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꽃이라도 절정을 지나고, 낙화할 때는 추하기 그지없는 데,
사람은 그래도 황혼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노년을 얼마만큼 행복하고,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지는 철저히 나의 몫인 것 같다.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도 달라진다.
늙어가면서 같은 취미를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것 같다.
젊어서부터 노부부가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면서 산책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고 부러웠다.
그런데 따뜻한 봄날 같은 인생이 지나고, 폭풍 같은 인생도 지나고 보니,
어느덧 우리가 황혼을 바라보는 노부부가 되어있다.
그런데 우리의 황혼도 나름 나쁘지는 않은 모습인 것 같아 다행이다.
계절의 여왕, 싱그러운 5월의 어느 날!
평소 새벽잠이 많아 대한민국을 통째로 준다고 해도 아침 일찍 절대로 못 일어나는 남편이
새벽마다 파크 골프를 다니자고 하는 게 아닌가!
꿈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에 처음에는 별 관심 없이 들었는데,
천지개벽할 일이 100일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그 이후 우리 부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새벽에 일어나 1시간 이상 같이
파크 골프를 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저승사자가 와서 가자고 해도 따라나설 감당하기 힘든 역마살에,
지병까지 있는 나에게는 보약 같은 운동, 이런 횡재가 없다.
요즘은 수명이 하도 길어져서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데
이렇게 매일 운동하면 혹시 재수 없게 100살까지 사는 건 아닐지? ㅎㅎ
어쨌든 새벽마다 남편과 함께 푸른 잔디위에서 공을 날리니
삶의 탄력을 받아 매일이 행복한 일상이다.
남들이 보기에도 좋은지 두 분이 매일 나와서 골프 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에 더 흥이 난다.
그렇게 매일매일 아침 운동을 하는 일상이 익숙해질 즈음,
하루는 운동을 마친 남편이 집에 그냥 가긴 아쉽다며 도담삼봉에 가서 유람선을 타자고 한다.
이건 또 웬 횡재! 두 말 할 것 없이 바로 따라나섰다.
오징어와 맥주 한 캔 씩 사들고 승선을 하니, 마치 소풍을 온 학생처럼 신이 난다.
갑판에 나가 맥주 한잔 하면서 천혜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는데,
별것 아닌 이벤트에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라고 착각하며 감동을 하니,
여자란 얼마나 단순한가.
유람선을 타고 막국수 한 그릇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새털같이 가볍다.
살다보니, 남편의 진정성 있는 소소한 말 한마디도 살아가는데 참 중요한 것 같다.
“당신을 만나 행복하다. 나를 위해 애썼다, 수고했다,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한마디 말이 살아가는 에너지고 행복의 원천이 된다.
남편들은 늙으면 불러주는 데가 없어 아내의 눈치만 보는 삼식이로
젖은 낙엽 신세가 된다는데 내 남편은 노년에 동창친구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스크린 골프를 치자고 고향에서 불러주니 절로 신바람이 나는 모양이다.
일거리가 있고, 사방에서 불러주는 지인들과 친구들이 있어 사는 게 기분이 좋은지
황혼의 나이를 보내면서도 그저 행복해한다.
나 역시 나보다 지성을 갖춘, 나이가 젊은 지인들과 만나서
식도락을 즐기며 분위기 있는 찻집에 가서 차 마시고,
채색된 노을처럼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니
이런 우리 부부의 일상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아닐까?
첫댓글 선배님 보기좋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요즘 파란 하늘에는 양털 구름들이 얼마나 이쁜동
세상이 이뻐 보이니 살 맛이 나네요..ㅎㅎ
배원장님도 걷기 운동 하시니 하루가 행복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석양이 아름다운 노후가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하시는 사업도 번창하시기를 바라고
댓글 감사합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자에게 행복은 찾아온답니다!
함께 마시는 맥주 한캔, 막국수 한그릇은 그야말로 보약 아닐까요~~
위 배원장 말같이 '선배님! 보기 좋습니다' ~~
정말 작은 것에도 행복 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니
감사할 일만 생기는 것 같아요..
후배님도 자식들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
공원에 가셔서 지인들과 바둑을 두시는 여유로움이 있으니
틀림없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시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아보인답니다.
변함없이 저에게 힘과 용기를 실어주시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