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탁구 라켓을 열심히 휘두르고 주민센터를 나선다.
걱정 근심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탁구 좋아~ 좋아~
운동을 마치면 점심시간쯤 된다.
"태선 씨, 별일 없으면 점심이나 먹읍시다. 비도 오는데.. 약속 있나?"
"아뇨. 좋아요. 뭐 먹을까요?
"근처에 보리밥집이 있는데 그리로 갈까?"
탁구교실에서 만난 언니들이다.
일주일에 두 번 만나 운동하는 사이.
나보다 열 살이 많은 연숙언니와 웃음소리가 유쾌한 희정언니다.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니 채 한 달이 안되었지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친해지는 단계다.
밥을 같이 먹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이라고 했던가?
남(식당 사장님)이 차려주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것도 공짜밥을..
식당에 희정언니의 지인이 밥을 먹고 있었는데.. 우리 식사비를 계산해 주고 간 것이다.
세상에 고맙게도..
남이 해주는 밥 + 공짜 밥이 최고 맛있다. (공짜 좋아하면 머리가 벗겨진다지만.. 그래도.. 좋은걸!)
연숙언니가 커피를 사겠다며 했다.
빗속을 뚫고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비 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자리가 있다.
평소에는 빈자리가 없는 곳인데..
그녀들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셋 모두 아들만 둘이고 맏며느리다. 어째 이런 일이!!
공동의 관심사가 생겼다. 말이 잘 통한다.
연숙언니는 아들 둘을 훌륭하게 잘 키워 며느리도 보고 손주도 봤다고 했다. 부럽다.
난 아직 아들 둘 장가를 못 보냈는데... 희정언니도 그렇고.
먼저 경험한 선배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애들 결혼은 어떻게 시켰어요?
궁합은 봤어요? 며느리감이 마음에 들었나요?
아들에게 재산 증여를 어떻게 해주셨어요? 세금은요?
연숙언니가 경험도 많고 아는 것이 많다.
경험과 정보를 술술술 풀어낸다.
몰랐던 것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명랑 쾌활 웃음소녀) 희정언니는 지역에 오래 살아서 아는 사람도 많고
부동산에 대한 정보도 많다.(귀가 쫑긋!)
"전 요즘 노후에 어디서 살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는데.. 언니들 생각은 어때요?"
"노후에는 그렇게 큰 평수도 필요 없어. 결혼한 자식들이 집에 와서 자고 가는 일도 없고.
병원 가깝고 주변에 복지관이 있으면 건강도 챙기고 배울 거리도 있고 친구들도 있어서 좋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능한 이 지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데.. 어디가 좋을까요?"
언니들의 생각을 들으니 공감도 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다.
"희정언니는 웃는 얼굴이 참 보기 좋아요. 그래서 복(福)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저는 우울하고 찡그리고 부정적인 사람은 멀리하게 되는데
두 언니는 잘 웃으셔서 참 좋아요. 편하고요."
"태선 씨도 잘 웃어서 좋아요."
비 오는 날,
그녀들의 수다, 결론은
"지금의 인생을 즐기자"
자식들 웬만큼 키워두었으니 이제는 자식들 걱정일랑 내려놓고
자식들은 지들 인생 알아서 잘 살라고 하고
우리는 건강하게 내 인생을 즐기자고 했다. 즐겁게 운동하면서.
인생 금방 간다고~~
"인생 뭐 별거 있어.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즐겁게 사는 게 최고인 것 같아."
희정언니의 말에 공감이다.
연숙언니도 지금이 인생최고의 황금기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60대도 인생의 황금기다. 50대도 그렇고.
내 인생의 황금기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은 상관없다.
남편과 자식이 내 인생의 황금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헤어지면서 언니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언니들 덕분에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좋은 정보와 경험도 잘 배웠어요. 감사해요. 다음 주에 또 즐겁게 운동해요."
그녀들의 수다는 해피했다.
좋은 친구를 만난 것은 행운이고 축복이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