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효율과 혁신, 어느 하나만 특출나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 기업 내외의 환경을 보면 매우 모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다양하고 제품의 수명 주기는 단축되고 있어, 시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품질은 올리고 원가는 낮추어야 한다는 안정과 효율에 대한 압력도 가중된다. 새로운 기술로의 변화 속도는 가속적으로 빨라지지만 제품 기술과 공정 기술을 안정시켜 생산의 효율도 도모해야 한다. 신제품을 신속히 도입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되었지만 잘못된 투자 의사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은 기업을 파멸시킬 수 있을 만큼 커졌다. 어느 하나를 채워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상충적인 요구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고민하는 모순들
이러다 보니 외부 환경에 대응해야만 하는 기업들 역시 내적인 모순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실제 고민하고 있는 모순들을 잘 살펴보면 왜 간단히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표> 참조). 예를 들면, 효율과 혁신,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 안정과 적응 등 이러한 모순적인 요소들이 서로 상충되지만 실제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라는 특징이 있다.
<표>에 있는 모든 모순들이 기업 경영에 중요하지만, 전략과 조직 운영 측면에서 특히 많은 고민을 하는 두 가지 모순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 모순적 전략: 효율성과 혁신성
우선 전략적인 면에서 보면 효율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모순이 있다. 즉, 원가를 최소화하고 품질을 극대화하면서도 신제품을 끊임없이 시장에 출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동통신 단말기가 대표적인 예인데, 평균 4개월에 1개의 신제품이 출시될 만큼 혁신적이면서,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원가와 품질면에서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모순에 처해 있다.
과거에는 효율성과 혁신성은 서로 상충되는 성격이어서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Porter는 이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때 ‘어정쩡한 상황(Stuck in the Middle)’에 빠져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이미 개발된 제품과 기술 측면에서 최적 균형만을 추구하다 보니, 제품이나 시장 영역에서 경쟁의 원천이 급격히 변화하는 경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 세계 컴퓨터업계의 제왕이었던 IBM이 1980년대 초반 개인용 컴퓨터의 상용화에 대처하지 않고 기존의 강점인 메인 컴퓨터에만 집착하다 몰락의 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다.
또한, 혁신만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상품화가 보증되지 않는 아이디어와 실험들로 자원의 낭비가 심하거나, 신제품의 효율적인 대량 생산이 정착되지 않을 경우에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신제품을 개발한 신생 기업들이 후발 주자인 대기업들의 효율 생산 체제로 인해 고전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재적응하면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으려면 혁신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 모순적 조직 운영 방식: 일의 성취와 사람에 대한 배려
조직 운영 측면에서 보면 일의 성취와 사람에 대한 배려의 모순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끈질기게 해내면서도 사람들이 지치거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 사회에서는 대체로 사람을 여러 생산 요소 가운데 하나로 간주했으며, 이를 비용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지쳐 있는지, 조직의 피로도가 쌓여 있는지 등은 상관없이 과업만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지친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난다 해도 또 채용을 하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이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자, 미래 성공을 위한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이나 ‘천재론’ 등이 등장하는 것도 기업이 사람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건물이나 자본 없이도 구성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창의적인 지식과 누적된 스킬만으로 Microsoft나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편, 사람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일보다는 구성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만 치중하다 보면 온정적이고 느슨한 조직 문화가 형성되어 강한 승부근성이나 끈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 그리고 고달픈 경쟁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쉽게 좌절할 수도 있다. 전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기업은 많지 않겠지만, 리더나 중간 관리자의 측면에서 보면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이 조직에 많으면 많을수록 조직 스트레스는 낮아지고 사람 관계는 편해지겠지만 조직의 생존 가능성은 그 만큼 낮아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의 성취를 위한 Challenge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어느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필수적인 성공 요소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소가 상충적이라는 점이 기업들이 쉽게 관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이다.
모순 관리의 성공 포인트
● 역설적 사고로 전환하라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모순들을 관리해야 할까? 역설 경영(Paradox Management)으로 유명한 경영학자인 Quinn은 기업들이 우선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모순에 처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는 ‘딜레마(Dilemma)’적인 사고를 하였다면, 이제는 모순된 요소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역설(Paradox)’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림> 참조). 예를 들면, 딜레마적인 사고에서는 ‘효율성’과 ‘혁신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역설적인 사고는 ‘효율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Toyota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동사의 JIT(Just-in-Time) 시스템은 무재고와 즉시 대응 체제를 갖춤으로써 효율성과 혁신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다품종 대량 생산 체제를 가능하게 했던 획기적인 방법이다.
