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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이야기가 흐르는 죽계구곡(竹溪九曲) 사계절 역사문화 산책.hwp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이 들려주는
시와 이야기가 흐르는 죽계구곡(竹溪九曲) 사계절 역사문화 산책
□ 소백산국립공원
국립공원은 경치가 좋고 청정한 곳 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동물과 식물 자원이 있어, 국가가 보전하기 위하여 관리하는 곳이 바로 국립공원입니다.
소백산국립공원은 민족의 정체성과 선조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역사·문화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석사, 희방사, 비로사, 초암사 등 불교문화자원과 죽령옛길 등의 역사유적지가 있습니다. 그 중 유교문화와 관련된 역사문화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죽계계곡입니다. 이러한 역사문화자원들을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기관이 국립공원관리공단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자료수집 등으로 체계적으로 국립공원을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 죽계구곡
죽계구곡은 2011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소백산자락길의 한 구간입니다. 소백산자락길은 경상북도, 충청북도, 강원도 3개도에 걸쳐 총 144.8km의 소백산 둘레를 12자락으로 나눠 한 바퀴 휘감아 도는 길로써 각 자락마다 거리는 12km정도이며, 소요시간은 3~4시간 정도 되는 문화탐방로 입니다. 죽계구곡은 소백산자락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소백산 제1자락길의 한 구간입니다.
죽계는 죽계천이라고도 불러집니다. 영주시 영풍군 순흥면 읍내 동쪽에서 소수서원, 배점마을을 거슬러 초암사에 이르기까지의 냇물을 말하는데, 계곡 주변에 산죽(조릿대)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죽계구곡은 초암사에서 배점주차장까지 9개의 곡을 죽계구곡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경기체가의 대표적인 작품인 안축 선생님의 죽계별곡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죽계구곡의 이름은 조선시대 명종(1545~1567년)때 우리나라의 위인인 퇴계 이황선생이 중국의 주희가 무이산에 있는 아홉구비의 계곡을 보고 지은 ‘무이구곡’처럼 죽계천를 거슬러 오르며 명명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죽계구곡 일부가 유로변경 등으로 유실되자, 현재 바위에 새긴 구곡은 영조(1724~1776년)때 순흥부사 ‘신필하’가 다시 초암사 앞에서 배점주차장까지로 국한하여 9곡을 석각해 놓았습니다. 구곡이 선정되었지만 아쉽게도 이름이 붙여진 기록은 없습니다.
순흥지順興誌에 죽계구곡은 제1곡 백운동(白雲洞) 취한대(翠寒臺)를 기점으로 하여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제2곡 금성반석(金城盤石), 제3곡 백자담(栢子潭), 제4곡 이화동(梨花洞), 제5곡 목욕담(沐浴潭), 제6곡 청련동애(靑蓮東崖), 제7곡 용추(龍湫), 제8곡 금당반석(金堂盤石), 그리고 제9곡으로 중봉합류(中峯合流)를 구곡으로 기록하고 있다. 순흥지에 기록되어 있는 죽계구곡을 누가 이름붙였지는 확인 할 길이 없습니다.
퇴계의 후예인 이가순(李家淳)은 퇴계가 유람한 자취를 따라서 순흥향교를 시작으로 죽계천(竹溪川)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소백구곡을 설정하고 구곡시를 남겼습니다. 제1곡 횡당곡(黌堂曲), 제2곡 배점곡(裵店曲), 제3곡 송림곡(松林曲), 제4곡 옥녀봉곡(玉女峯曲), 제5곡 청련암곡(靑蓮庵曲), 제6곡 안간교곡(安干橋曲), 제7곡 청운대곡(靑雲臺曲), 제8곡 금당곡(金堂曲), 그리고 제9곡 죽암곡(竹巖曲)입니다.
현재의 죽계구곡은 신필하가 석각(石刻)한 구곡에 선현들이 지어놓았던 이름과 주변의 풍광을 살펴 구곡의 이름을 다시 정리하여 현재 제1곡 금당반석(金堂盤石), 제2곡 청운대(靑雲臺), 제3곡 척수대(滌愁臺), 제4곡 용추(龍湫), 제5곡 청련동애(靑蓮東崖), 제6곡 목욕담(沐浴潭), 제7곡 탁영담(濯纓潭), 제8곡 관란대(觀瀾臺), 제9곡 이화동(梨花洞)으로 명명되었습니다.
선현들은 죽계천의 아름다운 계곡을 계곡이 아닌 ‘구곡(九曲)’이라 표현하였습니다.
