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5. 2 (금).
오늘은 윤서와 여주형님과 윤서아버지가 오시는날.
여중에서의 겸임교사 수업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아, 이제 마지막 수업이구나!
조금 일찍 나서서 화장실에도 들려야지.
교과서와 교무수첩을 입구에 내려 놓자니 남자교사 한분이 물통을 닦으신다.
웬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아, 조금 후면 만나는구나!
나서는데 푸른색 신사의 픽토그램이 보인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아, 정말로 죄송합니다.
' 괜찮습니다.'
나의 이 크나큰 실수.
아이 챙피해~~~
윤서아버님과 여주형님, 윤서는 선물 보따리를 한차 가득 싣고 드뎌 도착하시다.
숙할은 점심의 과식으로 물만 마시고, 세분은 물회와 회덮밥으로 저녁 드시다.
김서방은 밤12시가 되어 고속버스로 도착하였다.
2003. 5. 3 (토)
한 시간 수업을 후련하게 땡치고 본격적인 휴가이다.
여주형님들과 김서방은 채마밭을 고르시고 열심히 땀 흘리고 계시다.
우선 북평장날 구경.
감자적을 먹기 위해 쬐그만 의자에 모두가 쪼그리고 앉았다.
메밀묵도 두 그릇 시켜 나누어 먹다.
아이 재미있어라.
시장구경을 마치고는 하장 칠골로 더덕을 캐러가려 한다.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나 윤서가 가지 말았으면 눈짓을 한다.
이 더덕을 못 캐면 숙할의 일년이 찜찜 할텐데.....
이 찜찜함을 해소 시켜주려, 모두가 가 보기로 마음을 모으다.
(오늘은 장모님 생신이니까 김서방이 많이 양보해 주었다.)
해발 천여미터 되는 꼬부랑 꼬불랑, 울퉁 불퉁 비포장 산길(임도)에 들어섰다.
칠골 사는 선배와 접선이 안되어
숙할은 트럭 뒤에 서서 이리저리로 마치 사열을 하듯이 움막을 찾아본다.
차 안에서 내 모습을 보시며 웃고 계시다.
드뎌 개 세마리와 칠골영감님이 나타나셨고, 우린 경사가 가파른 길을 내려서 칠골에 들어서다.
드릎을 꺽고, 더덕 새순을 찾아 헤맨다.
약수물과 쌍화차를 대접받다.
윤서와 여주형님들은 미래건축에 대한 작가의 변과 U.F.O에 대한 목격담을 듣는 동안,
김서방과 나는 더덕을 찾아내는데 성공하다.
'심봤다'가 외쳐지며 여주형님도 동참하시다.
여기저기서 더덕순이 보여진다.
윤서아버지는 '이제그만'을 여러번 외치셨지만,
여주형님과 나는 잠깐 짬깐이라며 응수하다가 드디어 김서방에게 호미와 쟁기를 압수당하다.
잠시 전 더덕캐기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칠골을 벗어나는 우리 가족들.
아마도 언젠가는 전설처럼 추억을 이야기 하리라.
저녁으로 환상적인 태백고기와 오십세주를 마셨고,여주형님은 혼자만 밥에 국수까정 드셨다. 아으.
댓글 : 신기, 진기한 경험을 하게 해 주시는 아우님은 더덕 향기같은 여인입니다.
훗날 아, 그랬었지 라고 추억할 만한 이벤트였습니다.
차 안에서도 무서워 내려다 볼 수 없는 낭떠러지위 트럭에서 사열하는 모습을 고모님이 보셨어야 했는데.(햇살)
지금의 댓글 : 햇살님의 '더덕 향기 같은 여인'이란 표현이 기분 좋습니당.
덧글 : * 등장인물
칠골영감님 => 유원재씨의 친구분인 저의 회화과 선배이시며, 건축공부로 전향하신 분.
윤서=> 나무늘보의 딸. 숙할=> 나무늘보. 고모님=> 나무늘보의 시누님.
여주형님=> 햇살님, 윤서아버님=> 김교수님.
* 이날, 문등회 회원 몇분과 현정과 유원재씨를 사돈 가족과 함께 삼척 마린데크 앞에서 잠깐이지만 반갑게 만났더랬습니다.
* 자료를 찾다보니 이 일기가 등장했을 뿐이고....
빈손으로 드나들기만 하다 적절한 명분이 생겼을 뿐이고....
문등회 회원님들도 잠시 함께 했던 순간이라서.....
첫댓글 초 여름 어느날에 있었던 일을 수채화 처럼 묘사한 일기장이네요. 눈에 선하게. . . 감사합니다. 그런데, 숙할은 무슨 뜻이지요? 이름? 아호? 아님?
숙모 할머니 숙할, 자기 할머니는 현할, 저는 또할 또 생긴 할머니이랍니다. 서울 조카들을 기준으로 지은 닉네임입니다.
아 참, 이런 일이 있었군요. 벌써 6년이 흘렀네요. 2월에 애들 결혼하고 석달 후이지요?그때 카페지기님도 만났었나요? 오늘 양평을 다녀오면서 지나간 일은 추억이라고 한다고 태연에게 말했더니 그럼 내가 외할머니네서 논 것도 추억이야?하고 묻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손녀딸! 그럼, 추억이고 말고. 할머니랑 양평갔다 온 오늘도 먼 훗날 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된단다라고 말하며 괜히 눈시울이...추억은 아름다와라!
언젠가 문등회가 동해안을 여행 했는데, 그 때가 언제인지, 누굴 만났는지, 가물 가물 하네요. 제가 워낙 오지랍이 넓긴 한데 머리가 션치가 않아요. 유원재 교수가 그러는데, 그랬데요. 그런데, 기억이 안나요. 어쩌지요?
이런 것까지 기억하면서 어찌 사시려고 그러세요? 영란에게 질투를 느낄만큼 소설을 설정하시는 머리가 션치 않다굽쇼??
흙내음이 물씬 풍깁니다. 부러운 사돈 관계, 복 받은 분들이 누리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웅선아버지, 삼척에 한번 다녀가셔야죠. 오셔서 덕구온천도 즐기시고, 준경묘에서 잘 생긴 소나무 숲도 걸으시고, 백봉령에가 감자적과 옹심이도 즐기시며, 바다가 하는 설교도 들으시고....문등회 여러분을 모시고요....현정이도 보고싶네요....
유교수 덕분에 바다가 하는 설교 좀 들읍시다.
나무늘보의 11월 계획표를 보니 두째주말(14.15)이 비어 있군요. 참고하세요.ㅎㅎ
현정이가 스케줄이 안 맞아 , 초대 고맙지만 다음 기회로 잡았으면 합니다.
유교수님, 사모님께서 해외출장 계획(?)이 있으신가 봅니다?? 나무늘보님, 그때 태연이 보러 여주나 오시지요.
웅선아버지 / 올 해가 사라지기 전 ,모두의 스케줄이 잘 맞기를 바랍니다. 저희집 황토방에 불도 넉넉히 지펴놓고 문등회원님들을 기다리겠습니다.... 덕구온천까지 길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겠더군요. 햇살님 / 그러잖아 여주형님들 뵌지가 하 오래전이라...내심 ...금욜 퇴근후 바로 떠나겠습니다.
접수!! 눈섭을 휘날리며 오십시오. 오전만 하고 뛰시면 더 좋구요. ㅎㅎㅎ오갑산 단풍에 눈이 물든 오후,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시간에 밭에두면 얼어서 못쓴다 해서 심어놓은 무우를 뽑아 집으로 옮겼습니다. 에궁, 먹는게 뭘꼬!! 잘 보관해 놓았으니 필요하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