● 양손잡이 조직이 되라
모순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틀을 바꾸는 노력과 더불어 조직의 형태도 바꿀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기존의 조직 내에서는 구성원들이 과거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조직이 효율적인 운영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여기에 혁신성을 불어 넣게 되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높아지는 대신 기존의 강점인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 경영의 대가인 Nonaka 교수도 기존 조직은 효율적인 관리에 초점을 두고 혁신을 위한 조직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Harvard 경영대학원의 Tushman 교수도 모순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형태인 양손잡이(Ambidex-trous) 조직을 제안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오른손잡이거나 왼손잡이여서 강점이 있는 손에 비해 다른 손은 다소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양손잡이는 두 손을 모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이처럼, 남들은 어느 하나에만 강점이 있는 모순된 요인들을 모두 갖춘 조직을 양손잡이 조직이라 한다. 예를 들면, 효율성과 혁신성, 통제와 자율,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갖춘 조직이다.
양손잡이 조직의 두드러진 특징은 새로운 사업이나 제품 개발 업무를 기존 조직과 분리하여 운영한다는 점이다. 효율과 점진적 개선에 초점을 둔 업무와 성장 및 급진적인 혁신에 초점을 둔 업무 사이에는 요구되는 역량이나 문화가 대조적이어서 하나의 조직 내에서 함께 수행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조직을 모두 성장 및 급진적 개선 업무 위주로 변화시킬 때, 기존의 효율과 점진적 개선의 강점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IBM이 획기적인 컴퓨터 360시리즈를 개발할 때, 혼란에 가까울 정도의 자율성이 주어진 혁신 조직을 운영하여 성공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리고, 360시리즈가 개발되고 난 후 기존 조직의 효율화 능력을 활용하여 신제품 출시에 따른 시행 착오의 낭비를 최소화시킨 것도 양손잡이 조직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또한, LG전자도 양손잡이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들어 LG전자는 약 40%에 달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기존 조직에서 차출, TDR(Tear-down & Reen gineering)이라는 상시 혁신팀 조직을 구성하여 혁신적인 업무를 맡겨놓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인터넷 냉장고나 로봇 청소기 등과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기존 조직의 안정적인 제품 및 공정 기술에 기반하여 재빨리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 야누스(Janus)적 리더십을 갖추어라
모순되는 전략을 추진하고 양손잡이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유형의 리더십을 복합적으로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대체로 리더십 스타일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눈 다음 상황에 따라 이들 중 적절한 하나가 선택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많은 경영학자들은 특정 리더십 유형만을 지향하는데 대해 지나치게 단선적인 선택의 문제로 리더십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리더가 지도성을 발휘하기 위해 한 가지 스타일만 고수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하고 상충적인 리더십이 동시에 활용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효과적으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Harvard 경영대학의 Kotter 교수에 의하면 경영자는 관리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야누스(Janus, 2개 얼굴을 가진 로마의 신)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자가 관리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조직이 혼란에 빠질 것이고,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조직이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혁신 등 상충된 목표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기업에서는 변화의 비전을 설정하는 리더로서의 역할과 합리성과 효율성에 근거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종업원을 지시, 감독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은 어느 것도 희생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상충적 리더십을 동시에 구사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울지 몰라도 그것을 실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선 리더가 상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성격, 태도, 능력 등)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인 존재이기에 상충적인 특성들(예: 개인주의/공동체주의, 경쟁/협력, 부드러움/거침, 공식성/비공식성 등)을 모두 갖고 있지만, 인격 형성 과정에서 특정한 특성이 억압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에 결핍된 특성은 교육 등을 통해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개인의 능력 혹은 기타 조직의 특성 등으로 인하여 한 사람의 리더가 모순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경우에는 지도자 팀을 구성하는 공유된 리더십(Shared Leadership)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HP의 경우 사업/관리에 능한 Bill Hewlett과 연구/개발에 능한 David Packerd, Microsoft의 경우 개발/마케팅에 능한 Bill Gates와 재경/관리에 능한 Steve Ballmer의 최고경영자 팀 구성이 대표적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성숙사업과 신규사업의 동시 추진, 원가우위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의 추구,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통합을 위한 조정장치의 강화, 다른 기업들과 기술과 시장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동시에 협력하는 등 다양한 도전이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모순을 가득 담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이제 모순은 회피하거나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성격의 것이 되었다. -끝-
과거에는 효율과 혁신, 어느 하나만 특출나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 기업 내외의 환경을 보면 매우 모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다양하고 제품의 수명 주기는 단축되고 있어, 시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품질은 올리고 원가는 낮추어야 한다는 안정과 효율에 대한 압력도 가중된다. 새로운 기술로의 변화 속도는 가속적으로 빨라지지만 제품 기술과 공정 기술을 안정시켜 생산의 효율도 도모해야 한다. 신제품을 신속히 도입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되었지만 잘못된 투자 의사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은 기업을 파멸시킬 수 있을 만큼 커졌다. 어느 하나를 채워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상충적인 요구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고민하는 모순들
이러다 보니 외부 환경에 대응해야만 하는 기업들 역시 내적인 모순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실제 고민하고 있는 모순들을 잘 살펴보면 왜 간단히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표> 참조). 예를 들면, 효율과 혁신,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 안정과 적응 등 이러한 모순적인 요소들이 서로 상충되지만 실제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라는 특징이 있다.