예로부터 동양사상에 따르면 ‘九’ 라는 숫자는 조상들에게 완전함과 최고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계곡이 아닌 ‘九’자를 써서 구곡(九曲)이라 표현을 하는 것은 그 만큼 죽계천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曲’은 단일수계(單一水系), 즉 같은 하천에서만 물이 굽이치는 곳에 지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골곡(谷)자를 쓰지 않고 물 굽을 곡(曲)자를 쓰는 것입니다.
안축 선생님의 ‘죽계별곡’은 죽계구곡의 빼어난 경관뿐만 아니라 조상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 천리 밖에서 님(임금)을 그리워하는 모습 등을 노래 한 것으로, 고려시대 신진사대부의 의욕에 넘치는 생활감정을 잘 나타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진사대부의 ‘사士’는 독서인을 말하며 ‘대부大夫’는 정치인을 말하는 것으로, 사대부란 학자적 관료 또는 관료적 학자를 일컫는 고려 후기 정치지배세력을 말합니다.
안축 선생님의 죽계별곡 1장을 읽어보겠습니다.
竹嶺南 永嘉北 小白山前 죽령남 영가북 소백산전
千載興亡 一樣風流 順政城裏 천재흥망 일양풍류 순정성리
他代無隱 翠華峰 天子藏胎 타대무은 취화봉 왕자장태
爲 釀作中興景 幾何如 위 양작중흥경 기하여
淸風杜閣 兩國頭銜 청풍두각 양국두어
爲 山水淸高景 幾何如 위 산수청고경 기하여
죽령의 남쪽과 영가(안동)의 북쪽 그리고 소백산의 앞에,
천 년을 두고 고려가 흥하고·신라가 망하는 동안 한결같이
풍류를 지닌 순정성(순흥성) 안에,
다른 곳 아닌 취화같이 우뚝 솟은 봉우리에는, 임금의 태를 묻었네
아! 소백산 높고 죽계수 맑은 풍경 그 어떠합니까?
청렴한 정사를 베풀어 두 나라(고려와 원나라)의 관직을 맡았네
아! 소백산 높고 죽계수 맑은 풍경, 그것이야 말로 어떻습니까?
1장의 내용은 나라의 흥망이 반복되는 혼돈 속에서도 전혀 옛 모습을 잃지 않는 순흥의 소백산 일대에 충렬왕(초암동), 충숙왕(경원봉), 충목왕(욱금동)의 태가 묻혀 있는 그야말로 풍수지리적으로 빼어난 고장이라고 자랑스러워하며, 죽계의 지역적 위치와 수려한 경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참고: 순흥에는 충렬왕과 충숙왕 그리고 충목왕 세 제왕의 태를 안치하였다. 그런데 고려사에 기록한 이들의 안태과정을 보면 보위에 오르면서 태를 안치한 것으로 서술되었다. 결국 갓 태어난 왕자의 태를 안치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왕들이 보위에 오르면서 제왕의 면모를 보다 공고히 갖추기 위해 새롭게 안태의식을 행하였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순흥이 중흥을 맞게 되는데는 그러한 안태의식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제9곡 이화동(梨花洞)
제9곡의 이름은 이화동(梨花洞)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과나무 밭으로 되어 있는데, 옛날에는 이곳에 배나무 밭이 있었다고 하여 ‘梨花洞’이라 불러졌습니다. 현재 위로는 상수원 관리소가 있고, 아래로는 계곡의 돌들을 이용해 쌓은 축대와 시멘트 다리가 경관을 훼손하고 있어 많이 아쉽습니다.
죽계구곡의 역사적인 사실도 중요하겠지만, 계곡생태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합니다.
산사나무는 6m정도의 높이로 자라는 낙엽활엽수입니다. 잎은 서로 어긋나게 자리하며 세모꼴에 가까운 계란 꼴 또는 마름모꼴에 가까운 계란 꼴로 깃털처럼 5~9 갈래로 갈라집니다. 새로 자라난 잔가지 끝에 6~8송이의 흰 꽃이 우산 꼴로 모여서 피어나요. 꽃이 지고 난 뒤에 지름이 1.5cm쯤 되는 둥근 열매를 맺는데 익으면 붉게 물듭니다. 시중에 있는 산사춘 이라는 술을 알고 계신가요? 산사춘의 재료가 바로 산사나무 열매입니다.
