임도를 지날때면 이렇게 수해로 인해 나뭇가지들이 길을 막고 있는 경우가 있다
정글도를 꺼내서 작업을 시작한지 3분이나 되었을까
지나다닐수 있을법한 잔가지들만 쳐내본다
쓱쓱 쳐내는 정글도는 참 쓸모있는 칼이다
겨울엔 도끼보다 잔가지 장작치기도 좋다
캠핑이나 오프로딩을 할때면 늘 오피넬 나이프나 빅토리녹스를 힙쌕에 휴대하고
텐트안에서 잘때는 정글도를 야침밑에 숨겨놓고 잔다
칼을 품는것은 혹시 모를 산속의 짐승이나 괴한의 습격을 대비할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더군다나 아내와 단둘이 아무도 없는 캠핑장이나 오지를 찾는 내게
칼을 품는것은 꽤나 중요하다
언덕을 올라와 넓은 풀밭이 펼쳐진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다
가장먼저 할일은 동쪽과 서쪽을 구분하는 것
필드에 펼쳐진 식물과 바닥상태를 보면
대략 해가 비추는 곳과 그렇지 않은곳을 구분할수 있지만
나침반을 꼭 동원하는 이유가 있다
무덥지 않은 계절까지는 해가 떠서 질때까지 볕이 드는 곳으로
무더운 날씨에는 나무가지들이 그늘이 되어주는 음지에 텐트를 치고
텐트를 칠때는 남쪽이나 동쪽으로 머리를 둘수 있도록 배치를 하기 위함이다
죽은 사람은 북쪽으로 머리를 둔다한다
나는 살아있다
십분만에 장비세팅은 끝났다
어닝에 모기장, 낮은 침대와 낮은 테이블들
혼자 왔다
아내도 버리고 왔다
정들었던 무쏘도 정리하고 이번이 세번째 캠핑카다
루프랙에 변기를 올리니 항상 일광소독과 비만오면 세척되어 좋다. 수납걱정 없고. ^-^
절대적으로 불편하다던 테이크체어도 나처럼 마른사람에게는 그렇지도 않고
원액션이나 폴딩테이블로 대변되는 사각형 장비들속에서
어떻게 놓아도 배치가 안나오는 장비세팅이 질렸다
그동안 삽질 한거지
원형 장비들이 주는 편안함
목살 한근으로 저녁끼니를 채우고
든든한 간식으로 메추리알도 삶았다
늦은밤, 친구커플이 등장한다
여자친구 만든후 두번째 출정
그간 솔로로 같이 다니던 친구가 여친생기니 짐이 한가득이 된다
새벽까지 굽고 먹고 마시니
곯아 떨어졌다
쾌청한 아침
좋은 숲속의 공기
밤부터 내린비로 모기장에서 자기엔 축축할것 같아 퀘차를 던지고 잤다
아침햇살에 젖은 신발도 말리고
젖은 어닝도 빳빳해진다
둘이 온 친구는 분주한데
나는 할일없이 가스나 모으고 있다
쑥을캐야 할텐데 귀찮다
연한 질경이도 캐오라 했는데 귀찮다
사진찍는 친구를 찍고
아늑한 풀밭의 싱그러움도 담는다
시끄럽고 희망없는 나라라도 자연은 아름다운것이지만
....
안봐도 뻔한 인터넷을 뒤집어놓을
노무현 대통령 자살소식들
희망없는 이나라에 이젠 미련도 없다
오랫만에, 하늘이 파랗고 높다
이제 다 정리하고
글이나 쓰면서, 춤이나 추면서, 노래나 부르며 살고싶었다
너무 멀리 왔다
돌아갈 길은 없는걸까
덜 마른 신발을 신고 떠난다
신발속 만큼이나 마음도 축축하고
다음주는 또 어디로 내달려버릴까
첫댓글 와~ 너무 잘보았습니다....
오프로딩도 없고 걍 얌전하게 놀다왔습니다.. ^^
사랑나눔행사에 가지못해 안타깝습니다~ 저긴 오프도 안되구 돈내는 곳인데요.... 뭐 가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대신 루프텐트에서 같이 자요~ ㅋㅋㅋㅋ
자연과의 아름다운 조화인것 같습니다..
녹색의 푸르름속에 묻혀보려고 몇달동안 기다렸어요..
사진과 글 잘 봤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조용한 솔로캠핑과 많이 닮았습니다 많이 참고하겠습니다 ^^
일본은 캠핑의 종주국이 아닌데도 멋진 캠퍼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멋집니다......저런 상황이 되면 다들 시인이 될꺼 같습니다.
^^
무쏘 장터에 나온것 봤는데 랜드로버를 장만하셨군요... 저도 언젠가는.... 잘 봤습니다.
원래는 루비콘으로 가려했는데 경제적 압박이... --;
루비콘보다 랜드로버가 좋은것 아닌가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런데...^^
오프성능만 놓고 보자면 루비콘이 d2보다 훨 낫지요.. 성격이 다른차지만요..
물고기님은 하드코어 하시는분으로 안봤거든요.. 하드코어도 하시나봐요? 네이버 카페에서 후기 가끔 봤습니다(초캠)... 아무튼 좋은차 안전운전하세요...
하드코어는 별로 안좋아하는데요.. 남들 다 가는데 못가는거 싫어하고... 들이댔다가 고립되는게 싫어서요.... 작살날만큼 즐긴다기 보다는 작살안나려고 튜닝하는거 아니겠습니까...ㅎㅎㅎ 감사합니다~
제가 결론을 내드리지요. 차는 FJ 가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