<표>에 있는 모든 모순들이 기업 경영에 중요하지만, 전략과 조직 운영 측면에서 특히 많은 고민을 하는 두 가지 모순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 모순적 전략: 효율성과 혁신성
우선 전략적인 면에서 보면 효율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모순이 있다. 즉, 원가를 최소화하고 품질을 극대화하면서도 신제품을 끊임없이 시장에 출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동통신 단말기가 대표적인 예인데, 평균 4개월에 1개의 신제품이 출시될 만큼 혁신적이면서,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원가와 품질면에서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모순에 처해 있다.
과거에는 효율성과 혁신성은 서로 상충되는 성격이어서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Porter는 이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때 ‘어정쩡한 상황(Stuck in the Middle)’에 빠져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이미 개발된 제품과 기술 측면에서 최적 균형만을 추구하다 보니, 제품이나 시장 영역에서 경쟁의 원천이 급격히 변화하는 경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 세계 컴퓨터업계의 제왕이었던 IBM이 1980년대 초반 개인용 컴퓨터의 상용화에 대처하지 않고 기존의 강점인 메인 컴퓨터에만 집착하다 몰락의 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다.
또한, 혁신만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상품화가 보증되지 않는 아이디어와 실험들로 자원의 낭비가 심하거나, 신제품의 효율적인 대량 생산이 정착되지 않을 경우에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신제품을 개발한 신생 기업들이 후발 주자인 대기업들의 효율 생산 체제로 인해 고전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재적응하면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으려면 혁신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 모순적 조직 운영 방식: 일의 성취와 사람에 대한 배려
조직 운영 측면에서 보면 일의 성취와 사람에 대한 배려의 모순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끈질기게 해내면서도 사람들이 지치거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 사회에서는 대체로 사람을 여러 생산 요소 가운데 하나로 간주했으며, 이를 비용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지쳐 있는지, 조직의 피로도가 쌓여 있는지 등은 상관없이 과업만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지친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난다 해도 또 채용을 하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이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자, 미래 성공을 위한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이나 ‘천재론’ 등이 등장하는 것도 기업이 사람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건물이나 자본 없이도 구성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창의적인 지식과 누적된 스킬만으로 Microsoft나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편, 사람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일보다는 구성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만 치중하다 보면 온정적이고 느슨한 조직 문화가 형성되어 강한 승부근성이나 끈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 그리고 고달픈 경쟁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쉽게 좌절할 수도 있다. 전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기업은 많지 않겠지만, 리더나 중간 관리자의 측면에서 보면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이 조직에 많으면 많을수록 조직 스트레스는 낮아지고 사람 관계는 편해지겠지만 조직의 생존 가능성은 그 만큼 낮아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의 성취를 위한 Challenge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어느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필수적인 성공 요소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소가 상충적이라는 점이 기업들이 쉽게 관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이다.
모순 관리의 성공 포인트
● 역설적 사고로 전환하라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모순들을 관리해야 할까? 역설 경영(Paradox Management)으로 유명한 경영학자인 Quinn은 기업들이 우선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모순에 처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는 ‘딜레마(Dilemma)’적인 사고를 하였다면, 이제는 모순된 요소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역설(Paradox)’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림> 참조). 예를 들면, 딜레마적인 사고에서는 ‘효율성’과 ‘혁신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역설적인 사고는 ‘효율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Toyota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동사의 JIT(Just-in-Time) 시스템은 무재고와 즉시 대응 체제를 갖춤으로써 효율성과 혁신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다품종 대량 생산 체제를 가능하게 했던 획기적인 방법이다.
