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제수의 진설방법을 정리하여 공통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반서갱동(飯西羹東):메(밥)은 서쪽에 놓고, 갱(국)은 동쪽에 놓는다.
* 서포동혜(西脯東醯):포는 서쪽에 놓고, 식혜는 동쪽에 놓는다.
* 어동육서(魚東肉西):어류는 동쪽에 놓고, 육류는 서쪽에 놓는다.
* 동두서미(頭東尾西):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는다.
* 생동숙서(生東熟西):날 것(생김치)은 동쪽, 익힌 나물은 서쪽에 놓는다.
* 면서병동(麵西餠東):국수는 서쪽, 떡은 동쪽에 놓는다.
* 적접거중(炙?居中):적(炙:구이)은 중앙에 놓는다.
* 조율시이(棗栗?梨):서쪽에서부터 대추?밤?감?배의 순서로 놓는다.
(나) 합리적인 기구배설과 진설법
※ 몇 가지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합설과 각설 : 고례에는 고비(考?) 각설(各設)이었으나, 현대는 모두 고비(考?)합설(合設)을 한다.
그러려면 무엇을 따로 차리고 어떤 것을 함께 담을 것인가를 정한다.
- 각설(各設):산 사람도 따로 담아서 먹는 메(밥)?갱(국)?술?국수(떡국)?숭늉은 따로 담아야 할 것이다.
- 합설(合設):반찬과 과일은 한 접시 씩 이고, 수저도 시저거중(匙箸居中)의 원칙을 지켜 한 접시에 신위
수대로 시저를 담아 신위 앞의 중앙에 놓는다.
- 단설(單設):기일에 그날 돌아가신 한분의 신위만 모시고 지내는 제사의 진설이다.
* 두미(頭眉)의 방향(方向):제수 중에서 머리와 꼬리가 있는 것을 놓는 방법은 생선이 주된 것인바 생선은
바다에서 나는데 우리나라의 지형이 동쪽에 바다가 있고, 바다에서 생선이 나기 때문에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는 동두서미(東頭西尾)로 하나 실은 해가 동쪽에서 뜨므로 머리를 동쪽에 둔다.
* 배복(背服)의 방향(方向):계적(鷄炙)?어적(魚炙)?조기젓?생선포 등 등과 배가 있는 제수는 등이 바깥
(위)쪽 배가 안(아래)쪽이 되게 담는 것이 순리(順理)일 것이다. 바르게 놓는 것(계적?생선포)은 등이
위로, 뉘어 놓은 것(어적?조기젓)은 배가 신위 쪽으로 가게 담는다.
* 과실(果實)의 위치(位置):
제사 때 맨 앞줄에 과일을 놓는데 지방에 따라 가문에 따라 다르다.
「주자가례」에 따른 ‘이세위상(以細爲上)’의 진설법은 서쪽에서부터 조율시이사과…(棗栗?梨沙果)의 순으로 주과(主果)를 진설하고 다음에 은행 잣 자두 등 부과(副果)를 놓는데, 과자?다식?약과와 같은 유과(油果)와 조과(造菓)는 그 다음인 동쪽에 놓고 양과(洋果)는 종과(從果)로 다음에 이어놓는 진설법이 있고, 이와는 달리 「정자가례(程子家禮)」에 따른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진설법이 있다.
현재 많은 집안에서는 ‘이세위상(以細爲上) 즉 조율시이(棗栗?梨)의 순으로 진설하는 「주자가례(朱子
家禮)」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조율시이(棗栗?梨)’의 순으로 진설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깊은 뜻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
져 내려오고 있다.
첫째는 씨의 숫자에서 유래된 설이다.
- 대추는 씨가 한 개이며 통씨이다.
대부분의 과일은 씨가 여러 개이거나 하나의 씨라도 그 씨는 둘로 갈라지게 되어 있는데 대추는 유독 씨가 하나인 동시에 통씨라서 아무리 둘로 나누려 해도 부서지면 부서졌지 절대로 갈라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대추는 모든 과일 나무 중 제일 늦게 잎이 피고 가을에는 어느 과일보다도 일찍 붉어진다. 이것은 절대 권력을 가진 이를 상징한다. 절대권자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이기 때문에 어느 행사에나 그가 참석할 때는 모든 이들이 도열한 다음 늦게 입장하고, 퇴장은 제일 먼저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절대권자의 행위가 대추의 생리와 통하기 때문에 대추를 제일 먼저 서쪽에 진열 한다는 것이다.
