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은 이마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잘 된거지도 몰라, 역시 이번 생은 베렸어'
지난 8월 광주북구 4수원지에서 70대 노모와 5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생활고를 비난한 자살이었다
"family"의 우리말은 먹는 입을 뜻하는 식구食口
"밥한번먹자"는 얘기는 한 끼 때우고 배를 두드리자는 의미를 너머
풍요와 인사, 걱정과 염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부자 한 사람이 없으면 백 명의 거지가 사라진다는 세상
밥 한 끼 먹으면 금새 친구가 되었던 우리 사회에
"사방 백리에 굶는자가 없게 하라"던 경주최씨 가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아쉽다
세상은 열려있고 채널은 다양하다 하지만
열려있단 그 채널속에 빈자리는 없다
인구가 불고 땅이 좁아지면서 담을 쌓기 시작한 사람들
향소부곡과 같은 여집합의 한 영역을 아주 눈물겹도록 고마운 배려쯤으로 여기고 살아야 하는 빈민
얼핏 들은 노래가 종일 입에 붙듯
시간은 퇘색하다가도 어느순간 다시 또렷해진다
우린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지만 배고픈 사람에겐 상처가 된다
디섯개의 빵과 두마리의 생선만으로도 충분했던 만찬
정말 좋은 세상은
거지도 밥을 굶지 않는 세상이다
새벽,
이불을 끌어당긴다
나락을 여물게하고 단풍을 배느라 차가와진 바람
공원에서 한 명의 거지가 얼어죽는다해서 부자가 더 부자되는 건 아니다
서서히 옷 벗는 가로수는 지금의 우리와 같다
너도 배부르고 나도 배부른 세상이 아니라면
옥수수농장이 있는 나라로 가자
인생이 느닷없는 것이라면
벼락을 맞거나 로또를 맞거나 둘 중 하나는 맞았어야지
벼락은 항상 나무에 처박히고
로또는 언제나 다른사람의 지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