● 양손잡이 조직이 되라
모순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틀을 바꾸는 노력과 더불어 조직의 형태도 바꿀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기존의 조직 내에서는 구성원들이 과거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조직이 효율적인 운영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여기에 혁신성을 불어 넣게 되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높아지는 대신 기존의 강점인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 경영의 대가인 Nonaka 교수도 기존 조직은 효율적인 관리에 초점을 두고 혁신을 위한 조직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Harvard 경영대학원의 Tushman 교수도 모순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형태인 양손잡이(Ambidex-trous) 조직을 제안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오른손잡이거나 왼손잡이여서 강점이 있는 손에 비해 다른 손은 다소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양손잡이는 두 손을 모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이처럼, 남들은 어느 하나에만 강점이 있는 모순된 요인들을 모두 갖춘 조직을 양손잡이 조직이라 한다. 예를 들면, 효율성과 혁신성, 통제와 자율,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갖춘 조직이다.
양손잡이 조직의 두드러진 특징은 새로운 사업이나 제품 개발 업무를 기존 조직과 분리하여 운영한다는 점이다. 효율과 점진적 개선에 초점을 둔 업무와 성장 및 급진적인 혁신에 초점을 둔 업무 사이에는 요구되는 역량이나 문화가 대조적이어서 하나의 조직 내에서 함께 수행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조직을 모두 성장 및 급진적 개선 업무 위주로 변화시킬 때, 기존의 효율과 점진적 개선의 강점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IBM이 획기적인 컴퓨터 360시리즈를 개발할 때, 혼란에 가까울 정도의 자율성이 주어진 혁신 조직을 운영하여 성공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리고, 360시리즈가 개발되고 난 후 기존 조직의 효율화 능력을 활용하여 신제품 출시에 따른 시행 착오의 낭비를 최소화시킨 것도 양손잡이 조직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또한, LG전자도 양손잡이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들어 LG전자는 약 40%에 달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기존 조직에서 차출, TDR(Tear-down & Reen gineering)이라는 상시 혁신팀 조직을 구성하여 혁신적인 업무를 맡겨놓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인터넷 냉장고나 로봇 청소기 등과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기존 조직의 안정적인 제품 및 공정 기술에 기반하여 재빨리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 야누스(Janus)적 리더십을 갖추어라
모순되는 전략을 추진하고 양손잡이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유형의 리더십을 복합적으로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대체로 리더십 스타일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눈 다음 상황에 따라 이들 중 적절한 하나가 선택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많은 경영학자들은 특정 리더십 유형만을 지향하는데 대해 지나치게 단선적인 선택의 문제로 리더십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리더가 지도성을 발휘하기 위해 한 가지 스타일만 고수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하고 상충적인 리더십이 동시에 활용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효과적으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Harvard 경영대학의 Kotter 교수에 의하면 경영자는 관리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야누스(Janus, 2개 얼굴을 가진 로마의 신)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자가 관리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조직이 혼란에 빠질 것이고,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조직이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혁신 등 상충된 목표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기업에서는 변화의 비전을 설정하는 리더로서의 역할과 합리성과 효율성에 근거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종업원을 지시, 감독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은 어느 것도 희생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상충적 리더십을 동시에 구사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울지 몰라도 그것을 실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선 리더가 상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성격, 태도, 능력 등)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인 존재이기에 상충적인 특성들(예: 개인주의/공동체주의, 경쟁/협력, 부드러움/거침, 공식성/비공식성 등)을 모두 갖고 있지만, 인격 형성 과정에서 특정한 특성이 억압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에 결핍된 특성은 교육 등을 통해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개인의 능력 혹은 기타 조직의 특성 등으로 인하여 한 사람의 리더가 모순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경우에는 지도자 팀을 구성하는 공유된 리더십(Shared Leadership)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HP의 경우 사업/관리에 능한 Bill Hewlett과 연구/개발에 능한 David Packerd, Microsoft의 경우 개발/마케팅에 능한 Bill Gates와 재경/관리에 능한 Steve Ballmer의 최고경영자 팀 구성이 대표적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성숙사업과 신규사업의 동시 추진, 원가우위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의 추구,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통합을 위한 조정장치의 강화, 다른 기업들과 기술과 시장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동시에 협력하는 등 다양한 도전이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모순을 가득 담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이제 모순은 회피하거나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성격의 것이 되었다. -끝-
과거에는 효율과 혁신, 어느 하나만 특출나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 기업 내외의 환경을 보면 매우 모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다양하고 제품의 수명 주기는 단축되고 있어, 시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품질은 올리고 원가는 낮추어야 한다는 안정과 효율에 대한 압력도 가중된다. 새로운 기술로의 변화 속도는 가속적으로 빨라지지만 제품 기술과 공정 기술을 안정시켜 생산의 효율도 도모해야 한다. 신제품을 신속히 도입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되었지만 잘못된 투자 의사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은 기업을 파멸시킬 수 있을 만큼 커졌다. 어느 하나를 채워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상충적인 요구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고민하는 모순들
이러다 보니 외부 환경에 대응해야만 하는 기업들 역시 내적인 모순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실제 고민하고 있는 모순들을 잘 살펴보면 왜 간단히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표> 참조). 예를 들면, 효율과 혁신,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 안정과 적응 등 이러한 모순적인 요소들이 서로 상충되지만 실제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라는 특징이 있다.