- 밤은 한 송이에 세 개의 밤톨이 들어 있다.
비록 외톨밤일지라도 그 밤송이에는 옆에 두 개의 죽정이가 들어 있으니 세 톨인 셈이다. 이는 곧
영의 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三政丞)을 상징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대추 다음에 진열한다는 것이다.
- 토종 감은 본래 씨가 여섯 개다.
그것은 과거에 육판서를 상징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세 번째로 진열한다는 것이다.
- 토종 배는 씨가 여덟 개이니 과거시대 팔도(八道)의 도백(道伯:관찰사)를 상징하므로 네 번째로
진설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자손들 중에 이처럼 훌륭한 벼슬자리에 오르는 자손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착상에서
유래된 것이 분명하다.
둘째는 과일의 생태면에서 유래된 설이다.
- 대추는 튼튼한 자손을 많이 낳아 집안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과실로 보았다. 대추는 열매가 단단하게 많이 매달린다. 그것은 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 나면 그 열매는 자라다가 썩거나 떨어지는 일이 없이 모두 자라 잘 익기 때문이다. 또한 가을 과일 가운데서 대추는 가장 먼저 익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나무 가운데서 잎과 꽃이 가장 늦게 필 뿐 아니라 나무의 밑둥을 베어도 대추나무만은 잔뿌리에서 싹이 나와 새로운 묘목을 많이 만들어 내는 강한 번식력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속에는 자손을 많이 낳아 전부 튼튼하게 길러내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대대손손 가계를 이어나가라는 선조들의 간절한 염원을 새기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 밤은 조상의 자손보호와 자손의 조상 섬김이 남다른 과일이다. 밤을 심으면 밤톨에서 뿌리와 싹이 나오는데 싹은 땅위로 솟아 자라고 뿌리는 땅속으로 뻗어나간다. 이 어린 나무가 큰 나무로 자라 밤이 주렁주렁 열릴 때까지 싹을 틔운 어미밤톨은 절대로 썩지 않고 여전히 새로 태어난 밤나무에 매달려 있다. 씨앗에서 새로 난 밤나무는 어미밤톨에게 계속 영양을 공급하며 지켜주기 때문에 썩지 않고 밤나무의 한 부분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밤나무를 옮겨 심을 때 어미밤톨을 떼어내면 그 밤나무는 죽거나 살아도 밤톨이 매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밤나무는 자식이 자란 후손을 퍼뜨릴 때까지 부모가 옆에서 지켜주며, 자식은 그 부모를 잊지 않고 모신다. 그러므로 사당(祠堂)에 신주를 모실 때 조상의 신주는 반드시 깊은 산골에서 자란 밤나무를 깎아서 썼다(밤<율(栗)>은 서(西)+목(木) 즉 서쪽의 나무이다 죽은 자의 가장 높은 자리가 서쪽이므로 신주는 반드시 서쪽의 나무인 밤나무를 썼던 것이다.)
- 감나무는 접을 붙여야만 좋은 감을 매달린다. 우리가 감씨를 심어보면 결코 어미나무의 감을 닮지 않는다. 크기도 작고 맛도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감을 ‘돌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어린 ‘돌감나무’에 좋은 감나무의 가지를 잘라다 접을 붙이면 좋은 감이 열린다. 비록 좋지 않은 감나무라 해도 접을 붙여 자기가 원하는 훌륭한 감이 열리는 좋은 감나무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대추만한 크기의 작은 열매가 열리는 고욤나무에도 훌륭한 감나무 가지를 접붙이며 훌륭한 감이 열리는 좋은 감나무가 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훌륭한 사람이라 해서 그 자녀들까지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법은 없다. 부모보다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부족한 자식이라 해도 훌륭한 스승을 만나 좋은 교육을 받게 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교훈이 감에 담겨 있다.
- 배는 희고 맑고 시원한 과일이다. 배꽃은 꽃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느껴지는 흰 빛깔의 꽃이다. 또한 열매인 배도 속이 맑고 희다. 맛도 그 빛깔처럼 순수하고 담백하다. 사람도 이렇게 순수하게 흰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라는 것이다. 거짓이나 악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마음, 깨끗한 삶이라 해서 우리 선조들은 배를 좋아했다. 자손들이 배처럼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살라는 뜻도 이속에 담겨져 있다.