국립공원에서는 동물과 식물 각 1종을 깃대종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깃대종은 개별 국립공원의 생태적, 문화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을 말합니다. 소백산 깃대종으로 식물은 ‘모데미풀’이구요. 동물은 죽계구곡에도 살고 있는 ‘참갈겨니’입니다.
6~8월에 산란기를 맞는 참갈겨니는 2005년 학계에 신종으로 기록되고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으로 1급수를 대표하는 지표종으로 하천 중상류층 유속이 빠른 곳에서 서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표종은 이 친구들이 발견이 된다면 이곳의 하천은 1급수가 되며, 계곡 물살이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특정지역의 환경상태를 잘 나타내는 종을 지표종이라고 하며, 이 종에 속하는 생물을 지표생물이라 한다. 지표생물은 독특한 환경 조건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지표생물을 이용하면 그 지역의 환경 조건이나 오염 정도를 알 수 있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고 산을 사랑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생강나무입니다. 3월에 노란 꽃을 피는데 꽃이 진후에 나오는 어린잎을 차로 달여 마시거나 잎을 말렸다가 나물로 먹기도 하며 산동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개화 시기와 꽃의 색깔이 비슷하기 때문에 산수유나무와 혼동되기 쉬운데요. 생강나무는 줄기가 깨끗하며 꽃잎이 5장이고 잎는 ‘산’ 모양과 ‘하트’ 모양의 형태를 띠고 있어 생강나무가 산을 사랑하는 나무입니다.
□ 제8곡 관란대(觀瀾臺)
제8곡의 이름은 관란대(觀瀾臺)입니다. 관란대(觀瀾臺)란 『맹자孟子』의「진심장구盡心章句」상편에 나오는 觀水有術(관수유술) 必觀基瀾(필관기란)(물을 보는 데는 방법이 있나니 반드시 그 여울목을 보아야 하느니라.)의 구절에서 인용하였다고 합니다. 8곡이 다른 곳에 비해 물살이 제법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죽계천의 힘찬 여울의 모습과 쉼 없이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관란대(觀瀾臺)란 이름이 명명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듭니다.
사시사철 많은 유량을 자랑하고 있으면, 쉼 없이 흘러가는 물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했던 마음들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참고: 여울은 하천바닥이 폭포만큼의 경사보다는 작은 급경사를 이루어 물의 흐름이 빠른 부분을 말한다.
□ 제7곡 탁영담(濯纓潭)
탁영담의 ‘濯(탁)’ 은 씻는 것을 의미합니다. ‘纓(영)’ 은 선비들이 쓰는 갓을 의미합니다. ‘潭(담)’ 은 연못을 의미합니다. 풀이하면 선비의 갓을 씻는 작은 연못이 되겠습니다. 탁영담(濯纓潭) 이라는 명칭은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이 지은「어부사魚父辭」의 구절에서 인용하였다고 합니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창랑의 물 맑은 좋은 세상이라면, 이 내 갓끈을 씻고 벼슬하러 나가리
창랑의 물 흐린 어지러운 세상이라면, 발이나 씻고 물러가 숨어 살으리
어부사는 춘추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굴원이 초나라 회왕을 도와 눈부신 정치 활동을 하였으나, 모함을 받아 양쯔강 이남의 소택지로 추방을 당하여 유랑생활을 하면서 창랑의 물가에서 어부를 가장한 한 은사와 문답한 것을 초나라 사람들이 그 지조를 애모하여 전한 글이라고 합니다.
옛 선현들이 이곳 7곡에서 맑고 깨끗한 물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비춰 보면서 다시금 학문에 증진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탁영담에서 갓 끈 뿐만 아니라 마음의 때도 깨끗이 씻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6곡 목욕담(沐浴潭)
목욕담(沐浴潭)이 죽계 6곡입니다. 자연스레 만들어진 못이 깊지도 좁지도 않아서 선녀들이 내려와 몸을 씻을 듯 한 천연의 장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국립공원지역이고 상수도보호구역이라 목욕 및 물놀이를 하시면 안됩니다.
그럼, 개운하게 목욕을 했다고 생각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죽계별곡 2장을 한번 읊어 보겠습니다.