<표>에 있는 모든 모순들이 기업 경영에 중요하지만, 전략과 조직 운영 측면에서 특히 많은 고민을 하는 두 가지 모순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 모순적 전략: 효율성과 혁신성
우선 전략적인 면에서 보면 효율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모순이 있다. 즉, 원가를 최소화하고 품질을 극대화하면서도 신제품을 끊임없이 시장에 출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동통신 단말기가 대표적인 예인데, 평균 4개월에 1개의 신제품이 출시될 만큼 혁신적이면서,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원가와 품질면에서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모순에 처해 있다.
과거에는 효율성과 혁신성은 서로 상충되는 성격이어서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Porter는 이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때 ‘어정쩡한 상황(Stuck in the Middle)’에 빠져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이미 개발된 제품과 기술 측면에서 최적 균형만을 추구하다 보니, 제품이나 시장 영역에서 경쟁의 원천이 급격히 변화하는 경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 세계 컴퓨터업계의 제왕이었던 IBM이 1980년대 초반 개인용 컴퓨터의 상용화에 대처하지 않고 기존의 강점인 메인 컴퓨터에만 집착하다 몰락의 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다.
또한, 혁신만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상품화가 보증되지 않는 아이디어와 실험들로 자원의 낭비가 심하거나, 신제품의 효율적인 대량 생산이 정착되지 않을 경우에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신제품을 개발한 신생 기업들이 후발 주자인 대기업들의 효율 생산 체제로 인해 고전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재적응하면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으려면 혁신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 모순적 조직 운영 방식: 일의 성취와 사람에 대한 배려
조직 운영 측면에서 보면 일의 성취와 사람에 대한 배려의 모순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끈질기게 해내면서도 사람들이 지치거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 사회에서는 대체로 사람을 여러 생산 요소 가운데 하나로 간주했으며, 이를 비용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지쳐 있는지, 조직의 피로도가 쌓여 있는지 등은 상관없이 과업만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지친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난다 해도 또 채용을 하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이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자, 미래 성공을 위한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이나 ‘천재론’ 등이 등장하는 것도 기업이 사람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건물이나 자본 없이도 구성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창의적인 지식과 누적된 스킬만으로 Microsoft나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편, 사람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일보다는 구성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만 치중하다 보면 온정적이고 느슨한 조직 문화가 형성되어 강한 승부근성이나 끈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 그리고 고달픈 경쟁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쉽게 좌절할 수도 있다. 전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기업은 많지 않겠지만, 리더나 중간 관리자의 측면에서 보면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이 조직에 많으면 많을수록 조직 스트레스는 낮아지고 사람 관계는 편해지겠지만 조직의 생존 가능성은 그 만큼 낮아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의 성취를 위한 Challenge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어느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필수적인 성공 요소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소가 상충적이라는 점이 기업들이 쉽게 관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이다.
모순 관리의 성공 포인트
● 역설적 사고로 전환하라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모순들을 관리해야 할까? 역설 경영(Paradox Management)으로 유명한 경영학자인 Quinn은 기업들이 우선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모순에 처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는 ‘딜레마(Dilemma)’적인 사고를 하였다면, 이제는 모순된 요소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역설(Paradox)’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림> 참조). 예를 들면, 딜레마적인 사고에서는 ‘효율성’과 ‘혁신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역설적인 사고는 ‘효율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Toyota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동사의 JIT(Just-in-Time) 시스템은 무재고와 즉시 대응 체제를 갖춤으로써 효율성과 혁신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다품종 대량 생산 체제를 가능하게 했던 획기적인 방법이다.