이처럼 대추에는 튼튼한 자식을 많이 낳아 모두 성공시키는 한편 영원히 대를 이어가라는 교훈이, 밤에는 조상을 잊지 않을 뿐 아니라 조상 또한 자손의 곁에서 언제까지나 자손의 성공을 지켜준다는 가르침이, 감에는 교육을 통해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는 교훈, 배에서는 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살라는 심오한 교훈적 의미가 각각 담겨져 내려오고 있다.
한편 대추, 밤, 감, 배는 가을철 생과일부터 다음 해 햇과일이 나올 때까지 저장할 수 있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이 네 가지의 과일은 모두 말려서 한 해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추는 흔히 말린 대추를 일컬으며, 햇 대추는 생 대추라 하여 가을철만 쓴다. 껍질까지 말린 밤은 황율(黃栗)이라 하며, 껍질을 벗겨 말려 손질한 감을 곶감이라고 한다. 배도 수분과 당분이 많은 늦가을에 얇게 썰어서 말려 항아리에 재어 선선한 곳에 두면 분이 피어 여름을 날 수 있다.
이처럼 옛 어른들은 제사에 쓸 과일을 정갈하게 말려 벌레가 못 들어가도록 선선한 곳에 저장하였던 것이다.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진설법은 「정자가례(程子家禮)」에 따르는 예법인데 붉은 색의 과실은 동쪽에 놓고, 흰색의 과실은 서쪽에 놓는다는 것인데, 즉 대추는 동쪽이고 밤은 서쪽에 놓는 것이다. 이진설법을 이야기 하는 사람의 이론은 혼인례에서 신부가 시아버지에게 드리는 폐백이 대추와 밤인데 대추는 동쪽을 의미하고 밤<율(栗)>은 서(西)쪽 나무<목(木)>라 쓰므로 서쪽을 의미 한다는 것이다. 밤은 까서 쓰니까 흰색이고 대추는 붉은 색인데 제수진설은 현란한 색깔을 피하므로 밤은 서쪽에 흰색의 과실을 차리고 대추가 있는 동쪽에 붉은 과실을 놓는 다는 것이다.
(다) 제수진설 순서
제의 기구와 제수진설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한다.
◎ 기구배설(器具配設)은 양장?평풍?교의?향안?주가?소탁?모사기? 촛대?향로?향합?축판
?자리?대상의 순서로 배설한다.
◎ 제5열의 과실(果實)줄에는 서쪽부터 대추?밤?감?배?사과?은행? 잣 등 과일을 차리고 다음으로
다식?약과?산자?강정?과자 순으로 차린다.
⊙ 제4열은 채소(菜蔬)줄로 서포동혜(西脯東醯) 즉 서쪽부터 포?자반 (조기)?나물?간장?김치
?식혜의 순으로 차린다.
⊙ 제3열은 탕(湯)줄로 서쪽부터 육탕(肉湯)? 소탕(素湯)?어탕(魚湯) 순으로 차린다.
⊙ 제2열은 면(麵:국수)?전<煎:육전(肉煎)>?적<炙:구이.산적(散炙:肉 炙).계적(鷄炙)?어적(魚炙)>
?전<煎:어전(魚煎)>?편<병(餠: 떡)>순으로 차린다.
⊙ 제1열은 시저(匙箸)?고위(考位)의 반(飯:메)?잔(盞)?갱(羹:국)?비위(?位)반(飯:밥)?잔(盞)?갱(羹)
의 순으로 차리는데 시(匙箸:숟가락과 젓가락)를 한 가운데 진설 하는 경우도 있다.
☆ 진찬식(進饌式) 원문은 다음과 같다.
선진실과(先進實果). 차진조과(次進造果). 차진포혜(次進脯醯). 차진채소(次進菜蔬). 차진잔반(次進盞盤). 차진어육(次進魚肉). 차진병면(次進餠麵) 차진반갱(次進飯羹). 차진시저(次進匙箸). 차진탕(次進湯). 삼헌시(三獻時) 각진일적(各進一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