宿水樓 福田臺 僧林亭子 숙수루 복전대 승림정자
草菴洞 郁錦溪 聚遠樓上 초암동 욱금계 취원루상
半醉半醒 紅白花開 山雨裏良 반취반성 흥백화개 산우이량
爲 遊寺景 幾何如 위 유흥경 기하여
高陽酒徒 珠履三千 고양주도 주이삼천
爲 携手相從景 幾何如 위 휴수상유경 기하여
숙수사의 누각과 복전사의 누대 그리고 승림사의 정자,
소백산 안 초암동의 초암사와 욱금계의 비로전 그리고 부석사의 취원루 위에서,
술에 반쯤은 취하고 반쯤은 깨었는데, 붉고 하얀 꽃 핀 산에는 비 내리는 속에
아! 흥이 나서 노는 모습 그 어떻습니까?
풍류로운 술군들 떼를 지어서
아! 손잡고 서로 의좋게 지내는 광경, 그것이야 말로 어떻습니까?
참고: 숙수사는 순흥 백운동 소수서원 자리에 있던 통일신라 전기에 창건된 고찰이며, 현재 소수서원 송림에 숙수사 당간지주가 그 당시의 절의 규모를 반추해 볼 수 있음.
2장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자면 숙수사의 누대 위에서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노래하고 있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막간을 이용하여 단풍나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단풍나무는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단풍과 단풍나무를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는데 ‘단풍이 든 나무〓단풍나무’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풍’은 잎이 떨어지는 낙엽수에서 나타나는 자연현상을 말하는 것이고요. 이와 달리 ‘단풍나무’는 단풍나무과(科) 단풍나무속(屬)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을 의미합니다. 좁게는 여기에 속하는 나무 중 한 품종을 말하죠. 현재 전 세계적으로 2백여 종을 넘는 단풍나무가 있답니다. 히말라야와 중국의 중부지방에서 가장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5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며 변종까지 포함하면 30여 종이나 됩니다.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고유한 단풍나무로는 전라북도 정읍의 내장산에 자생하는 내장단풍,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섬단풍나무와 우산고로쇠가 있습니다.
단풍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기름진 땅에서 잘 자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고산지대의 계곡이나 바위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참단풍, 노인단풍, 아기단풍, 당단풍 등 재미난 이름의 단풍나무와 일 년 내내 붉은 상태로 있는 홍단풍이 있습니다.
□ 제5곡 청련동애(靑蓮東崖)
죽계 5곡은 청련동애(靑蓮東崖)입니다. 5곡이 새겨진 바위 위에 인위적으로 판 머리만한 흠이 보입니다. 아마도 안간교(安干橋) 다릿발을 세웠던 흔적인 것 같습니다. 안간교를 건너 동쪽 낭떠러지로 물이 훌러내리는데 바로 청련암 동쪽 벼랑입니다. 서쪽 어딘가에 있어야 할 청련암靑蓮庵은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 제4곡 용추폭포(龍湫瀑浦)
우리나라에는 용에 대한 전설이 참 많지만 이곳 용추폭포는 용에 대한 전설이 아니라 용에 대한 모습을 비유하여 이름을 용추폭포 혹은 용추비폭(龍湫飛浦)이라고 부릅니다.. 자세히 보면 시냇물이 만든 깊은 소(沼)에 내려 꽂혀 수정구슬 같은 기포가 어지럽게 흩어지고, 다시 솟구쳐 소용돌이치다가 푸른 못 한복판의 바위에 다시 부딪쳐 마치 안개구름을 머금고 토하는 것이 용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물길 위에서 다 같이 죽계별곡 3장을 마치 선비처럼 뒷짐을 지고 읊어 보시죠.
彩鳳飛 玉龍盤 碧山松麓 채봉비 옥용반 벽산송록
紙筆峰 硯墨池 齊隱鄕校 지필봉 연묵지 제은향교
心趣六經 志窮千古 夫子門徒 심취육경 지궁천고 부자문도
爲 春誦夏絃景 幾何如 위 춘송하현경 기하여
年年三月 長程路良 연년삼월 장정로량
爲 呵喝迎新景 幾何如 위 가갈영신경 기하여
눈부신 봉황이 나는 듯, 옥룡이 빙빙 돌아 있는 듯, 푸른 산 소나무 숲에
향교 앞 지필봉(영귀봉)과 그 앞에는 연묵지를 고루 갖춘 향교
육경에 마음 담고, 천고를 궁구하는 공자의 제자들
아! 봄에 읊고 여름에 가락 타는 모습, 그것이야 말로 어떻습니까?
매년 3월 긴 공부 시작할 때
아! 떠들썩하게 새 벗 맞는 모습, 그것이야 말로 어떻습니까?
참고: 연묵지(硯墨池)는 벼루의 복판에 조금 오목하게 만들어 물을 담고 먹을 가는 곳.
