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같은 질문을 각각 다른 분들에게서 세 번 받았다. “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게 나오느냐”는 것이다.
언론이나 정치논평가들이 윤 대통령의 ‘바닥 지지율’에 대해 많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이해 안 되는 ‘미스터리’ 같은 모양이다. 취임 90일, 한창 국민적 기대를 받아야 할 시점에 지지율이 20%, 30%대로 이렇게까지 떨어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무슨 결정적인 정책실패나 부조리한 사건에 연루된 것도 아니다. 인사(人事) 실패, 약간의 말실수, 김건희 여사 사안 등이 있었다 해도 현재의 ‘레임덕 지지율’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윤 대통령은 자기 고집을 내세워 청와대를 소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줬고,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도어 스테핑’도 했다. 이렇게 소탈한 모습을 보인 최고권력자가 지금껏 없었다고 본인은 생각할 것이다. 문재인 전 정권의 도덕적 아킬레스건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수사도 개시했다. 지지자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날개 없는 추락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 ‘정국 구상’을 한다고 한다. 정국 구상이 지금 상황에서는 ‘지지율 회복’ 전략이 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왜·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원인 분석이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닥 지지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통령실 참모진 교체 얘기도 나온다. 참모 교체로 해결이 된다면 백번이라도 교체해야 한다. 최고권력자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며 책임을 넘겨버리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윤 대통령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대신 해결해줄 수없다.
“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게 나오느냐?”고 물어왔을 때, 나는 “두 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첫째는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뒤로 ‘비호감 이미지’였다는 점이다. 근본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보수 진영의 ‘정권교체 도구’로 불려 나왔다. 정치에 입문한 ‘윤석열’이라는 인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따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비록 한쪽 진영일지라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지도자였다. 자기 연인(戀人)처럼 여겼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이 다 그랬다. 하지만 윤석열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목소리 큰 열렬지지자들은 있겠지만 숫자로 보면 한줌에 불과하다.
지난 대선 때 늘 하던 소리가 ‘역대 비호감 선거’였다. 어쩌다 보니 그런 후보 두 명이 맞붙은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 진저리치는 이재명 못지않게 윤석열도 ‘비호감’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의 표정·언행·체구·걸음걸이는 그렇게 썩 ‘대중친화적’이지 않다. 검찰 시절 몸에 밴 ‘갑질’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이미지까지 얹혀진다. 감정적으로 싫은 사람이 아무리 그럴듯한 일을 해보여도 결코 좋아질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인정하는 게 괴롭겠지만 자신이 ‘비호감 인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의 ‘바닥 지지율’을 돌파하려면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도어 스테핑’에 대해 언론인으로서는 내가 처음 우려를 표시하는 칼럼을 썼다. 윤 대통령의 ‘없는 밑천’을 스스로 드러내는 행위라고 했다. 대통령의 정제 안 된 발언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지만, 그 못지않게 ‘비호감’ 인물이 매일 매스컴에 등장하는 것은 국정운영에 위험하다고 봤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식상해지면 안 된다. 그런데 ‘비호감 이미지’의 대통령이 매스컴에 매일 나오면, 국민들은 그 인물을 쳐다보는 게 고통스럽고 그 인물이 더 싫어지는 법이다.
윤 대통령은 가능한 한 노출 횟수를 줄여야 했다. 자신의 모습이 화면에 덜 나오고 비호감을 줄여가는 쪽으로 갔어야 했다. 눈에 잘 안 띄는 대통령이 무얼 하고 있는지 국민이 궁금해하도록 해야 한다.
날마다 그 모습으로 나타나는 윤 대통령과 함께, 김건희 여사까지 펜클럽을 통해 연예인처럼 자신을 드러냈다. 심지어 ‘펜클럽 회장’이라는 이는 마치 ‘대단한 벼슬’을 받은 것처럼 정치적 사안마다 한마디씩 던지며 설쳐댔다.
“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게 나오느냐?”는 질문에, 두 번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운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 말은 많은데 정작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말은 없다는 데 있다. 대통령으로서 안 해도 될 말, 쓸데없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했는데도, 국민들은 ‘윤 대통령은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한 번도 말한 적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위 ‘국정 청사진’이고 ‘비전’이고 ‘아젠다’라는 것들이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연금·교육·금융·노동 개혁’들을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국민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의례적으로 지나가는 말처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이런 개혁 과제 중 ‘하나’만 제대로 해도 윤 정권의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쉬웠다면 이전 정권에서 다들 했을 것이다. 이런 개혁은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 기자회견을 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을 반복해서 설득하고, 이해집단들과 피투성이가 나도록 싸워도 될까말까 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해당 장관들에게 “개혁을 지시했다”로 끝내버린다. 윤 대통령은 왜 개혁을 해야 하는지, 그 속에 무엇이 문제인지, 왜 시대적 과제인지를 과연 이해나 하고 있는지 그 수준이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법대로”를 발언해놓고는, 정작 민노총의 화물차 불법 파업에는 그쪽 요구대로 타협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에서도 그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 실질적으로 이전 정부와 똑같이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나 여권은 “윤 정부가 원칙을 지켜 순조롭게 끝냈다”라고 분식(粉飾) 홍보했다.
운 대통령은 휴가 기간 ‘국민에게 비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자신을 알아야 '바닥 지지율'의 해결이 있는 것이다.
출처 : 최보식 의 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