● 양손잡이 조직이 되라
모순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틀을 바꾸는 노력과 더불어 조직의 형태도 바꿀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기존의 조직 내에서는 구성원들이 과거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조직이 효율적인 운영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여기에 혁신성을 불어 넣게 되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높아지는 대신 기존의 강점인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 경영의 대가인 Nonaka 교수도 기존 조직은 효율적인 관리에 초점을 두고 혁신을 위한 조직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Harvard 경영대학원의 Tushman 교수도 모순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형태인 양손잡이(Ambidex-trous) 조직을 제안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오른손잡이거나 왼손잡이여서 강점이 있는 손에 비해 다른 손은 다소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양손잡이는 두 손을 모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이처럼, 남들은 어느 하나에만 강점이 있는 모순된 요인들을 모두 갖춘 조직을 양손잡이 조직이라 한다. 예를 들면, 효율성과 혁신성, 통제와 자율,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갖춘 조직이다.
양손잡이 조직의 두드러진 특징은 새로운 사업이나 제품 개발 업무를 기존 조직과 분리하여 운영한다는 점이다. 효율과 점진적 개선에 초점을 둔 업무와 성장 및 급진적인 혁신에 초점을 둔 업무 사이에는 요구되는 역량이나 문화가 대조적이어서 하나의 조직 내에서 함께 수행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조직을 모두 성장 및 급진적 개선 업무 위주로 변화시킬 때, 기존의 효율과 점진적 개선의 강점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IBM이 획기적인 컴퓨터 360시리즈를 개발할 때, 혼란에 가까울 정도의 자율성이 주어진 혁신 조직을 운영하여 성공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리고, 360시리즈가 개발되고 난 후 기존 조직의 효율화 능력을 활용하여 신제품 출시에 따른 시행 착오의 낭비를 최소화시킨 것도 양손잡이 조직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또한, LG전자도 양손잡이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들어 LG전자는 약 40%에 달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기존 조직에서 차출, TDR(Tear-down & Reen gineering)이라는 상시 혁신팀 조직을 구성하여 혁신적인 업무를 맡겨놓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인터넷 냉장고나 로봇 청소기 등과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기존 조직의 안정적인 제품 및 공정 기술에 기반하여 재빨리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 야누스(Janus)적 리더십을 갖추어라
모순되는 전략을 추진하고 양손잡이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유형의 리더십을 복합적으로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대체로 리더십 스타일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눈 다음 상황에 따라 이들 중 적절한 하나가 선택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많은 경영학자들은 특정 리더십 유형만을 지향하는데 대해 지나치게 단선적인 선택의 문제로 리더십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리더가 지도성을 발휘하기 위해 한 가지 스타일만 고수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하고 상충적인 리더십이 동시에 활용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효과적으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Harvard 경영대학의 Kotter 교수에 의하면 경영자는 관리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야누스(Janus, 2개 얼굴을 가진 로마의 신)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자가 관리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조직이 혼란에 빠질 것이고,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조직이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혁신 등 상충된 목표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기업에서는 변화의 비전을 설정하는 리더로서의 역할과 합리성과 효율성에 근거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종업원을 지시, 감독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은 어느 것도 희생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상충적 리더십을 동시에 구사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울지 몰라도 그것을 실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선 리더가 상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성격, 태도, 능력 등)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인 존재이기에 상충적인 특성들(예: 개인주의/공동체주의, 경쟁/협력, 부드러움/거침, 공식성/비공식성 등)을 모두 갖고 있지만, 인격 형성 과정에서 특정한 특성이 억압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에 결핍된 특성은 교육 등을 통해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개인의 능력 혹은 기타 조직의 특성 등으로 인하여 한 사람의 리더가 모순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경우에는 지도자 팀을 구성하는 공유된 리더십(Shared Leadership)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HP의 경우 사업/관리에 능한 Bill Hewlett과 연구/개발에 능한 David Packerd, Microsoft의 경우 개발/마케팅에 능한 Bill Gates와 재경/관리에 능한 Steve Ballmer의 최고경영자 팀 구성이 대표적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성숙사업과 신규사업의 동시 추진, 원가우위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의 추구,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통합을 위한 조정장치의 강화, 다른 기업들과 기술과 시장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동시에 협력하는 등 다양한 도전이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모순을 가득 담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이제 모순은 회피하거나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성격의 것이 되었다. -끝-