‘아! 봄에 글을 읊고, 여름에 가락 타는 모습 그것이야 말로 어떻습니까?’의 구절을 보면 봄이 되면 기후가 따뜻하여 글 읽기에 가장 좋아 열심히 공부하고 더위에 시달리는 한 여름에는 휴가를 내어 거문고를 타며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용추폭포 주변을 둘러보면 익숙한 나무들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바로 애국가에서도 나오는 ‘소나무’입니다. 여기에는 소나무뿐만 아니라 소나무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헷갈려 하는 ‘잣나무’와 홀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있는 ‘일본잎깔나무’가 있습니다. 산에 많이 가보신 분들이라면, 소나무와 잣나무 구별법은 이제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가장 큰 특징으로 잎의 개수로 구분을 많이 합니다. 소나무는 2개, 잣나무는 5개입니다. 이것 말고도 가을에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땅바닥에 있는 솔방울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잣은 바로 잣나무에서 나오는 솔방울입니다. 크기도 소나무의 솔방울에 비해서 엄청 크고, 진액도 많이 나와서 청설모가 아주 좋아하는 열매 중에 하나입니다. 보통 사람이 좋아하면 동물들도 잘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홀로 하늘 끝까지 솟아 있는 듯 보이는 나무가 바로 일본잎깔나무입니다. 일본잎깔나무는 우리나라가 6․25 전쟁 때 황폐해진 산에 빨리 자랄 수 있는 나무로 많이 심게 되었습니다. 10년이면 10m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하니 많이 심을 만 하였습니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 산을 보면 푸른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민둥산이 많아서 노란색의 산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빨리 잘 자랄 수 있는 나무 중에 대표적인 수종이 일본잎깔나무입니다. 대표적인 특징은 소나무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져 잎이 하나도 남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말로 ‘낙엽송’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한 그루의 나무도 아무런 이유 없이 심어진 나무는 없습니다.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함부로 꺽거나 매달리거나 하면 안되겠습니다.
□ 제3곡 척수대(滌愁臺)
죽계3곡은 척수대(滌愁臺)입니다. 천고의 세월동안 흐르는 물은 3곡에서 좌우로 부딪치며 돌부리마저 말끔하게 씻어 낼 정도로 우렁차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온갖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척수(滌愁)는 이백의 「우인회숙友人會宿」이란 작품의 첫 구절에서 인용한 말입니다.
滌蕩千古愁(척탕천고수)
留連百壺飲(유련백호음)
良宵宜清談(양소의청담)
皓月未能寢(호월미능침)
醉來臥空山(취래와공산)
天地即衾枕(천지즉금침)
천고의 시름 말끔히 씻어버리려고
연거푸 일백 두루미 술을 들이켰네.
좋은 밤은 청담 나누기 안성맞춤이요
밝은 달을 두고 애초에 잠자기 글렀네.
한껏 취해 아무도 없는 산에 쓰러지니
하늘은 이불이요 땅은 곧 베개로구나.
위의 시는 친구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 경관을 감상하며 술을 마신다는 내용입니다. 근심과 걱정을 말끔하게 씻어 버린다는 내용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 제2곡 청운대(靑雲臺)
죽계 제2곡은 ‘靑雲臺’라고 글씨가 음각되어있습니다. 순흥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예로부터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 들어와 학문에 정진하며, 그들을 따르는 젊은 유생들도 엄청나게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청운대(靑雲臺)는 그런 젊은 유생들이 학문에 정진하여 큰 뜻을 품으라는 의미에서 불러졌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문신 삼봉 정도전 선생이나 퇴계 이황선생님도 여기서 학문을 닦으셨습니다. 죽계구곡 초입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습니다.
청운대를 바라보며 선비가 되어 죽계별곡 4장을 읊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楚山曉 小雲英 山苑佳節 초산효 소운영 산원가절
花爛熳 爲君開 柳陰谷 화란만 위군개 유음곡
忙待重來 獨倚欄干 新鶯聲裏 망대중래 독의란간 신앵성리
爲 一朶綠雲垂未絶 위 일타록운 수미절
天生絶艶 小桃紅時 천생절염 소도홍시
爲 千里相思 又奈何 위 천리상사 우내하
초산효와 소운영이라는 기녀들과 동산 후원에서 노닐던 좋은 시절에,
꽃은 만발하여 그대 위해 피었고, 버드나무 골짜기에 우거졌는데
홀로 난간에 기대어 님 오시기 기다리면, 갓 나온 꾀꼬리 노래 부르고
아! 한 떨기 꽃 그림자 드리워졌네
아름다운 꽃들 조금씩 붉어질 때면
아! 천리 밖의 님 생각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마치 임금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 가장 아름다운 색깔로 활짝 피어나 웃는 꽃처럼 작가는 나라에서 다시 부를 영광의 날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 임금에 대한 작자의 충절을 마치 아름다운 연인을 멀리 두고 그리워하는 남녀의 절실한 사랑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 초암사
초암사는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스님인 의상대사가 호국사찰을 세우고자 산수 좋은 이곳에 초막을 지어 임시 거처를 정하고 명당자리를 골라 부석사를 세운 뒤 초막을 지었던 곳에 절을 지었다고 해서 초암사라고 불리고 있어요. 초암사는 규모가 큰 사찰이었으나, 6.25 전란으로 인하여 쇠락해 있던 것을 보원스님의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백산의 절경 속에 자리 잡은 청량도량으로 지방유형문화재 초암사 삼층석탑과 초암사 동부도, 서부도 등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 제1곡 금당반석(金堂盤石)
마지막이자 처음인 죽계1곡은 금당반석입니다. 이곳 지형은 아주 넓고 평펑한 돌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널따란 반석 위로 죽계의 맑은 물이 흘러가는 굽이를 만나는데 이 지점이 금당반석(金堂盤石)입니다. 금당이란 고대 불교 가람의 본존을 안치하는 주요 당으로, 후세의 본당에 해당하는데 불전이라고도 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금당은 초암사 금당 앞에 있는 반석을 의미합니다. 넓은 반석 위로 비단 같이 아름다운 물이 흐르는 곳이라고 해서 이름이 지어진 곳입니다. 물이 거의 없는 날에는 반석위에 앉아 공부를 할 수 있는 천연 학습의 장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작은 이름 하나까지도 멋있고 세련 되게 지었던 것을 보면, 조상들의 글에 대한 세련미와 장소에 대한 애착까지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죽계별곡 구절에는 조상들이 열심히 학문에 증진한 것과, 자연에 대한 감탄 등을 엿볼 수 있지만 죽계별곡 5장은 조상들의 풍류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애절한 사랑도 엿볼 수 있습니다.
紅杏紛紛 芳草萋萋 樽前永日 홍행분분 방초처처 준전영일
綠樹陰陰 畵閣沈沈 琴上薰風 녹수음음 화각침침 금상훈풍
黃菊丹楓 錦繡靑山 鴻飛後良 황국단풍 금수춘산 홍비후량
爲 雪月校光景 幾何如 위 설월교광경 기하여
中興聖代 長樂太平 중흥성대 장락태평
爲 四節遊是沙伊多 위 사절유시사이다
붉은 살구꽃 어지러이 날리고 ․ 향긋한 풀 우거질 땐 술잔을 기울이고
푸른 나무가 우거진 곳에 화려한 누각 고요하면 거문고 위로 부는 여름의 훈풍
노란 국화와 빨간 단풍이 온 산에 수를 놓은 듯하고, 기러기 날아간 뒤에
아! 눈빛 달빛 어우러지는 모습 , 그것이야 말로 어떻습니까?
좋은 세상에 길이 태평을 누리면서 아! 사철을 즐거이 놀아봅시다
나라가 다시 태평성대를 맞았으니 오랫동안 평화를 누리며 순흥과 풍기에 걸쳐 있는 소백산 일대의 절경에 파묻혀 일 년 내내 풍류를 즐기자는 내용입니다.
죽계별곡은 죽계천의 풍경을 노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좀 더 깊은 의미에서는 향리계층의 신흥사대부의 왕성한 의욕과 자기과시 그리고 유락, 학습, 사상 등으로 나열된 유학자들의 태평성대의 향유 의지를 표현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죽계구곡 옛길은 죽계별곡을 읊으며 걸어가야 제격입니다. 선비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풍류문화를 즐길 줄 알았습니다. 오래전부터 흘렀을 계곡 물은 현대에 들어서도 마르지 않고 유유히 깨끗이 흐릅니다. 단순히 구곡이라는 의미를 넘어, 아름다운 자연 문화유산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보존 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시와 이야기가 흐르는 죽계구곡(竹溪九曲) 사계절 역사문화 산책 잘했습니다.
좋은 자료입니다.
잘 감상합니다.
이번에 죽계구곡을 들려봤어야 했는데...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